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로서 내 입장....
crow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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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01:56
내가 기타에 투신하게 된 계기는 바로 토니 매칼파인 때문이다... 이사람은 전대미문의 멀티 테크니션으로 테크니컬 계열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기타리스트인데, 나는 중학교 시절인가 이사람의 음악을 듣고 기타를 치게 되었다. 물론 그전에 건즈 앤 로지즈에 미쳐서 베이스를 먼저 휘두르기는 했지만....-_-'
여하튼, 나는 디스토션 일렉트릭 기타의 공간을 찢는 음들의 나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 당시 형편이 상당히 좋지 않았던 터라... 차라리 돈을 벌고 세상에 명예가 되는 일보다는 그냥 나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음악을 시작했다. 당시에 갑갑하고 암울한 바깥세상과 풀리지 않는 내 암울한 심정을 달래주는 것은 역시나 메탈음악이었다. 당시 너무나 담담하고 짜증나는 일이 많아서 나는 이 파괴와 질주의 미학에 대해 바로 탐닉해 들어갔다.
내가 정식으로 밴드를 하게 된 것은 1997년 무렵, 연습실을 가지고 악기를 놓고..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순수했던 적은 없었다. 그때도 역시 기타가 내뿜는 굉음이 그렇게 좋았다. 베이스의 펀치감있는 파괴력도, 마치 지축을 울리는 듯한 드럼소리.. 울부짖는 목소리가 그렇게 시원할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었다. 바로 악마주의 음반 사태였다. 나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했다. 걍 내 좋은 것만 좋은 것인줄 알았는데, 한국사회에서 그렇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그 다음부터 체감하게 되었다.
결국 나의 생각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지금은 블루스니 재즈도 듣고 펑키도 듣고 치고, 아직도 메탈을 듣고 퓨전이 좋고... 기타소리가 그렇게 좋고, 기타칠때는 가장 행복하고, 또 기타라는 악기가 내 자신이라고 생각이 들고... 그것이 내 아이덴티티이고, 또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도 내 아이덴티티이다.
그리고 집안이나 혹은 다른 곳의 기독교인들에게는 천편일률적인 소리만 들어왔다. 왜 그 재능을 사탄을 위하고 세상을 위해서 쓰냐고....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인간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라고... 나는 그렇다. 적이도 내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 응어리가 풀리고, 짜증이 풀리고.... 누군가 힘들때 그것에 대해 힘이 될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적이도 기독교가 내 아이덴티티를 죄악시하는 정도는 이미 생까고 무시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음악적인 요소들에 대한 비난은 참을수가 없다. 나는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 일렉트릭 기타를 골랐다. 그것이 욕먹을 일도 아니고, 또 기독교를 위해 연주해야 하는 어떠한 당위성도 없다. 그리고 내가 그들 비위 맞춰줄 필요도 없다.
나는 음악적인 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한번 이 길을 가보고 싶다. 기독교가 어찌 생각하든 그것은 내 알바 아니고.... 나는 여전히 ccm을 쓰레기같이 생각하고 그것들이 듣기 싫다. 어짜피 들을 필요도 없고... 그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한곡의 노래가 나오기 위해, 한장의 앨범이 빛을 보기 위해 들인 노고와 피땀들... 그것을 알기에 나는 음악을 종교의 잣대로 재는 무식한 짓거리를 혐오한다. 비록 그 결과가 쓰레기일 지라도 그 노력은 인정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다양성의 존중이기에....
[이 게시물은 (ㅡ.ㅡ)님에 의해 2004-08-02 21:05:43 자유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듣고 싶어하는 회원들이 ...있을듯 싶어....글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