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의-7.. 설계 가설은 비과학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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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의-7.. 설계 가설은 비과학적인가?

발견 0 2,640 2002.09.14 14:31
페일리 버전의 설계 가설을 검토하면서 나는 그것이 여느 과학적 가설과 마찬가지로 검증될 수 있으며, 검증해 보니 결함이 발견되더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런 식으로 논증하는 것은 많은 생물학자들이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 가설이 어떻게 설계 가설 (그들이 검토하는 버전의 설계 가설)에서 나오는 예측과는 전격적으로 다른 예측을 주는지 힘들여 지적하였던 선례들을 뒤따른 것이다.

동시에, 그리고 종종 같은 책 내에서, 어떤 생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아주 상이한 공격 방향을 잡기도 하였다. 그들은 창조론이 검증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적 가설이 아니라고 논증하였다. 이런 비판 노선이 우리가 검토하였던 개연성 논증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만일 창조론이 검증될 수 없다면 자연의 불완전함을 강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실제로 검증 불가능한 가설을 검증하고 결함을 발견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분명 아니다.

검증 불가능성 공격은 흔히 칼 포퍼(Karl Popper 1959, 1963)의 견해에 호소하여 전개된다. 포퍼는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이야말로 과학적 진술의 특징적인 표식이라고 논하였었다. 이 절에서 나는 포퍼의 사상을 논하겠다. 목표는 그의 입장에 대한 비판을 전개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과학적 담론의 적절한 기준으로서 검증 가능성의 장점에 대하여 더 폭넓은 평가에 도달하는 것이다.

예비적인 논점으로서 이 장의 서두에서 논의되었던 한 가지 구분을 돌이켜보자. 어떤 것이 과학적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그것이 사람에 대해서 하는 말인지 명제에 대해서 하는 말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면서 적절한 증거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비과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납작-지구론자들은 지구가 납작하다는 명제에 대해서 아주 비과학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명제가 비과학적인 것-즉, 그것이 검증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논점이 창조론 논쟁에 어떻게 관련되는지는 명백하다. 창조론자들은 자주 과학적인 발견을 왜곡한다. 그들은 옛날의 논증들이 반복해서 논파당해왔는데도 그 지겨운 논증들을 보란 듯이 꺼내보인다. 그들은 그 논증들이 과학적 근거에서 도전받아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렇게 행동한다. 대부분의 창조론자들이 명백하게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행동해 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거기서 창조론자들의 이론들이 비과학적이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그 이론들이 비과학적이라면 그런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또 다른 어떤 논증이 제시되어야 한다.

포퍼의 기본 사상은 과학적 사상들은 반증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목을 길게 빼고 있다. 그러나 비과학적인 사상들은 그렇지 않다. 덜 비유적으로 말하면, 과학적 명제들은 관찰적으로 검사될 수 있는 예측을 준다. 그것들은 세계에 대해서 주장을 하되, 그 주장들은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우리가 관찰하는 바와 상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비과학적 사상들은 모든 가능한 관찰과 양립가능하다. 우리가 무엇을 관찰하든 관계없이 비과학적 명제에 대한 믿음은 늘 보존될 수 있다.

반증 가능성과 실제의 거짓(falsehood)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많은 진리인 명제들은 반증 가능하다. 사실 과학적 명제들은 논박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논박되면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우리가 믿는 것들의 목록에 두지 않는다. 포퍼에 따르면 우리의 믿음들은 반증 가능한 것들이되 거짓이 아닌 것이어야 한다.

포퍼는 신에 대하여 종교적인 확신을 표명하는 명제들은 반증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대가 신이 생물계를 창조하였다고 믿는다면 그대는 무슨 일을 관찰한다고 하여도 그 믿음에 굳건히 매달릴 수 있다. 그대가 처음부터 페일리가 생각한 것처럼 신에 대하여 생각하였다면 불완전한 적응들의 관찰이 그대로 하여금 생각을 바꾸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이 세계를 창조하였다는 의견을 포기하지 않고 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그대의 견해를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자연에서 무엇을 관찰하든 상관없이 그런 관찰과 양립가능한 버전의 유신론을 정식화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유신론은 반증 불가능하다.

