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와 문학5-심훈, <상록수>

저는 신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가 신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은 진리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 말은 진리라고 적어놨기 때문입니다. -엑스

한국기독교와 문학5-심훈, &lt;상록수&gt;

chung 0 3,422 2003.07.19 08:41
한국기독교와 문학5
심훈, &lt;상록수&gt;

&nbsp;&nbsp;&lt;상록수&gt;는1935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농촌 계몽 소설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채영신과 박동혁은 농촌 계몽운동을 매개로 연인 사이가 된다. 졸업 후 두 사람은 각자의 고향으로 내려가 농촌운동에 헌신한다. 온갖 시련과 고난으로 심신이 크게 쇠약해진 영신은 병에 시달리다가 죽는다. 한편 동혁은 계몽운동을 같잖게 여기는 지역 유지의 음모로 투옥됐다가 뒤늦게 영신의 비보를 듣고, 영신의 뜻을 이을 것을 다짐하며 새로운 각오를 준비한다.

&nbsp;&nbsp;&lt;상록수&gt;의 조연 인물 중에 여자기독교연합회(아마 YWCA를 말하는 듯) 총무 백현경이라는 여자가 있다. 작품 속에서 백현경은 당대의 여성계 지도자이고 해외 순방을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깨우친 선각자로 나온다.
&nbsp;&nbsp;그녀는 기독교 계통의 농촌 계몽 운동을 펼치고 있다.(그런데 내실있게 활동하는 것 같지는 않다. 계속 읽어보시라) 하루는 그녀가 박동혁, 채영신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을 초대하여서 서양요리를 대접하며 농촌 운동에 대한 간담회를 갖는다. 그녀는 덴마크 농촌의 시찰담을 예로 들면서 농촌 계몽을 부르짖는다.(작가는 그녀의 덴마크 이야기를 안 좋게 평가한다. 작품 원문에 "몇 번이나 곱삶았을 듯한"이나 "풍을 쳐가며" 따위의 부정적인 말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라) 그녀는 자신의 말이 다 끝나자 농촌 운동의 최전방 일꾼인 박동혁에게 의견을 청한다. 그는 백현경의 언행을 아주 고깝게 평가한다. 우선 박동혁은 그녀의 피상적인 농촌 계몽 주장에 비판을 가한다. 그 비판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nbsp;&nbsp;"이런 이야기는 들판의 원두막에서 수박을 깨 먹어가며 했어야 어울릴 이야기이다. 매미 소리를 들어가며 나누었어야 할 대화이지 피아노와 유성기(1930년대의 어마어마한 사치품. 동혁은 백현경의 사치 생활 또한 곱지 않게 보는 것 같다. 기독단체 총무라는 비영리 직책인 것 같은 자리에 있는 독신녀가 어떻게 이런 사치가 가능한 것인가?)소리를 들으며 나눌 대화가 아니었다. 이건 서양으로 유람 온 것 같다."
&nbsp;&nbsp;그러자 백현경은 은근히 자존심이 상한 듯이 이런 내용의 변명을 한다.
&nbsp;&nbsp;"그야 도회지에 살게 되니까 외국인도 많이 만나다 보니까……문화생활도 많이 하는 고로……그렇다고 내가 &#039;시골 취미&#039;를 모르는 줄로 안다면 그건 오해다."
&nbsp;&nbsp;백현경은 농민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달린 일을 &#039;취미&#039;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무개념의 극치를 달리는 언행이다. 이 말에 동혁은 발끈한다.
&nbsp;&nbsp;"취미라니?……값비싼 향수를 맡아오던 후각이 거름 냄새를 구수하게 느끼는 수준이 되어야 농촌 계몽 지도자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농촌 운동자라는 사람의 말과 생활이 이렇게 동떨어져서야 되겠나?"

&nbsp;&nbsp;이리하여 박동혁과 채영신은 뻘쭘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 집을 나온다. 이 여파 때문인지 채영신이 나중에 농촌 계몽 활동을 할 때 백현경은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는데도 불구하고 지원 자금은 그 재산 수준에 걸맞지 않게 박하게 준다. 오죽하면 영신이 &#039;구걸(고통스런 모금활동)&#039;을 다닐 지경일까.
&nbsp;&nbsp;&lt;상록수&gt;의 박동혁은 아주 시원한 대사를 날려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럴듯한 사회 운동에 이름만 걸어두고 기독교계 단체에 빌붙어 사치를 즐기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 인간들은 자신이 이름을 걸어둔 운동 분야의 실무에 아주 무식하다.(그러다 보니 위에서 보는 듯한 &#039;취미&#039; 망발도 부리는 것이다)
&nbsp;&nbsp;&#039;저들&#039;의 실체를 제대로 비판하는 대사가 이미 1935년의 소설 속에서 나왔다는 데에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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