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질긴 생명력을 보라!
극단적 환경에서 서식하는 호극성 생명체들…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무게 싣기도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해안 중간지대에 있는 샤크 베이에는 원시 생명체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의 생물체 가운데 하나인 단세포 원시 미생물(남조류) 위에 퇴적물 입자들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가 바로 그것이다. 이곳은 바닷물이 잘 빠지지 않고 염도가 높아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럼에도 남조류 시아노박테리아는 낮에 광합성을 하면서 끈적끈적한 조류의 표면에 부유물을 흡착하거나 엉켜붙으며 35억년 이전부터 생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지구의 대기에 산소를 배출한다. 이런 원시 미생물들은 지구 초기의 생명체 활동을 보여주면서 우주에 존재할지 모르는 생명체의 흔적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 태초의 생명체 흔적을 간직한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베이.
미세 생명체를 향한 ‘골드러시’
지구상의 생명체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나름대로 환경에 적응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특히 호극성 미생물(Extremophiles)은 매우 극단적인 환경에 적응하면서 놀라운 생존술을 연마했다. 이들은 독특한 생화학적 작용을 개발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미생물의 생존술을 전수받아 신약 개발이나 환경정화 등에 폭넓게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머린바이오(marine-bio) 21 사업’을 추진해 해양 생명공학에 관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심해·극지 등에 서식하는 1천여만종의 해양생물의 특성을 연구해 의료·제약·신소재 등에 응용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관련 산업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미세 생명체들을 향한 ‘골드러시’가 시작된 셈이다.
그렇다면 생명체는 얼마나 지독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최근 과학자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겁거나 물이 없는 상태, 산성 방사성 환경 등지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을 잇따라 발견하고 있다. 심지어 해저 분출구나 얼음, 온천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어쨌든 질긴 생명력으로 따진다면 미생물을 따를 게 없다. 평범한 미생물일지라도 수천kg의 압력에서 목숨을 이어갈 정도이다. 일부 박테리아는 대기압(14.7psi: 1인치당 14.7파운드의 무게가 작용한다는 의미)의 1만7천배에 이르는 압력을 견뎌내기도 했다. 사람의 소화기에서 발견되는 대장균의 일종인 ‘이콜라이’(E.coli)를 포름산염과 물에 섞은 다음 다이아몬드 모루에 올려놓고 25만psi(1만7500kgf/㎠)까지 압력을 올려도 살아남은 게 적지 않았다. 이 상태는 밀도가 일반적인 얼음보다 훨씬 높다. 미생물들은 높은 압력에서도 포름산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생물들. 화산 분기공 주위에 사는 폼페이지렁이.
대부분의 생명체는 섭씨 55도 이상에서 생존하기 힘들다. 그런데 대서양 심해에 서식하는 ‘폼페이지렁이’는 거의 물이 끓을 정도의 고온에서 끄떡없이 지낸다. 길이 10cm가량의 폼페이지렁이는 뜨거운 화산 분기공 주위를 안식처로 삼는다. 화산 분기공은 지구 중심에서 강력한 광물질이 솟아오르게 하는데, 이때 주변 온도가 무려 300도나 된다. 금속 황화물의 분화구에서 나오는 초고열의 유동액은 지렁이의 체온을 80도까지 데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체온이 올라도 분화구 벽에 붙어 있는 지렁이의 몸통 반대쪽은 20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폼페이지렁이는 박테리아로 열을 차단해 세포와 조직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궤양을 유발하는 미생물과 연관된 이 박테리아는 새로운 효소 약제 개발에 응용되고 있다. 또한 열에 잘 견디는 미생물의 효소들은 우물 속의 기름을 제거하고 옥수수 줄기를 설탕으로 바꾸기도 한다.
사람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 불과 몇도의 차이만 있더라도 사람은 생명 현상을 이어가지 못한다. 온도계 눈금이 100도를 웃도는 사우나에서 견디는 것은 습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만일 습도가 높다면 이내 숨이 끊어질 수도 있다. 에스키모인이 아니라면 영하 10도 안팎의 온도에서 견디는 것도 엄청난 고통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빙하지대에 서식하는 호극성 미생물들에게 그런 온도는 ‘뜨거운 환경’일 수도 있다. 크기가 보통 100마이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 해빙 미세조류는 빛이 없거나 낮은 온도에서 지내는 데 익숙하다. 북극 해양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주요한 구실을 하는 해빙 미세조류는 영하 30도의 조건에서도 얼지 않은 채 생존한다. 이들은 체내에서 부동액 구실을 하는 당단백질(glycoprotein)을 분비해 세포와 조직의 냉동을 막는다. 극지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의 혈액 빙점은 해수보다 낮아서 바다가 얼어붙어도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
▷ 화학합성으로 생존하는 지오벡터스.
폐수와 급랭 · 온탕 넘나들며 생존
호극성 미생물은 아주 더러운 환경에서도 익숙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프로테오박테리아과에 속하는 미생물은 철광석 폐기물이 가득한 곳에서 번듯하게 지낸다. 액체 상태의 폐기물로 범벅이 된 수소이온농도지수 12.8의 열악한 환경에서 종족을 보존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부식성 소다나 광택제에 찌든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극단적인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수소산화제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광 폐기물의 부식 과정에서 나오는 수소를 먹고 사는 것이다. 알칼리성이 높은 지역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산업 폐기물을 처리할 때 유용하다. 녹동균(Pseudomonas)은 다양한 생화학 반응으로 독성 폐기물을 처리한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방사선량의 100만배나 되는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의 게놈 지도도 나왔다. 언젠가는 유전자 서열을 활용해 핵 폐기물을 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호산성(aced-loving) 미생물을 이용하면 농작물에서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도 있다.
이렇듯 열악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심지어 미생물을 이용해 금 먼지를 고체의 금으로 바꾸는 미생물도 발견됐다. 지오벡터스(Geobactors)라는 미생물은 온천이나 바다의 화산 분화구 등에서 서식하며 용해된 먼지를 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지녔다. 이들은 바다 밑에 있는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기는 가스를 먹으며 광합성 대신 화학합성으로 살아간다. 이들의 놀라운 존재양식은 이런 미생물의 존재는 화산과 지진이 있는 태양계의 다른 별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호극성 미생물들이 극단적인 지구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우주의 황량한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둥지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호극성 미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물 속이나 화성의 얼음층이라 해도 생명체의 존재를 부정할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우주는 아직까지 물의 존재에 대한 확신도 주지 않고 있다.
한겨레21/김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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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여러분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