포퍼는 또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도 반증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환자가 무슨 말을 하든 정신분석학자는 그 환자의 행동이 정신분석학의 사상과 양립하도록 그것를 해석할 수 있다. 어떤 환자가 자기가 아버지를 증오한다고 인정하면 그것은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개념을 확증하는 것이다. 만일 그가 자기 아버지를 증오한다는 것을 부인하면 그것은 그가 오이디푸스 환상이 너무나 무서워서 그것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퍼는 맑스주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낮게 평가하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맑스주의자는 그것들이 맑스주의 이론과 양립하도록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자본주의 사회가 경제 위기를 겪으면 그것은 자본주의가 그 내적 모순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붕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사회가 공황을 겪지 않으면 그것은 노동 계급이 아직 충분히 동원되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또는 이윤율이 아직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한 때 포퍼는 진화론도 진짜 과학적인 이론이 아니라 하나의 "형이상학적인 연구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였었다(Popper 1974). 여기서도 다시 진화론자들이 확신하는 사상은 관찰 결과들이 어떻게 드러나든지 진화론과 정합적이 되도록 그것들을 해석한다는 것이다. 후에 포퍼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바꾸었다.

앞의 네 단락에서 내가 포퍼가 사람들에 관하여 말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였던 점에 주의하기 바란다. 나는 확고한 유신론자, 확고한 정신분석학자, 확고한 맑스주의자, 확고한 진화론자가 그들이 관찰하는 바를 그들이 지지하는 이론에 맞도록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제 이것 자체로는 그 이론들에 담겨 있는 명제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겠다. 아주 독단적인 사람들은 아무 명제라도 붙들고 늘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명제가 검증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포퍼의 사상을 비형식적으로 진술하는 것을 넘어서서 한 명제가 반증 가능하기 위한 그의 기준이 무엇인지 검토해보기로 하자.

포퍼의 반증 가능성 기준은 우리가 특별한 종류의 문장들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을 요구하는데, 그 문장들이 바로 관찰 문장들이다. 이제 한 명제는 관찰 문장들과 특별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에야 반증 가능하다고 말해진다.

명제 P가 적어도 하나의 관찰 문장 O를 연역적으로 함축할 때 그리고 그때에만 P는 반증 가능하다.

반증 가능한 명제는 관찰적으로 검사될 수 있는 것에 대한 예측을 준다. 이런 생각은 명제 P와 어떤 관찰 기록 O 사이에 연역적 함축 관계라는 개념에 의해서 정확하게 규정된다.

포퍼의 제안이 갖는 한 가지 문제점은 관찰 진술들과 다른 진술들이 정확하게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을 구별할 수 있을까? 만일 관찰 진술이 사람들이 세계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서도 검사할 수 있는 진술이라면 아마 관찰 진술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병아리는 죽었다"는 진술을 검사하려면 병아리가 무엇이고 죽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문제는 가끔 관찰이 이론을 담고 있다(theory-laden)는 말로 표현된다. 사람들이 자기들이 관찰하는 바를 놓고 펴는 모든 주장들은 그들이 어떤 선행적인 정보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 의존해서만 정당화된다.

포퍼는 무엇이 관찰 진술인가 하는 것은 규약의 문제라고 말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런 해결은 모호한 경우에 한 진술이 반증 가능한가를 알아내는 데 거의 도움이 못 된다. 만일 "신은 우주의 창조자다"가 관찰 진술이라는 규약을 채택하면 유신론은 반증 가능한 입장이 된다. 포퍼의 기준이 뭔가 일을 할 수 있으려면 관찰 문장을 다른 문장들로부터 구별해주는 임의적이지 않은 방법이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누구도 이 일을 만족스럽게 해내지 못하였다.

