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의-2.. 페일리의 시계와 개연성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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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의-2.. 페일리의 시계와 개연성 원칙

발견 0 2,116 2002.09.14 14:26
"신학대전(Summa Theologiae)"에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 1224 - 1274)는 신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 중에서 다섯번째가 설계로부터의 논증이었다. 아퀴나스 버전의 설계 논증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제시했던 사상을 세련화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그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설계 논증은 후대에 이르러서야 전성기를 맞았다. 애초에는 영국에서, 그리고 과학 혁명의 시기부터 다아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되는 때(1859년)까지 설계 논증은 최고의 활력을 누렸다. 많은 재주있는 사상가들이 그것을 발전시켰으며, 그들이 발견한 새로운 점들을 논증의 전체 틀 속에 짜넣었다.

이제 많은 철학자들은 흄(David Hume)의 "자연 종교에 대한 대화(Dialogues Concerning Natural Religion 1779)"가 이 논증의 경력에 분수령을 마련하였다고 본다. 흄 이전에는 진지한 사람들이 그 논증에 의해서 설득되는 일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흄의 파괴적인 회의주의의 공습이 있고 난 후 이 논증은 철저하게 무너져내렸고 그후 영원히 그 모습을 복구할 수 없었다.

사상사의 이 대목에 관심을 가진 생물학자들은 종종 다른 견해를 취하기도 하는데 (Dawkins 1986), 다아윈의 "종의 기원(Origin of Species)"이 분수령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최초로 적응에 대한 그럴법하고 무신론적인 설명이 제시되었다. 다아윈 이후에는 더 이상 유기체들의 적응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지성적인 설계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

물론 창조론자들은 이 역사적인 문제에 대하여 또 다른 견해를 취한다. 그들은 그 논증이 흄에 의해서도 다아윈에 의해서도 죽지 않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살아있고 건강하다고 본다.

설계 논증의 역사에 대하여 두 가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는 사회학적인 문제제기로서, '언제 교육받은 사람들의 의견이 설계 논증에서 등을 돌렸는가' 하고 묻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흄의 "대화"가 논증을 끝장내지 못했다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 흄의 유고가 출판되고나서 "종의 기원"이 나오기 전까지 이 논증은 가내 공업 정도의 번성은 이룩하였다. "브릿쥐워터 논문집(Bridgewater Treatises)"이라고 불리운 일련의 책들이 나왔는데, 여기서 영국 최고의 철학자들과 과학자들 몇몇이 설계 논증을 매우 진지하게 고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학적 사실은 설계 논증에 대해서 물을 수 있는 두번째 문제, 즉 '언제 그 논증이 결정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는다. 오늘날 많은 철학자들은 흄이 결정타를 날렸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견해로 보면 "브릿쥐워터 논문집"에서 제시된 생각들은 강시였다. 설계 논증은 이미 시체가 되어 몸이 굳었는데도 나와 돌아다닌 것이다.

설계 논증에 대한 흄의 몇 가지 비판은 다음 절에서 살펴보겠다. 지금은 먼저 그 논증의 논리를 확인하고 싶다. 나는 윌리엄 페일리(William Paley)가 그의 "자연 신학(Natural Theology 1805)"에서 제시한 버전을 가지고 논의하겠다.

설계 논증은 그 지지자들의 의도로 본다면 최선의 설명에의 추리(inference to the best explanation)(퍼어스(C.S.Peirce)의 용어로 하면 "귀추법(abduction)")이다. 생명을 가진 물체에 대해서 반드시 설명되어야 하는 두 가지 근본적인 사실이 있다. 유기체들은 복잡하고 잘 적응되어 있다. 그것들의 복잡성은 무질서한 부분들의 범벅이 아니다. 그 부분들을 극도의 주의력을 가지고 검사해보면 상이한 부분들이 전체 유기체가 잘 동작하는 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분간해낼 수 있다.

