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치료

환상의 치료

오브르 1 3,402 2004.09.28 18:29

환상의 치료


 30대 여자 환자가 “뱃속에 사탄이 들어 있다. 몇 마리가 있다. 뱀으로 또아리를 틀고 있다. 수시로 이래라 저래라 지시한다. 내 행동 하나하나를 귀신처럼 알고 간섭하고 명령한다”고 하는 등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며 공포에 질려 입원하였다. 때로는 위협하고 욕하고 비난하고 심지어는 ‘손가락을 잘라라’ ‘누구를 때려라’고 지시한다고 하였다. 환자는 위협적이고 나쁜 소리는 사탄의 소리라고 하고 좋은 충고나 지시는 성령의 소리라고 믿었으며, 이것을 병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분열증의 증상 가운데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데 환자에게는 소리가 들리고,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데 환자에겐 분명하게 보이는 환각(환청, 환상)증세가 있다. 이런 정신적 환각의 현실을 있다고 해야 하는가, 없다고 해야 하는가? 객관적으로는 없다고 해야 옳지만 환자의 주관세계에서는 엄연히 존재하는 내적 현실이다. 다른 차원이지만 무당의 세계도 그렇다. 신병이 들어 내림굿을 하여 무당이 되는 과정도 과학적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신의학에서는 ‘빙의현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마음이란 묘한 것이다. 실체를 잡을 수 없어 한마디로 무엇이라 규정하기 어렵다. 물질도 아니고 허공처럼 빈 것도 안이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으나 누구도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미묘하고 신비로운 무엇이다. 아인슈타인은 물질이 허공과 다르지 않다 했다. 소립자와 원자들의 응축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물질과 허공은 질적으로 똑같은 에너지라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의 소립자이론은 진공상태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양성자와 중간자들이 홀연히 생겼다가 사라진다고 이야기 한다. 즉 진공은 텅 비어 있고, 아무것도 없는 없음이 아니고, 끊임없이 생성 소멸을 반복하는 무수한 입자들의 바다이다. 그런데 우리는 형태를 갖춘 것은 있다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없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정신의 세계는 바다의 심연처럼 깊고 우주의 은하계처럼 넓다. 그래서 있다와 없다로 단정지을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인류역사 이래 유신론과 무신론의 철학적 다툼이 해결되지 않았듯이, 앞에 사례에 든 환자의 경우도 주위 가족들이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고 야단치고 설득해도 “너희들은 아직 영적 체험을 못해서 나를 이해 못한다”고 오히려 화내면서 “자신은 성직자도 도달 못한 경지를 체험했노라”고 뽐내기까지 한다.

 

 항정신병 약물치료를 통해서 환자의 환각이 사라져도 환자는 한동안 그 현상을 병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의 자존심을 존중하여 현실 적응력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여야 한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물에 의해 환각이 사라졌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으려면 현실 판단력이 회복되고 자존감이 치유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 최훈동,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정신의학이야기, 서울: 한울, 2001., pp. 203~204.


오브르, 2004.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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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초보안티 2004.09.28 20:59
항상 느끼는 바지만 무당이나 헬렐레 개독이나 그 정신작용을 아직은 규명할 수 없으니 성령이니 신빨이니 우매한 민족을 혹세무민하고 있는 거겠죠..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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