포퍼의 반증 가능성 기준이 갖는 문제들은 더 있다. 먼저, 소위 부가조항 문제라는 것이 있다. 어떤 명제 S가 반증 가능하다고 하자. 여기서 바로 S와 임의의 다른 명제 N의 연언도 역시 반증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S가 관찰적으로 검사될 수 있는 예측을 준다면, S&N도 그럴 것이다. 이것은 포퍼의 제안을 궁지에 몰아넣는데, 왜냐하면 그가 그 제안을 했던 것은 제대로 과학적인 명제 S로부터 비과학적인 명제 N을 몰아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N이 과학적으로 인정될만하지 않다면 S&N도 그렇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반증 가능성은 이런 그럴법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포퍼의 제안이 안고 있는 또 한 가지 문제는 과학에서 대개의 이론적 명제들 혼자서는 관찰적으로 검사될 수 있는 예측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론들이 검증 가능한 예측을 주는 것은 오직 보조 가정들과 결합하였을 때 뿐이다. 전형적으로 T는 O를 연역적으로 함축하지 않는다. O를 연역적으로 함축하는 것은 T&A이다. (여기서 T는 이론, O는 관찰적 진술, A는 일련의 보조 가정들이다.) 이런 생각은 가끔 뒤엠 논제(Duhem's Thesis)라고 불리는데, 물리 과학 전반에서 널리 드러나는 이러한 패턴을 주목하였던 물리학자요, 과학사학자요, 과학철학자였던 삐에르 뒤앙(Pierre Duhem 1861 - 1916)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뒤엠 논제를 보여주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백악기의 멸종이 지구에 운석이 충돌한 것에 기인하였다는 앞에서 거론했던 가설을 생각해보자. 알바레스(Alvarez et al 1980)는 금속 이리듐이 다양한 지층 퇴적물들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이 가설의 강력한 증거라고 논하고 있다. 여기서 요점은 운석 가설 혼자서는 어디서 이리듐이 발견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증은 다른 가정들, 예를 들어서 지구상에서보다 운석에서 이리듐 집적률이 높다거나, 운석 충돌에서 나온 퇴적물들이 어느 지층에서 발견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보조 가정들을 필요로한다. 운석 가설은 이러한 가정들의 도움이 있을 때에라야 우리가 관찰하는 것을 예측한다.

포퍼의 제안에서 또 한 가지 마지막 문제는 그것에 따르면 과학에서 확률적 진술들이 반증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어떤 동전이 평평하며, 그것을 던지면 머리가 위로 떨어질 확률이 0.5라는 진술을 생각해보라. 이 진술로부터 동전의 관찰 가능한 어떤 행동이 연역될 수 있는가? 그것을 열 번 던지면 다섯 번은 머리가 위로, 다섯 번은 꼬리가 위로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연역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 동전이 평평하다는 가설은 논리적으로 모든 가능한 결과들과 양립할 수 있다. 평평한 동전이 열 번 던져서 열 번 모두 머리가 위로 떨어지는 것도 가능하고, 머리가 위로 아홉 번 떨어지고 꼬리가 위로 한 번 떨어지는 것도 가능하고... 등등. 확률적 진술은 포퍼의 의미에서 반증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확률적 진술들이 어떤 합당한 의미에서도 검증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경합하는 가설들에 관찰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개연성 원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논한 바 있다. 사실 포퍼도 확률적 진술들이 반증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개연성 원칙과 비슷한 원칙을 채택하였던 것이다. 반증 가능성 기준에 대한 이러한 반대는 포퍼 스스로 예상하였던 것이었다.

이러한 논의들이 창조론이 검증 가능한가 하는 문제와 어떻게 관련되는가? 포퍼의 기준이 과학 자체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기에 그럴법한 기준이 아니라면 그것을 가지고 창조론을 평가하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마도 "신은 존재한다"는 진술은 그것만으로는 어떤 관찰적 진술도 연역적으로 함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 이론들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신은 존재한다"는 진술은 보조 가정들과 결합하면 관찰적으로 검사될 수 있는 예측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조 가정들을 바꾸면 그에 따라서 유신론적 가설에서 상이한 관찰적 예측이 나올 것이다.

