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붓다의 인격신 논박
오디세이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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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02:29
라다 크리슈난의 <인도철학사 II>을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책 전부가 저에게는 흥미롭지만...(^^)
잡설 거두고, 좀 길지만 타이핑 노가다를 해 보겠습니다....구럼...
아.. 몰러님의 유신논증 논박과 겸하여 보면, 읽는 재미가 두배로 솔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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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타핀디카와의 대화에서 붓다는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 " 만일 세계가 이슈와라(自在神 : 일종의 세계의 인격적 창조자를 말합니다.) 에 의하여 만들어졌다면, 결코 변화라든가 파괴는 있을 수 없을 것이며, 순수하건 불순하건 모든 것이 그로부터 나왔으므로 슬픔과 재난, 의와 불의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의식있는 모든 존재에서 생겨나는 슬픔과 즐거움, 사랑과 증오가 단지 이슈와라의 작위(作爲)라면, 그 자신이 슬픔과 즐거움, 사랑과 증오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며, 만일 이러한 것이 그에게 귀속된다면 어떻게 그를 완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일 이슈와라가 창조자라면, 그리고 만일 일체 만물이 그의 권능에 잠자코 복종해야 한다면, 덕행을 쌓아야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모든 행위가 이슈와라의 작위이므로 옳고 그른 모든 행위가 결국 같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슬픔과 고통이 이슈와라 이외의 다른 원인에 귀속된다면, 이슈와라가 원인이 아닌 어떤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존재하는 모든 것이 또한 자기원인자라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만일 이슈와라가 창조자라면 목적을 가지고 행하거나 혹은 아무 목적없이 행할 것이다. 만일 그가 목적을 가지고 행위한다면, 그는 완전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목적은 필연적으로 만족의 결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아무런 목적없이 행위한다면, 그는 미치광이이거나 젖먹이 아기일 것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만일 이슈와라가 창조자라면 왜 사람들이 경건하게 그를 따르지 않으며, 왜 사람들이 그에게 일용품을 달라고 간청해야 하는가? 왜 사람들이 여러 신을 섬겨야 하는가? 따라서 이슈와라에 대한 관념은 이성적으로 볼 때 거짓이라는 것이 판명되며, 이와 같이 모순된 모든 주장은 해명되어야 한다."
- 아슈와고샤의 <불소행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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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신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만일 신이 너무 위대해서 인간이 그를 이해할 수 없다면, 그의 속성 또한 우리 생각의 범위를 초월한다는 결론이 되며,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알 수 없고, 그에게 창조자의 속성을 귀속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만일 세계가 이슈와라에 의하여 창조된 것이 아니라면, 모든 존재는 절대 무한자의 현현, 혹은 모둔 현상의 배후에 있는 불가사의한 자의 현현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아나타핀디카가 세존에게 말했다.
" 만일 절대자가 알려지는 모든 것과 무관한 어떤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의 존재는 어떤 추론에 의하여 확립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다른 것과 전혀 무관한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전체 우주는 관계로 이루어진 하나의 유기체이며, 우리는 관계되어 있지 않는 어떤 것, 혹은 관계되지 않을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아무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아무것과도 관련을 지니지 않은 것이 어떻게 서로 의존하여 있고 서로 관련을 지니고 있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절대자는 일자이거나 다자일 것입니다. 만일 그것이 단지 하나라면, 우리가 알다시피 여러 다양한 원인에서 생겨나는 온갖 사물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것이 그들의 원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사물이 있는 수만큼의 절대자가 있다고 한다면, 전자는 어떻게 서로 관련을 맺을 수 있겠습니까? 만일 절대자가 모든 것에 편재해 있으며,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을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들어야 할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절대자가 무속성이라면 그것으로부터 생겨나는 모든 사물 또한 마땅히 무속성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 세계의 모든 사물은 속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따라서 절대자는 그들의 원인일 수 없습니다.
만일 절대자가 속성과는 다른 것으로 간주된다면, 어떻게 그것이 그와 같은 속성을 지닌 사물들을 끊임없이 창조할 수 있으며, 그들 속에 자신을 현현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만일 절대자가 불변이라면, 일체 물말 또한 불변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존재는 변화와 쇠퇴를 겪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절대자가 불변일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만일 일체 만물에 편재하는 절대자가 그들의 원인이라면, 왜 우리는 해탈을 추구해야 합니까? 왜냐하면 우리 자신이 이 절대자를 지니고 있으며, 절대자에 의하여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모든 고통과 슬픔을 참을성 있게 인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아슈와고샤 <붓다차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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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붓다가 이야기한 것인지, 후대 사람들의 생각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최초의 불경으로 전해지는 것도 붓다 사후 300년이 지난 기원전 2-3세기 경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구에서 기독교가 창궐(?)하면서 이미 절대자, 유일신을 마음 속에 상정하고, 그 신을 증명하기 위하여 논의하였던 주제들은 이미 기원전 7-8세기 우파니샤드의 시기, 그 후 붓다의 시대에도 끊임없이 논의 되었고, 신을 증명한다는 것의 허점이 이미 충분히 논의되었던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모르면 그냥 닥쳐주세요....
* 오디세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2-11-27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