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과 합리적 선택

초보안티들에게 엄청난 날개를 달아 줄 창조과학회 허접사기자료에 대한 반박게시판입니다

창조론과 합리적 선택

(ㅡ.ㅡ) 0 3,205 2003.09.30 15:06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eyedee (아이디)
날 짜 (Date): 1996년04월22일(월) 15시37분07초 KST
제 목(Title): 창조론과 합리적 선택


    이 보드의 진화론에 관한 논쟁을 보니 객관적 논리나 증거 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사물을 재단하려드는 사람들의 속성이 잘
    드러나는 듯하다.
   
    누구든지 진화론과 창조론 중 어느것이 맞는지 100% 확신을 갖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참일 개연성이 아주 높은 (즉 증거가 많은) 이론과 참일 개연성이
    아주 낮은 (즉 증거가 거의 없는)이론이 있을 때 잠정적으로나마 전자를
    수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두가지의 만원 짜리 복권 A, B가 있는데 상금은 10만원으로 동일하다고
    하자. A의 당첨확률이 1/10  B의 당첨 확률이 1/50일 때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A 복권을 살 것이다.   
   
    창조과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와는 거꾸로 행동하는 듯 보인다.
   
    불완전하기는 하나 증거가 압도적인 진화론과 주관적 신념외에 증거가 거의
    없는 창조론 중 어느 것을 수용하는 게 합리적 태도인가?
   
    99% 대 1%의 차이는 아닐지 몰라도 진화론을 입증하는 증거가 더 많은 것은
    객관적 사실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론자들이 창조론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지능이 낮아서 인가?  그렇지는 않다.
   
    사물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에선 그들은 비합리적이지만
    자신의 효용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창조론의 배격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약화시키고 이는 다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구원의 가능성을 없애버릴 수 있으므로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또는 심판의 가능성을 두려워해서 이기도하다).
   
    더구나 그 창조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종교가 타 종교에 의한 구원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배타성을 지니고 있을 때 이런 기대나 두려움은
    배가된다.
   
    즉 그들은 머리가 나빠 창조론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창조론을 신념으로
    가질 때 있을 수 있는 잠재적 편익 (그 편익이 실현될 확률은 극히 낮지만
    현실화 될 경우의 편익의 값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편익의 기대값은
    상당히 크다)을 고려해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나름대로는 합리적 행위인 것이다. (전두환이 아들은 지 아버지가 큰
    잘못한 게 없다고 믿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
   
    인간에게는 지적 호기심이나 탐구심이 있으므로 이론의 수용/배척이 간접적
    편익이나 비용을 동반하지 않을 경우에는 합리적 이론을 수용하겠지만
    그 이론의 수용 배척이 가져올 편익/비용이 상당히 큰 경우에는 합리적
    판단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weight을 이론의 합리성 보다는 이론의 채택 여부에 따른 간접적
    이해득실에 비중을 더 두는 사람에겐 증거를 제시해봐야 헛수고일 뿐이다.
   
    물론 교조적 창조론자들은 나의 이러한 분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잠재적)효용극대화를 위해 비합리적 이론을 수용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신념(또는 그 신념에 이르는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켜 잠재적 효용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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