이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자. 다음 세 진술을 생각해보자:

G:      신은 생물들 각각을 별도로 창조하였다.
Ap:    만일 신이 생물들 각각을 별도로 창조하였다면 그는 생물들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At:    만일 신이 생물들 각각을 별도로 창조하였다면 그는 생물들이 마치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G는 혼자서는 어떤 관찰적 진술도 수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G&Ap 연언은 여러 가지 관찰적 함축을 갖는다. G&At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점 때문에 우리는 페일리의 이론 G&Ap는 증거에 의한 지지에 있어서 빈약하지만, 연언 G&At는 유기체들의 적응성에 관하여 진화론과 일치하는 예측을 준다고 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포퍼의 비대칭성

포퍼(Popper 1959, 1963)는 반증과 검증(verification) 사이에 비대칭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론들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론들이 참이라고 중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론 T가 있고, 또 T에서 연역되는 어떤 관찰 진술 O가 있다고 하자. 그 관찰적 예측이 거짓임이 드러난다면 우리는 그 이론이 거짓임을 연역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관찰적 예측이 참이라고 드러난다면 우리는 여기서 그 이론이 진리라는 것을 타당하게 연역할 수 없다. 포퍼가 반증과 검증 간에 비대칭성이 있다고 주장했던 것은 다음 두 논증 중에서 전자는 연역적으로 타당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반증                  검증
If T, then O        If T, then O
not-O                O
-------------    ------------
not-T                T

연역적으로 타당  연역적으로 부당

포퍼는 이 두 논증들 간의 차이점이 일종의 회의주의를 지지한다고 여겼다. 그는 하나의 이론이 진리임은 알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과학은 오직 한 이론이 거짓이라는 것만 (또는 그것이 아직 논박되지 않았다는 것만) 말해줄 뿐이다.

(뒤엠 논제에 따라서) 검사 과정에서 보조 가정들(A)이 하는 역할을 나타낸다면, 대칭성은 회복된다:

         반증                     검증
          If T&A, then O      If T&A, then O
          not-O                 O
          --------------    ---------------
          not-T                  T

      연역적으로 부당       연역적으로 부당

예측이 거짓이라고 드러난다면 우리는 T&A에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만 연역할 수 있을 뿐이며, 잘못된 것이 T인지 A인지 (또는 둘 다인지)는 결정되지 않는다.

보조 가정들(A)이 진리라는 전제를 덧붙이면 포퍼의 비대칭성의 흔적이 되살아날 수 있다:

   반증                       검증
    If T&A, then O        If T&A, then O
    A                          A
    not-O                    O
    ---------------    ---------------
    not-T                    T

    연역적으로 타당     연역적으로 부당

마치 이제 검증과 반증 간의 차이가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T를 반증하려면 보조 가정들 A가 진리라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조 가정들은 고도로 이론적인 진술들일 경우가 많다. 우리가 A를 검증할 수 없다면 우리는 방금 기술한 식으로 연역 논증을 사용해서 T를 반증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도시된 논증 쌍에서 왼편은 연역적으로 타당하고 오른편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포퍼의 비대칭성 논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는 정 반대의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 왼편의 논증이 보여주는 것은 만일 우리가 이론적인 진술들을 검증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반증할 수도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포퍼의 비대칭성 논제가 갖는 한 가지 문제는 그것이 알려질 수 있는 것과 관찰 진술들로부터 타당하게 연역될 수 있는 것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에서 비연역적 논증을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며, 비연역적 논증에서 결론은 전제들에 의해서 그럴법해진다거나 잘 지지된다고 말해질 뿐이지, 전제들이 결론이 진리여야 한다고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일은 없다. 포퍼의 연역주의를 물리친다면 우리는 어떻게 과학적 추론을 통하여 이론들의 입증과 반입증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을 옹호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포퍼의 견해와는 아주 거리가 먼 한 가지 대칭성을 확립할 것이다.

여기서 포퍼의 반증 가능성 개념은 별 도움이 못 되므로 제쳐놓기로 하자. 그러면 창조론이 검증 가능한지 평하는 데에 사용할만한 그럴법한 과학적 검증 가능성 개념이 있을까?

이론적 진술들은 오직 보조 가정들의 매개를 통해서만 관찰적 현상들과 닿을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두자. 그렇다면 그러한 가정들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 보조 가정들을 독립적으로 검사에 부치는 것 또한 합당한 과학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셔얼록 호움즈가 맞닥뜨릴 수 있는 한 가지 문제를 생각해보자. 그는 범죄 현장에 가서 다양한 단서들을 관찰한다. 거기서 그는 총탄에 살해당한 피해자를 본다. 많은 발자국들이 있고 근처에서 특이한 담뱃재가 발견된다. 호움즈는 살인자가 누구인지 추리해내려고 한다. 한 가지 가능성으로서 모라이어티가 범인일 수 있다. 호움즈는 이 가설이 수집된 증거에 의해서 잘 지지되는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물론 그는 그 범죄를 직접 목격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제 지나간 일이다. 호움즈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다음의 가설 M이 그가 관찰한 단서들 O에 대하여 어떤 예측을 주는지 살펴봄으로써 M을 검사하는 것이다.

