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의-1.. 시대 착오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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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의-1.. 시대 착오의 위험

발견 0 2,203 2002.09.14 14:25
하나의 사상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현재 우리의 사고방식을 되돌려서 과거를 읽어내는 일을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지금 인정할 수 없다고 간주하는 사상이 처음부터 결코 진짜 과학의 일부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예를 들어서 골상학이 사이비 과학이라는 주장을 생각해보자. 비록 나는 오늘날 골상학을 믿는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진지한지 의심하겠지만, 그렇더라도 그것이 19세기에 진지한 연구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프로그램은 세 가지 주요 주장에 의해서 인도되었다. 첫째, 골상학자들은 구체적인 심리학적 특징들이 두뇌의 특정한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둘째, 그들은 사람들이 가진 재능이나 심리적 성향이 클수록 그 사람 두뇌의 해당 부분은 더 클거라고 주장하였다. 셋째, 그들은 두개골의 튀어나온 부분과 오목한 부분들이 두뇌의 외형을 반영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세 가지 생각이 주어지면 사람들의 두개골의 형태를 측정함으로써 그들의 정신적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마땅하리라고 그들은 추리하였다.

골상학자들은 어떤 정신적 특징들을 근본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그 특징들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였다. 뱀에 대한 공포가 하나의 형질인가, 아니면 공포심이라는 더 일반적인 특징이 신경적인 실재성을 갖는 특징인가? 만일 공포심이 고찰되어야 할 올바른 형질이라면 그것은 두뇌 모양에서 어느 정도 세세한 영역에 대응하는가? 골상학자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별다른 진보를 이루지 못하였다. 다양한 버전의 골상학 이론이 전개되었지만 어느 것도 제대로 경험적인 확증을 받지는 못하였다. 얼마 후, 그 연구 프로그램은 더 이상 굴러가지 않았다. 그 분야는 아무런 진보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그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 되었다.

골상학을 바라보는 현대의 두뇌 과학자들은 두개골의 측정이 사이비 과학이라고 보고 싶을 수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지금 진리인 것이 그 당시에는 진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골상학 연구 프로그램의 적어도 둘째와 셋째 주장에 반대하는 심각한 증거들은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그 틀에서 연구하던 사람들은 과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 되지는 않는다. 그들의 생각은 틀렸지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들이 알았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이다.

지금에 와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골상학의 사상을 옹호하겠다고 나서서 골상학 이론들에 대해서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압도적인 반대 증거들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머리통의 융기가 사람의 정신이 어떠한가를 정말로 나타내준다고 독단적으로 주장한다고 해보자. 이 사람들의 사상을 사이비 과학으로 간주할 것인가? 여기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람들과 그들이 주장하는 명제들은 구별되어야 한다. 이 현대의 골상학자들은 옹고집들이다. 그들은 비과학적이라고 불릴만하게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옹호하는 명제들도 과학적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이 사람들은 많은 과학적 증거에 의해서 이미 논박된 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그 명제들은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과학적이다.

