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기독교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템플턴상 수상자로 미국의 물리학자인 찰스 타운스 박사가 선정됐다.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기독교에 대한 공로가 큰 성직자들이 주로 수상했다. 한국에서도 영락교회를 세운 고 한경직 목사가 이 상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에는 놀랍게도 레이저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는 저명한 과학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과학자들 가운데 독실한 기독교도가 적지 않다. 하지만 템플턴상은 단순히 믿음이 깊다고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다. 뭔가 공헌이 있어야 받는다. 찰스 타운스 박사가 과학자이면서도 ‘생명의 탄생에는 진화 이외에 다른 존재에 의한 설계가 있다’고 믿는 지적설계론(intelligent design)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면 수상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교육계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교육 내용을 놓고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다윈의 이론에 입각한 진화론을 가르쳤다. 이에 대해 보수적인 기독교계에서는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성경의 기록대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며 강력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미국 법원이 진화론 교육을 정당화하는 판결을 한 데다 진화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업적의 발전으로 인해 진화론 교육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의문이 제기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미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보수주의의 영향으로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진화론에 대해 새삼스레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창조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앞에 나서서 학교에서 당장 성경에 적힌대로 가르치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정교분리를 강조하는 미국 헌법에도 위배되는 데다 언론이나 지식인들로부터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창조론을 대신해 내세우는 이론이 바로 지적설계론이다.
‘초월적 설계자’ 없이는 현실 이해 못해
원래 지적설계론은 19세기 영국에서 윌리엄 페일리라는 목사가 주장했다. 그는 “들판에서 시계를 발견하면 뛰어난 지능이 이를 만들고 작동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듯이 생명체도 고도의 지적인 설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페일리의 이론은 곧 이어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면서 과학계에서는 사장됐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등 초기 미국 지도자들에게 수용됐다. 이들은 ‘섭리(Providence)’ ‘위대한 설계자(Grand Designer)’ 심지어는 ‘위대한 시계공(Great Clockmaker)’ 등의 용어를 구사하며 생명의 탄생에는 어떤 지적인 설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러한 지적설계론은 하나님이 인류를 창조했다는 창조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서면서는 미국에서도 진화론 교육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종교인이나 정치인이 아닌 일단의 과학자들이 지적설계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들도 ‘생명체의 구조가 너무나도 복잡하기 때문에 자연계에서 임의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힘이나 지능의 고도의 설계가 있었다’고 보는 점에서는 페일리의 이론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페일리의 이론이나 창조론과 다른 점은 진화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지적설계론을 들고 나온 사람들은 생명체가 단기적으로 진화하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뭔가 거대한 힘이 생명체를 만든 다음에 진화라는 과정에 돌입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현대물리학이나 천체물리학의 최신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지적인 설계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가령 인간의 DNA가 지금처럼 질서있게 자리잡을 확률은 10의 4만제곱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 또 우주가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잡은 것도 10의 10제곱의123제곱분의 1에 불과한 확률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기적에 가까운 확률의 실현 가능성을 방대한 브리태니커 사전에 인쇄된 모든 활자들을 우주에 집어던지고 이것들이 스스로 의미를 갖는 단어와 문장들로 결합해 지금의 사전으로 만들어지는 꼴이라고도 표현한다. 어떤 초월적인 설계가 없이 활자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사전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진흙 속의 유기물에서 단세포 생물이 창조돼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진화론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길 것이라고 지적설계론자들은 본다.
이처럼 과학이 발달할수록 어떤 지적인 설계에 따라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확신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이 요즘의 지적설계론의 경향이다. 앞서 말한 템플턴상 수상자인 타운스 박사도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는 것과 우주의 존재하는 목적을 이해하는 일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목적이란 바로 설계자의 의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설계론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크게 반발한다. 저명한 유전학자인 옥스퍼드대학의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지적설계론의 “가장 큰 맹점은 설계자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도킨스 교수는 “지적설계론자들은 무지와 이해부족이라는 출발점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며 “지적설계론은 없는 것이며 제로다”라고 통박한다.
“과학에 해롭다” 과학계 반발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수주의 물결이 사회를 휩쓸면서 진화론에 대한 거센 도전이 일고 있다. 2004년 펜실베이니아 도버시의 교육위원회가 지적설계론을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이 연방법원에 금지해 달라고 제소했지만 패했다. 조지아주의 콥 카운티에서는 과학책에 “이 책에는 진화론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한 진화는 이론이지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내용은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 조심스럽게 연구하고 비판적으로 생각돼야 한다”고 쓴 스티커를 붙였다. 이에 대해서는 법원이 스티커를 제거하라고 판시했다. 지적설계론자들은 보수적인 교단의 자금 지원으로 각종 교육재단을 설립, 적극적으로 이론을 보급하고 있다.
이처럼 지적설계론의 진화론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되자 미국의 과학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난해 12월 ‘다윈은 틀렸는가?’라는 제목으로 특집을 마련했다. 이 잡지는 그러나 기사에서는 커다란 제목으로 “다윈은 틀리지 않았다. 진화의 증거는 넘쳐난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적설계론은 현대과학의 성과를 일정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하나님이 6일 만에 세상을 창조했다는 성경을 바탕으로 하는 창조론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하지만 다수의 과학자들은 학교교육에 창조론을 주입하려 만들어진 ‘트로이의 목마’라며 비판한다. 사실보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점에서는 같기 때문에 신창조론이라고도 부른다.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으로 포장된 지적설계론이 창조론보다 과학에 더 해가 된다고 본다. 우주에서 어떤 설계가 발견된다는 주장은 얼핏 창조론과는 다른 과학적인 주장처럼 들려 교과서에 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태영 조선일보 출판국 기획위원(tywoo@chosun.com)
스파이더맨 (2005-05-31 06:39:14)
바로 이런 걸 사이비 과학이라고 부르죠. 겉으로는 과학처럼 위장하지만 실제로는 엉터리 종교론에 불과... 쳇!!!! 사기꾼들!!!!!!
지들 머리로 도저히 이해가 안될것 같으니까, 엉뚱한 소리나 해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