M:      모라이어티가 살인범이다.
O:      피해자는 총탄에 살해되었고, 범죄 현장에서 넓은 발자국과 엘 슈프리모산 시가의 재가 있었다.

M 혼자서는 O가 진리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예측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더 많은 정보들이 필요하다. 다음의 두 보조 가정들이 있다고 하자:

A1:    모라이어티가 좋아하는 무기는 권총이고 그는 발이 크고 엘 슈프리모 시가를 피운다.
A2:    모라이어티가 좋아하는 무기는 칼이고 그는 발이 작고 담배를 안 피운다.

연언 M&A1은 O가 진리일 거라고 예측하지만 M&A2는 그런 예측을 주지 않는다. 상이한 보조 가정들은 가설 M이 관찰된 단서들에 대하여 상이한 예측을 낳도록 만든다.

다음 단계로 호움즈는 A1이 참인가 A2가 참인가를 조사할 것이다. 그는 어느 편이든 신앙을 기초로 인정해서는 안되며 이 문제를 결정해줄 또 다른 증거들을 찾아야 한다. 모종의 이유 때문에 호움즈가 이 두 보조 가정들 중에서 어느 편이 옳은지 알아낼 수 없었다고 하자. 그러면 모라이어티에 대한 그의 수사는 결말을 못 보고 멈추게 된다.

나는 창조론이 이와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다고 생각한다. 신이 생물들 각각을 별도로 창조하였다는 가설은 보조 가정들과 결합할 때에만 검증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보조 가정들을 믿어야 할 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페일리는 자기 나름대로 신을 생각하였다. 다른 창조론자들은 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하여 다른 견해를 선호할 수 있다. 상이한 종교들은 신에 대하여 상이한 방식으로 생각한다. 또 (앞에서 논의된 사기꾼 신처럼) 어떤 주류 종교에서도 찾을 수 없는 신 개념도 있다.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이 중에서 어떤 신 개념은 친숙하고 다른 신 개념들은 아주 이상스럽다는 사실은 선택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들 중 어느 것이 진리이고 어느 것이 허위인지를 알려줄 증거이다. 이런 종류의 증거가 없다면 신이 생물계에 살고 있는 종들을 별도로 창조하였다는 가설을 검사해줄 프로젝트는 결말을 못 보고 멈추게 된다.

나는 앞으로도 신에 관한 어떤 보조 가정이 옳은지 보여줄 수 있는 논증을 그 누구도 제시할 수 없을 거라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내가 전지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된 바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언젠가 독립적으로 지지되는 보조 가정으로 무장한 창조론이 제시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 주장은 아직까지는 어떤 창조론자도 이 일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의 논평이 포퍼에 의해서 제시된 분석과 어떻게 다른지 요약해보자. 창조론에 대한 포퍼주의자들의 비판은 그 이론이 어떤 예측도 못 준다는 것이다. 나는 예측을 줄 수 있는 많은 버전의 창조론들-그중 둘 만 얘기하자면, 페일리의 가설도 있고 사기꾼 신 가설도 있다-이 있기 때문에 이 비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보다는 나의 현재의 반론은 다양한 후보 보조 가설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 결정해 줄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취약성의 미덕

포퍼의 반증 가능성 기준은 과학의 가설들이 관찰 검사에 취약하다는 생각을 정확하게 표명하려는 의도로 제시된 것이었다. 우리가 보았듯이 반증 가능성 기준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과학적 가설이 관찰에 대하여 취약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이 '취약성'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은 아직 열려 있다.

그냥 생각하면 취약성이란 결함이지 미덕은 아니다. 왜 우리가 믿는 가설이 논박 가능한 게 바람직한가? 과학이란 게 경험적인 반박들을 가지고 논파할 수 없는 거라면 과학은 더 확고한 것이 되지 않겠는가?

