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비형식적 오류-언어적 오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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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3 08:27
46) 술어(述語)를 실체어(實體語)로 여기는 오류
[술어적 이다와 동일성의 이다를 혼동하는 오류(fallacy of confusing is predicate and is of identity) ]
"신은 사랑이다. 그리고 진실한 사랑은 흔하지 않다."
이 추리는 "신은 사랑이다"라는 진술의 이다가 사랑을 신의 속성으로 표현하는 술어적 이다인데, 신=사랑이라는 동일성의 이다로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47) 강조의 오류(fallacy of accent)
문장의 한 부분을 강조하는 데서 발생하는 오류이다.
모세의 율법에 "너희는 이웃에게 거짓증거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웃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거짓증거 해도 좋다고 생각하면 이웃에게를 강조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 오류는 강조되는 표현에 원문에는 없는 ......만이라는 한정된 어미를 덧붙이는 오류이다.
너희는을 너희만은으로 강조하면, 다른 사람은 이웃에게 거짓증거해도 좋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거짓증거를 거짓증거만이라 강조하면, 거짓증거 외의 다른 행위를 이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오류이다.
강조의 오류는 좀 더 넓은 맥락 속에서도 범해질 수 있다.
어떤 학술 발표회에서 이론적 대상들의 실재성에 대한 논문이 발표된 후, 논평자가 "이론적 대상들의 실재성 여부만 따져서 어쩌자는 것입니까?"라는 식의 논평을 할 경우,
논평자는 강조의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발표자는 발표된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된 것도 하고 다른 것도 하는 것으로 보아주는 것이 공평한 일이다.
48) 사용(使用)과 언급(言及)을 혼동하는 오류(use-mention error)
우리는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묻고, 명령하고, 약속하는 등의 일을 하기 위하여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언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언급되는 말은 홑따옴표 안에 넣어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표시를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추리를 하면 사용과 언급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전에는 신을 모독하는 것이 최대의 모독이었다.
그러나 신은 죽었다.
그리고 신과 함께 그들 모독자도 죽었다.
이제는 대지를 모독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글에서 니체는 신이라는 말을 따옴표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말을 사용하고 있는 한 그는 정말로 그 말을 의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런데 그가 그 말을 정말로 의미한다는 것은 그가 신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실체의 존재를 믿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만일 신의 실체가 존재한다면, 신의 정의에 의해서 그 실체는 불멸한다.
따라서 그가 "신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
왜 이러한 모순이 발생한 것일까?
사용과 언급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실체적 신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는 기독교 신자들이 믿고 있으면서 그가 허구적이라고 믿고 있는 신의 죽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는 모독이라는 말도 따옴표 없이 사용하고 있는데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신과 모독의 사용과 언급을 구분하여 위 글을 다시 쓰면 다음과 같다:
전에는 신을 모독하는 것이 최대의 모독이었다.
그러나 신은 죽었다.
그리고 신과 함께 모독자도 죽었다.
이제는 대지를 모독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쓴 글이 뜻하는 바를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전에는 기독교인들이 소위 신이라고 하는 존재를 그들의 기준에서 모독한다고 하는 것이 참다운 의미에서 최대의 모독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허구적 신은 죽었다.
그리고 그러한 허구적 신과 함께 그 신의 모독자로 여겨졌던 사람들도 죽었다.
이제는 대지를 모독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49) 범주(範疇)의 오류(category mistake)
같은 범주에 속하지 않는 말들을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용하는 데서 빚어지는 오류이다.
대학을 방문하여 도서관, 강의실, 사무실, 운동장 등을 두루 돌아본 다음에,
"그런데 대학은 어디에 있어요?"라고 묻는 것은, 대학이 도서관이나 강의실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묻는 어리석은 물음이다.
홍수에 떠내려가는 집을 보고, 홍수가 악의를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홍수와 같은 자연현상을 악의와 같은 인간적 현상과 같은 범주에 넣고 생각하는 오류인 것이다.
어린이가 책상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치고 책상을 때리는 것은 책상이 화풀이할 범주에 들어가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범주 오류는 어린이들만의 것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좀 역설적인 이야기 같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견고하게 지켜왔던 범주들의 벽을 허물고, 사고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범주 오류가 어떤 의미에서는 범주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 깨달음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의 선문답이라든지, 시적인 표현들에서 그러한 것들을 우리는 접한다.
백남준이 뉴욕 번화가를 바이올린을 줄에 매어 끌고 가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만일 그가 미친 사람이라면, 그의 행위는 미친 것으로 여겨져 단지 사람들의 웃음만 자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친 사람이 아니라 예술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행위를 땅에 끌고 다니는 물건이라는 범주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는 예술적 행위로 여기고 그 행위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면서 예술적인 감흥에 젖는 것이다.
범주 오류는 유머의 중요한 기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동식 전화기를 냉장고에 보관한다거나 시계를 발목에 차고 다니는 것은 범주 오류를 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49가지의 오류를 이제 마스터 하셨군요.
이제 여러분이 공부하신 능력평가를 위해 간단히 몇 개의 연습문제를 싣겠습니다. 한 번 여러분들의 실력을 테스트 해보시기 바랍니다.
언어적 오류로 옮겨오면서.. 더 어려워 지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