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비형식적 오류-심리적 오류(1)

4.비형식적 오류-심리적 오류(1)

가로수 0 3,579 2006.03.21 22:38
 
4. 비형식적 오류

논지에 대한 근거를 잘못 제시하는 점에서 형식적 오류와 다를 바 없지만,  잘못 제시된 근거의 성질이 논리적 형식으로 일반화 기보다는 형식외적인 특징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 오류들을 총칭하여 '비형식적 오류'라 한다.

역시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면서도 논증이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은 크게 나누어  심리적인 것,  자료적(인식론적)인 것, 언어적인 것이 있다. 먼저 심리적 오류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가. 심리적 오류

어떤 논지를  객관적으로(논리적으로)  설득되어서가 아니라 주관적으로(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아 받아들일 경우  심리적 오류가 발생한다. 즉 다음과 같다.

            동정, 사랑, 공포, 증오 등의 심리적 요인  
                              ↓                   
                         'p'라는 판단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고 또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어떤 사람이  어떤 논지를 받아들이든지 거부하든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결단에 달린 문제이다. 
전혀 근거가 없는데도 받아들일 수 있고, 근거가 매우 빈약한데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논지를 받아들이는 것과, 그 논지가 타당한 이유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어떤 논지를  심리적 이유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지만,  그 논지를 심리적 이유 때문에 받아들이면서  타당한 이유 때문에  받아들인다고 하는 것은 심리적 이유를 논리적 이유로 혼동하는 오류이다.

   [감정에의 호소]

   6) 동정(연민)에의 호소(fallacy of appeal to pity)

동정이나 연민 때문에 어떤 논지를 받아들일 경우 오류가 범해진다. 
강도 용의자의  국선 변호사가 펼치는 변론을 보자.

재판관님, 피고에게 3년 징역을 구형한 검사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음이  틀림없습니다.
피고는 일할 능력이 없는 노부모와 어린 8남매의 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가난한 막벌이 노동자인데  부인마저 가출한 상태입니다. 
이 사람이 하루라도 벌지 않으면  온 식구가 굶어 죽을 판인 것입니다. 
따라서 피고를 3년 징역에 처하는 것을 피고의 의지할 때 없는 가족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피고를 훈방하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되옵니다.     

피고의 사정이 동정을 사기에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죄가 훈방될 성질의 것이라고 판단하면 '동정에의 호소'라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만일 피고가 크게 반성하고  있다든지 범행의 동기가 이해할 만한 성질의 것이라면, 물론 정상참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위의 변론은 그러한 점들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

   7) 공포(위험, 위협)에의 호소(fallacy of argument from power or force)  

어떤 논지를 공포, 위험, 공갈, 협박, 근심, 걱정, 불안등의 이유로 받아들일 경우 이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태에 대한 책임은 모두 당신들에게 있습니다."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할 이유는 제시하지 않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에 일어날  어떤 '엄청난' 사태를  암시함으로써,  공포감을 일으켜 요구의 관철을 꾀하고 있다.

학교 당국에서 "이번 제 2차 등록기간 중에 등록하지 않으면, 미등록 사유로 인하여 제적되게 되어 있음을 양지하기 바람"이라는 공고를 하였을 경우,  학교 당국이 미등록 학생들에게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어떤 사태 p가 발생하면 다른 사태 q가 발생한다"는 것이 자연법칙이거나 법률, 규칙 등일 경우에  이를 알려주는 것은, 사람에 따라 공포감을 느낄 수는 있으나 협박은 아니다.
반면에 "어떤 사태 p가 발생하면 다른 사태 q가 발생한다"는 것이 법칙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경우에  협박이 될 수 있다.      

   8) 증오(분노)에의 호소(fallacy of appeal to hate and indignation)    

증오나 분노는 이성을 잃게 하는 강렬한 감정으로, 어떤 논지 'p'를 증오나 분노로 인해 받아들일 경우  이 오류가 범해진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견해와 의도를 감추는 것을 경멸받을 일로 간주한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현존하는 모든 사회질서를 폭력적으로 타도함으로써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언한다. 
지배 계급들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 
프롤레타리아 혁명 속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이다. 
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여,단결하라! (「공산당 선언」중에서) 

프롤레타리아가 가진 것은 없다.
모두 지배 계급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잃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배계급에의 굴종과 예속을 뜻하는 쇠사슬 뿐이다……라는 내용의 호소를 들은 프롤레타리아는  지배계급에 대한 증오심에 불탈 것이다. 

그래서  단결하여 폭력적으로 지배계급을 타도한여야 한다는 논지를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증오심을  폭력혁명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여기는 것은 '증오에의 호소'라는 오류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증오나 분노 속에서 이루어진 판단이나 행위는 잘못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토론에서  화내는 측이 지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토론을 역전시키기 위해서 상대를 화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다.
 
      

   9) 성적 쾌락(로맨스)에의 호소(fallacy of appeal to sex or romance)      

차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주춤거리는 고객에게 세일즈맨이 말한다.
이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으면 젊은 여성들과 데이트하기가 누워서 떡먹기입니다.
젊은 여성이라면 모두들 이 차를 타보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한 대 구입하셔서 젊은 한 때를 즐기시지요.

  이 말을 듣고 고객의 마음은 변할 수 있다.
이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으면 젊은 여성들의 시선을 끌수 있다? 
그러고 보니  차의 모델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차를 구입할 수 있다. 

  이 경우 젊은 여성들과의 로맨스에 대한 기대와 차의 구매 결심과의 관계는 심리적 인과관계이지 논리적 관계가 아니다.
고객은 논리적으로 설득된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물론  로맨스를 즐길 의도를 가지고 그 의도에 맞는 차를 구입하는 것은 오류가 아니다.

  미인계는  사실 이 오류를 이용하여 어려운 일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계략이다. 
TV 등의 광고에  미모의 여성을 등장시키는 것도  거의 대부분 이 오류를 이용하여 매상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      

  10) 유머(농담)에의 호소(fallacy of appeal to humor)      

유머나 농담이 삶에서 비중이 크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논지를 단지 유머나 농담으로 인하여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오류추리가 된다.

다윈의 <종의기원>이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을 때, 윌버포스 주교와 토마스 헉슬리가 대중 앞에서 공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주교는 과학 이론을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능란한 말솜씨로 토론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주교가 헉슬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당신은 원숭이를 조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는 그 주장을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나요,  아니면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았나요?"

주교의 말이 끝나자 대중은 웃을을 터뜨리게 되었다.
주교는  헉슬리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웃음거리로 만드는데는 성공하여  토론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이 경우 대중은 '유머에의 호소' 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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