나는 방금 적절한 증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비과학적이라고 말하였다. 물론 과학자들은 절대로 꼴통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들도 역시 사람이고, 따라서 비과학자들이 보여주는 온갖 약점들을 다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꼴통 짓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점에 있어서 얼마나 자주 성공적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한 사람이 비과학적으로 행동한다는 것과 그 사람이 옹호하는 이론이 전혀 과학적 명제가 아니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사실 완벽하게 과학적인 명제를 놓고서 꼴통짓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지구는 납작하다는 명제는 과학적 명제다. 그것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될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검증을 통해서) 그것이 거짓이라고 간주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납작-지구론자들이 이 명제에 반대하는 증거들이 하고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 완벽하게 검증 가능한 명제를 독단적으로 고집할 때 그들은 과학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골상학자들과 납작-지구론자들에 대한 지금까지의 말은 몇 가지 주요한 결론들을 위해서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창조론에 얘기로 나아가보자. 창조론자들은 종들이 각각 신에 의하여 별도로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종들은 계통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자연 선택의 영향 하에서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진화하지 않았다. 창조론이 과학적 이론인가? 만일 그렇다면 왜 과학자들은 그것을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는가? 창조론자들은 과학자들이 지성적 설계의 가설을 물리치는 것은 열린 태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진화 생물학자들은 비과학적인 꼴통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창조론자들이 이런 질문을 밀어부치는 것은 그들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등학교 생물학 과정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줄이거나 없애고 싶어하며 공립학교에서 성경의 창조 이야기가 가르쳐지기를 바란다. 전술적인 문제로서, 그들은 자기들의 견해가 본성 상 종교적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의 야심은 좌절될 것이다. 미국의 헌법은 교외와 정부의 원칙적인 분리를 지지하며 법원도 그것을 지지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그들은 "창조 과학"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창조 과학자들은 창조론을 성경의 권위에 호소함으로써가 아니라 증거에 호소해서 옹호하려고 시도한다. 그들의 입장이 진화론과 같은 정도의 과학적 지지를 받는 하나의 과학이론이라면 창조론자들은 두 이론이 "똑같은 시간"을 배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 단락은 창조론자들의 동기를 기술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창조론자들이건 또는 진화론자들이건 그들의 동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들이 자기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동기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옹호하는 그 입장의 논리를 평가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이제부터는 사람들이 아니라 명제들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자.

나는 창조론의 가설들 중 몇가지는 검증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 이론은 골상학의 원칙들이나 납작-지구론자들의 생각과 같다. 이것이 옳다면 창조론을 공립학교에 못 들어가게 해야 하는 이유는 창조론적 이론들은 종교적이고 생물학 과정은 과학을 가르치는 과정이기 때문이 아니다. 창조론은 오히려 생물학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가치가 없는 다른 불신임된 이론들과 처지가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골상학이나 납작-지구론의 생각들을 배척하는 것은 그것들이 비과학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과학적으로 논파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동등한 시간이란 창조론이 받을만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창조론이 진화론의 사상사에서 지워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과학 교육에서 언급없이 넘어가야 할 주제는 아니다. 진화론적 사고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의 이론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생하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론은 진화론과 경합하던 영향력 있는 사상이었다. 창조론은 가르쳐져야 하지만 그것은 창조론이 그럴법한 진리의 후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의 실패가 명백하도록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창조론의 이름 아래 통하는 것들은 한때 활력있는 지성적인 전통이었던 것의 화석화된 유물들이다. 내가 보기에 현재에 창조론자들에 의해서 생산되는 책들과 논문들은 그 사상에 아무런 진지한 기여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창조론의 초창기 옹호자들의 글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다아윈의 시대 이전에 철학과 과학에서 가장 뛰어나고 똑똑하던 몇몇 사람들이 유기체의 적응성은 오직 유기체들이 지성적인 설계의 산물이라는 가설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고 논증하였다. 이런 논증 방식-이것을 설계 논증이라고 한다-은 진짜 지성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생각으로서 고찰될 가치가 있다. 그것은 미치광이의 환상이 아니라 창조적인 천재의 결실이었다.

여기서 독자들께서는 시대착오적 사고의 위험을 다시 상기하시기 바란다. 현대의 창조론이 진지하게 취급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이론이 과거에도 진지한 입장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진화론자들은 현대의 창조론자들이 사이비 과학의 선전가라고 본다. 그리고는 여기서 곧바로 창조론이 언제나 과학적 세계관에 반대편에 있어왔다고 결론짓는 경우가 가끔 있다.

설계 논증이 한때 가졌던 힘을 이해하려면 과학적 사고 방식과 종교적 사고 방식이 서로 근본적으로 대립한다는 식의 근대 이래에 친숙해진 태도를 잠시 유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요즈음에는 종교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종교적인 확신은 이성이 아니라 신앙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은 아주 흔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은 종교적인 확신을 이성적인 디딤돌 위에 세우고자 하는 이성 신학의 전통에서 보면 전혀 낯선 것이다. 서양 철학에서 최고의 저작들 중 많은 것들이 이러한 전통 하에서 쓰여졌다. 설계 논증은 하나의 "과학적 논증"으로 의도된 것이다. 이 표현에 인용부호를 단 이유는 곧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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