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창 1. 빗나간 공명심

김길창 1. 빗나간 공명심

발견 0 2,692 2002.09.17 18:42
김 승 태(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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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6월, 71세의 목사가 자신의 아들이나 자부보다 나이가 어린 34세의 젊은 여성, 그것도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전도사를 지낸 인물과 재혼하여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화제의 주인공이 바로 김길창 목사다.
그는 목사로서 뿐만 아니라 세상에 교육가로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가진 직위로 보아서 영적인 지도자요, 지적인 지도자 행세를 하였음이 분명하다.

그가 교계에서나 교육계에서 일반 목사로서는 갖기 어려운 화려한 경력과 '업적'을 가지고 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의 가치를 무엇을 이룩하였는가로만 평가한다면 그는 분명히 대단한 '업적'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그것을 이룩하였는가가 영적 지도자나 교육자에게는 보다 중요하며 평가에 반드시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그의 자서전(<<말씀 따라 한평생>>,부산 아성출판사,1971)에 의하면 그는 1892년 11월 11일 경남 고성읍에서 한약방을 경영하던 아버지 김영수와 어머니 박순이의 8남 2녀 중 아들로는 제일 막내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은 경남 창원의 청계서당에서 한문을 배웠고, 16세 때 대구 계성학교에 입학하였으나 학비가 중단되어 일년을 넘기지 못하고 중퇴하였다.
그후 창원 칠원 등지에서 선교사 밑에 조사로 있으면서 1917년 경남성경학교를 졸업하고,
1923년 평양신학교를 졸업하여 이듬해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가 선교사 밑에 조사로 있다가 그 일을 그만두고 농업경영과 상업에 뛰어들었던 일이 있었는데 이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조사일에 대한 회의도 일어났다. 조사생활만 하다가는 평생에 육적 호강을 바라볼 수도 없고, 영적인 주의 사업을 한다지만, 영적 사업도 역시 목사가 되지 않고는 중구난방이 되고 말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육적 사업의 길로 나갈 것을 결정하고 진영에서 30마지기 땅을 빌어 농사를 하였으나 폭우로 실패하고, 다시 콩장사에 손을 대었으나 콩값의 폭락으로 빚만 지게 되었다.
즉 그가 바라던 '육적 호강'의 길이 막히자 목사가 되는 길을 택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후 마산에 있는 호주선교부의 서기로 2년간 일하다가 다시 조사로 나가 그가 27세 되던 해인 1918년부터 평양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가 선교부에 서기로 있을 때의 심경을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내가 2년 동안 [미꽅]의 서기로 있으면서 배운 점도 많았고 일한 것도 적지 않았으나, 민족적인 울분에 어쩌면 2년을 더 못넘겼는지도 모른다. 내가 선교사의 흉을 보는 것 같지만 당시 내가 선교사와 여행차 기차를 탈 때도 선교사는 1등 차간으로 가고 나는 3등열차에 앉았다간 하차시에 만나서 지방교회의 예배를 맡았어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 때만 해도 사회와 축도는 선교사가 하고 나는 설교만을 했으니 말하자면 어렵고 수고로운 것은 내가 하는 데도 3등 민족의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데에 섭섭함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자긍심과 공명심이 대단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점이 그가 1930년대 일제의 황민화정책에 적극협력하게 된 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
해방 후인 1949년 김길창이 반민특위에 피체 되었을 때 증인으로 불려갔던 윤인구의 다음과 같은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조사관 심륜): 김길창의 성격을 잘 아는가?

답(증인 윤인구): 말하자면 심히 날뛰고 출중하려고 애쓰고 독선적으로 활략하는 성질이고, 이런 인물은 탄압하고 회유하는 일경의 술책에는 응당 이용되었을 것이고, 공명심에 끌려 과한 언행이 있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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