페일리는 이러한 관찰 자료에 대한 두 가지 가능한 설명을 고려하였다. 첫째는 유기체들이 지성적인 설계자에 의해서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신은 자기들이 직면하는 과제들에 잘 대처하도록 유기체를 만들어낸 엔지니어이다. 두번째 가능한 설명은 무작위적인 물리력이 물질 덩어리에 작용해서 그것들을 생명체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페일리의 목표는 첫째 설명이 둘째 설명보다 훨씬 더 그럴법하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었다.

설계 가설이 무작위 가설보다 더 잘 지지된다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서 페일리는 한 가지 유비를 만든다. 내가 덤불숲을 건너다 시계 하나를 발견하였다고 하자. 나는 그 시계의 뒷면을 열고 그것이 아주 복잡할 뿐 아니라 그 부분들이 시계 전체가 시간을 재는 데 알맞도록 연결되어 있음을 관찰한다. 내가 이 물건의 존재와 특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그 시계가 지성적인 설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시계공이 그것을 그런 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복잡하고 또 시간을 재는 데 맞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무작위적인 물리적 과정들이 금속 덩어리에 작용해서 그 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와 바람과 번개가 물질 덩어리에 가해져서 그것을 시계로 바꾼 것이다.

시계의 존재와 특징에 대하여 어떤 설명이 더 그럴법한가? 페일리는 설계 가설이 시계의 관찰적 특징들에 의해서 훨씬 더 잘 지지된다고 말한다. 그리고나서 그는 독자에게 말한다. 만일 여러분이 시계에 관한 두 가설에 대한 이런 평가에 동의한다면 여러분은 생명체의 복잡성과 적응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결론지어야 한다. 두 경우에 있어서 설계 가설은 무작위 가설보다 훨씬 더 그럴법하다.

나는 페일리가 두 개의 논증들을 만든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하나는 시계에 관한 논증이요, 또 하나는 생명체에 관한 논증이다. 그는 두번째 논증이 적어도 첫번째 논증만큼 강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면 설계 논증은 두 논증에 대한 하나의 논증이 된다.

이 두 논증들 각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두 논증은 다루는 제재는 시계와 유기체로 서로 다르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두 논증이 모두 개연성 원칙(Likelihood Principle, Edwards 1972)을 사용하고 있다. 관찰에 의해서 진리라고 알려진 하나의 진술이 있다고 하자. 이것을 O라고 부르자. 그런데 왜 O가 진리인가에 대한 두 개의 가능한 설명(H1과 H2)이 있다고 하자. 개연성 원칙은 이렇게 말한다:

H1이 H2보다 O에 훨씬 더 큰 개연성을 부여할 때 그리고 오직 그 때에만 O는 H2보다 H1을 강하게 선호한다.

확률론의 표기법으로 하면 이 원칙은 이렇게 된다:

P(O/H1) >> P(O/H2)일 때 그리고 오직 그 때에만 O는 H2보다 H1을 강하게 선호한다.

"P(O/H1)"라는 표현은 관찰 O에 비추어 볼 때 가설 H1이 갖는 개연성을 나타낸다. 이 값을 O에 비추어 볼 때 H1이 갖는 확률값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P(O/H1)를 P(H1/O)와 혼동하지 말라는 뜻이다. "개연적이다"와 "확률이 높다"는 표현은 일상어법에서는 서로 바꿔 쓸 수 있지만 여기서 나는 피셔를 따라서 이 말을 아주 다른 뜻으로 쓰고 있다.

P(O/H1)와 P(H1/O)가 어떻게 다른가? 왜 한 가설의 개연성과 그것의 확률을 구별한다고 법석을 떠는 건가? 다음의 예를 생각해 보라. 그대와 내가 어느날 밤 오두막 집에 앉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락방에서 구르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그게 무슨 소리였을까 궁금해 한다. 나는 다락방에 그렘린들이 있어서 걔들이 보울링을 하고 있었다는 설명을 제시한다. 그대는 이 설명이 터무니없다고 물리친다.

