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 화석 ⓒ [고 원용 wykoh@lycos.co.kr] 1월 4일에 미국 항공우주국이 발사한 쌍둥이 화성 탐사 로봇 중 첫째인 "스피릿"이 화성 표면에 착륙해서 활동을 시작했다. 1월 25일에는 둘째인 "오퍼튜니티"도 착륙해서 탐사를 시작할 것이다. 지난 12월 25일에 착륙을 시도한 유럽우주국의 "비글 2"는 유감스럽게도 소식이 끊긴 상태이다. 이 화성 탐사선들의 첫째 임무는 화성에 생명에 필수적인 물이 존재했었는지를 알아내려는 것이다. 지금은 화성에 생명의 흔적이 없지만 과거에는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1996년에 미국 항공우주국의 데이비드 S. 맥케이 팀이 남극에서 발견한 화성의 운석 ALH84001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해서 큰 관심을 끌었다 (Science, Volume 273, Number 5277, 16 August 1996, pp. 924-930). 이들은 ALH84001에서 찾은 모양과 크기(오른쪽 사진의 A,D,F)가 컬럼비아 강바닥에 사는 세균의 그것(B,C,G)과 비슷하고 생물체가 이 모양들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맥케이 팀은 ALH84001에서 발견한 탄화수소와 자성을 띤 결정도 생명체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생물적인 과정에서도 이러한 모양이나 탄화수소, 자성 결정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은 ALH84001에서 찾은 흔적을 생명체의 증거로 보지 않는다.
1980년대에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와라우나 지층에서 찾은 복잡한 모양을 생명체가 만든 것이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이 지층의 나이가 35억년이나 되기 때문에 어떤 과학자들은 지구에 그렇게 빨리 복잡한 생명체가 나타났다는 것을 믿기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복잡한 모양을 만드는 무생물적인 과정이 알려지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생명체에서 온 듯한 탄소 화합물도 찾았기 때문에 이것을생명체가 남긴 "마이크로화석"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 마이크로 화석 ⓒ 스페인 의 그라나다 대학교의 후안 마누엘 가르시아-루이즈와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립 대학교의 스테펜 하이드 연구팀은 그렇게 복잡한 모양을 만드는 무생물적인 과정을 찾아냈다 (Science, Volume 302, Number 5648, 14 Nov 2003, pp. 1194-1197). 이들이 만들어낸 결정의 모양(왼쪽 두 사진 중 위)은 35억년 된 오스트레일리아 바위에서 찾은 "마이크로화석"의 모양(왼쪽 두 사진 중 아래)과 매우 비슷하다.
더구나 가르시아-루이즈 팀은 이 모양들을 35억년 전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조건에서 만들었다. 이 결정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바륨, 탄산 이온 등은 "마이크로화석"이 발견된 셔트 암석에 존재한다. 스테펜 하이드가 이 결정을 페놀이나 포름알데하이드 같은 간단한 유기 분자에 적셔서 조금 가열했더니 "마이크로화석"에서와 비슷한 탄소화합물의 흔적이 나타났다. 이들은 "마이크로화석"이 무생물적 과정에서 생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바위는 죽은 것이고 배추는 산 것이지만 죽은 것과 산 것의 경계는 그렇게 명확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바다 밑바닥의 열수 분출구에서 생명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A. G. 카이언스-스미스는 생명(유기물 복제자)가 나타나기 전에 무기물 결정으로 이루어진 무기물 복제자가 진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인간이 다른 동물로부터 완전히 구분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균과 사람이 RNA, DNA, 단백질처럼 같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침팬치가 도구를 사용하고 전쟁과 살인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됨에 따라 생물계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지식이 늘어나면 생물과 무생물을 복잡함의 정도가 달라지는 연속선 상에서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