개연성 원칙이 이 물음에 대답하는 길을 열어준다. 이 원칙의 귀결 한가지는 만일 O가 H2보다 H1을 선호한다면 not-O는 H1보다 H2를 선호할 것이라는 것이다. 만일 P(O/H1) > P(O/H2)라면, P(not-O/H1) < P(not-O/H2)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믿음들이 관찰 증거들에 의해서 지지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이 취약해야 한다. 그것들을 물리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관찰들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우리가 이미 물리친 반증 가능성 기준의 흔적이 아니다. 이것은 개연성 원칙 자체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내 평가와 포퍼의 평가 사이의 또 다른 차이점은 그의 평가가 훨씬 더 야심만만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 진술의 논리적 속성이 그것이 검증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단박에 결정한다고 생각하였다. 내 결론은 더 잠정적이다. 지금까지 어떤 논증도 우리가 어떻게 어떤 보조 가정들이 채택되어야 할지 알 것인지 말해준 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창조론은 검증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강조하였듯이 창조론은 유연한 원칙이다. 그것은 많은 상이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목소리가 큰 그룹은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이다. 이들은 물리학의 상당 부분과 상충하는 지질학적 견해를 주장한다. 그러나 지구가 꽤 나이 먹었으며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가 생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인정하는 창조론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신이 때때로 생물의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개입하여 왔다고 주장한다. 물론 지금 실제로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형태 이외에도 창조론이 취할 수 있는 많은 가능한 형태들이 있다.

이런 점에서 창조론은 다른 주의들(isms)과 비슷하다. 포퍼가 특별히 선택해서 비판하였던 예 중에서 둘 만 거론해서, 맑스주의와 프로이드주의는 다양한 노선으로 전개될 수 있다. 어떤 특정한 버전은 우리가 관찰하는 것과 상충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은 다른 것들도 있었다. 하나의 특정한 버전이 증거에 의해서 논박되면 다른 한 가지 버전이 생겨나서 그 자리를 메운다.

이런 현상은 과학에 낯선 것이 아니라 과학이 추구하는 바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이 장의 서두에서 골상학이 결국에 가서는 버려진 연구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5장에서 우리는 적응주의를 다룰텐데, 이것은 오늘날 진화론의 주류에서 영향력 있으며 논란도 많은 하나의 연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관찰하는 표현형 상의 형질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자연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떤 특정한 집단에서 어떤 특정한 형질에 대한 특정한 적응주의적 설명이 틀렸다고 밝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적응주의자들이 그 형질에 대한 새로운 적응주의적 설명을 생각해내려는 시도를 멈추지는 않는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적응주의는 긴 안목에서만, 수많은 특정한 설명들이 전개되고 검사된 후에만 평가될 수 있는 사상인 것이다.

창조론과 과학적 탐구를 촉발하는 주의들 간에 유사성을 강조하였으니, 이제 차이점도 지적해야겠다. 창조론을 하나의 연구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당한 왜곡일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실제로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그들은 속임수 논증들을 만들어서 순진한 사람들을 확신시키려하고 부주의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 할 뿐이다. 여기서 나는 명제들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창조 이론은 종국적으로는 경쟁하는 연구 프로그램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풀어서 평가받을 수 있는 사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이 이론이 취할 수 있는 버전은 많다. 이 많은 것들을 검토한 다음에야 우리는 이 이론의 그럴법함에 대하여 공정한 평가를 내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관찰은 창조론의 한 버전을 물리칠 지는 모르지만 그 사상이 제대로 돌아갈지 잘 검토하려면 다른 버전들도 연구해보아야 한다.

창조론이 수많은 특정한 노선들로 정식화될 수 있는 유연한 원칙이라고 본다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과학적 창조론"의 장기적인 기록은 형편없는 것이었다. 골상학은 처음에는 몇 가지 약속을 하였지만 장기적으로 아무런 진보도 보여주지 못해서 결국 버려지고 말았다. 창조론도 지금까지는 이보다 나을 게 없었다. 사실 말하자면, 이보다 훨씬 못한 편이었다. 그것은 페일리의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으나 그 이후에는 진지한 사상들의 변두리로 밀려났다가 거기서도 밀려나고 말았다. 어쩌면 그것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할만큼 충분한 시간이 이미 지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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