O가 "다락방에서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관찰 진술이라고 하자. 그리고 H가 "다락방에 그렘린들이 있어서 걔들이 보울링을 하고 있다"라는 가설이라고 하자. P(O/H)는 매우 높지만 P(H/O)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가. 만일 정말로 다락에서 그렘린들이 보울링을 하고 있었다면 그런 소리가 날 거라고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렘린들이 보울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별로 그럴법해지지 않는다. 우리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할 때, 그렘린 가설은 개연성은 높지만 확률은 낮다.

이 예는 한 진술의 개연성이 진술의 확률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외에도 한 진술의 그럴법함에는 그것의 개연성 이상의 것이 포함된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렘린 가설은 개연성이 매우 높다. 사실 다락방에서 난 소리에 대해서 다른 어떤 설명도 이보다 더 개연성이 높을 수는 없다고까지 말할 정도이다. 그러나 그렘린 가설은 그리 그럴법하지 않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개연성 원칙이 규명해주는 것이 무엇이고 규명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진다.

이 원칙은 고려 중인 관찰들이 어떤 가설을 더 선호하는지 말해줄 뿐이다. 이 원칙은 고려 중인 증거들에 의해서 더 잘 지지되는 가설을 믿으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경우에 따라서 그 관찰들이 어느 한 가설을 더 선호한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어느 가설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거부할 수도 있다. 개연성 원칙은 가설을 인정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증거면 충분한지 알려주겠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주어진 증거들의 의미를 평가하는 한 장치일 뿐이다.

개연성 원칙이 말해주지 않는 사항이 또 한 가지 있으니, 주어진 관찰 이외의 다른 정보들이 담고 있는 함축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렘린 경우에 우리는 명제 O에 기록되어 있는 것 말고도 세계에 대해서 무지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그렘린 가설은 O와 관련해서는 개연성이 높으나, 우리는 이런 고려에 앞서서 이미 이 가설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설의 전체적인 그럴법함이란 것은 그것이 현재의 관찰과 관련해서 갖는 개연성과 그것이 이보다 앞서서 갖고 있는 그럴법함 양자의 함수이다. 개연성 원칙은 두 가설 중에서 (고려 중인 관찰들과 관련하여) 더 개연적인 가설이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것들과 관련하여) 더 큰 전체적인 그럴법함을 갖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연성 원칙은 주장하는 바가 아주 겸손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믿으라고 말하지도 않으며, 경합하는 두 가설 중에서 어느 것이 전체적으로 더 그럴법한지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주어진 단일한 관찰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만을 말할 뿐이다. 첫째 가설은 O가 예상된 것이었다고 말하는데 둘째 가설은 O가 진리라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말한다면 O는 둘째 가설보다는 첫째 가설을 선호한다.

이제 페일리의 논증으로 돌아가자. 앞에서 나는 그의 논증이 두 논증들, 시계에 대한 논증 하나와 생명체에 대한 논증 하나를 비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말하였다. 시계 논증과 관련된 진술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A:      이 시계는 복잡하고 또 시간을 재는데 맞도록 되어 있다.
W1:    이 시계는 지성적인 설계의 산물이다.
W2:    이 시계는 무작위적인 물리 과정의 산물이다.

페일리는 P(A/W1) >> P(A/W2)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나서 그는 같은 유형의 분석이 다음의 세 명제에 대해서도 성립한다고 말한다:

B:      생명체들은 복잡하고 생존의 과제들에 알맞도록 되어 있다.
L1:    생명체들은 지성적인 설계의 산물이다.
L2:    생명체들은 무작위적인 물리 과정의 산물이다.

페일리는 시계에 대하여 자기에게 동의한다면 P(B/L1) >> P(B/L2)에 대해서도 동의해야 한다고 논증한다. 두 논증의 제재는 다르지만 그들의 논리는 똑같다. 둘 다 최선의 설명에로의 추리로서, 어떤 가설이 주어진 관찰에 의해서 더 잘 지지되는가 하는 것은 개연성 원칙에 호소해서 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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