씨를 뿌리면 ... by 신생왕

저는 신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가 신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은 진리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 말은 진리라고 적어놨기 때문입니다. -엑스

씨를 뿌리면 ... by 신생왕

※※※ 0 2,684 2003.10.16 02:28
1981년 여름 어느날, 나와 조국민주화운동단체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던 송이아빠가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사는 필라델피아에 조용기가 온다는데 그냥 있겠느냐는 겁니다.
대필라델피아지역 교회연합회에서 무슨 부흥회를 하는데 조용기가 부흥강사로 온다는 겁니다.

나는 송이아빠가 다그치는데 참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미주동포사회가 신앙과는 관계없이 교회라는 공동의 마당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건 교회를 건드린다는 것은 동포사회운동에 덕이 될 게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우리의 활동을 고깝게 보고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고사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교회에게 빌미를 제공하여 더욱 악랄하고 적극적인 총공세를 가할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겠느냐는 우려에다가, 몇 안되지만 그래도 어렵사리 친분을 맺어둔 교계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지 않겠느냐는 우려였습니다.

송이아빠의 의지는 강경했습니다.
무엇이 민주화운동이며 반독재투쟁이냐, 광주학살원흉규탄 목소리만 높이면 그것이 운동이냐, 하나님, 예수의 이름으로 전두환국보위원장을 축복해주고 민중학살을 옹호한 목사들을 대중의 눈치를 보너라고 규탄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민중운동이냐 하는 등 어찌나 다그치는지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나는 조용기가 광주민중학살의 원흉인 국보위원장 전두환을 옹호하고 축복한 정치적 측면과 소위 삼박자축복논을 들고 나와 무당노릇을 하면서 우민화 기복신앙을 퍼뜨리고 있는 신학적측면을 가미하여 몇개의 피켓과 구호문을 작성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내용들을 정리하여 송이아빠에게 주고 행사장에서 나누어 줄 전단을 작성하여 5백매 인쇄해가지고 나갔지요.

그날 저녁에 행사장에 나간 우리들의 숫자는 여섯명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폭력사태라도 일어난다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몇차례 우리 활동을 동정해주기도 한 순복음교회 집사가 나와서 자기 얼굴을 봐서라도 이럴 수가 있느냐며 애걸하며 만류한 것이 가장 피하기 힘든 걸림돌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송이아빠는 그 집사와 더불어 필라순복음교회의 창립맴버였으며 그의 형은 순복음 신학교 학생이었습니다.
가장 난감해야 할 송이아빠가 순복음교회집사들을 도맡아 바람막이 해 주는 바람에 우리는 거침없이 교회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누어주며 다 기억나진 않지만 "살인마 군사독재 시녀, 적그리스도 조용기, 삼박자가 성령이냐 무당내림궂이냐!" 하는 등의 구호를 목터지게 외칠 수 있었지요.

우리는 조용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는데 시간이 다 돼었는데 모습이 보이질 않아요.
대원중에 누가 와서 알립디다.
그가 대여섯이나 되는 등치들의 호위를 받으며 슬그머니 뒷문으로 들어가드라고.

우리는 집회가 끝난 후 사람들이 모두 돌아갈 때까지 넓은 교회주차장을 맴돌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는데 또 조용기는 슬그머니 뒷문을 통해 사라졌어요.
그리고는 그 일은 까마득히 잊고 한 이십년 흘렀지요.
내가 그 일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습니다.

최아무 목사는 기독교목사 중 유일하게 우리 단체에 가입하여 십여년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으면서 온갖 궂은일 힘든일을 솔선하여 함께해준 분입니다. 교회를 옮겨 자동차로 두어시간 가야하는 오지로 떠난 바람에 특별한 일이 있어야 오가며 만나는 지경이 됐지요.
그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서 손님들이 왔는데 기독교내에서 민족민주운동에 관여한 분들이어서 만나보면 좋을것 같아 부른답니다.
오랜만에 그를 보고싶기도 해서 그 일요일은 또 예배당구경을 할 수밖에요.

그날 오후 그의 집에서 우리는 간담을 가졌는데 목사들이니까 자연스럽게 한국교계를 통탄하는 소리, 기독교의 반민족적 작태에 대한 개탄, 사회현실을 외면하고 기만에 도취하게하는 기복신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왔지요.
기복신앙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조용기의 이야기가 나왔지요.

"그 기세 등등한 조용기가 미국에 와서도 필라델피아는 못온답니다."
최목사가 그때는 나와 만나기 전이었으니까 나를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나에게도 들려준다고 그런 일도 있었다며 신이 나서 우리가 했던 조용기 규탄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교회협회에서 개최한 집회여서 갔다가 시위를 목격했다는 겁니다.

"그 후 조용기는 이십년이 넘도록 필라델피아에는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는 거요."
내가 놀란 것은 다음 대목입니다.
"그 때 나누어주던 전단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데 이사하면서 어느 짐 속에 들어갔는지 찾을 수가 없네.
아뭏튼 나는 그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내가 민족이니 민중이니 사회운동이니 하는데 관심을 갖게한 계기가 됐지요.
그런데 나뿐 아니라 의외로 많은 분들이 막연하게 이게 아닌데 하고 느끼던 문제들에 대한 확고한 해답을 들은 기분이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지요."

우리의 무모한(?) 시위가 기독교사회를 바꾸어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십년이 지나는 세월동안 필라를 방문하기를 꺼려한다는 한가지 사실이 열매로 남았지요.
아니, 양식있는 한 사람에게 확고한 의지를 심어주게 된 것이며 미적미적한 대중들에게 확고한 해답을 제시했다는 평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군요.

지난 10월3일 그리고 11일 몇몇 분들이 거리로 나가 안티기독교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나를 또 감동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이렇게 씨를 뿌리지 않으면 아름다운 꽃은 피어날 수 없습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2003/10/15 08:28
클럽안티기독교( http://cafe.daum.net/clubanti ) 회원 신생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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