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발생학적 오류(genetic fallacy)
어떤 이념(사상, 이론)의 기원(원천)이 갖는 속성을 그 이념도 가지고 있다고 추리하는 오류이다.
"종교란 일종의 주술에 지나지 않아. 원시종교가 주술적 요소를 가지고 있었거든."
"분석철학은 영미제국주의의 철학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적 사상에 물들기를 원하지 않는 한 분석철학을 배워서는 안된다."
발생학적 기원이 나쁘다고(좋다고)해서 그 기원에서 유래한 것도 나쁘다고(좋다고)한다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핀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부잣집 자손은 항상 부자가 될 것이고 가난뱅이 자손은 항상 가난뱅이가 될 것이다.
29)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어떤 대상의 부분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그 대상 자체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이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예로서 어떤 경기에서 어느 팀이 이길 것인지에 대한 예상을 내려보고자 할 때 스포츠 해설가들은 한 팀의 선수들을 상대 팀의 선수들과 비교 검토해 본다.
그리하여 선수들간의 1대1 비교에서 어느 한 팀이 우세한 것으로 나왔을 때 바로 그 팀이 승리하리라는 논증을 편다.
이 논증의 목적이 단지 어느 팀이 다른 팀보다 이길 가망성이 더 높아 보인 다는 사실의 수립에 있었다면 이와 같은 방법은 전적으로 합당하다.
그런데 그팀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개개의 선수들)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을 전제로 사용하여 바로 그 팀이 상대팀을 물리치게 된다라는 단정적 예측을 할 때도 많은데 이런 식으로 논증하는 것을 일컬어 합성의 오류라고 한다.
왜냐하면 어떤 대상의 부분들에 토대를 두고서 도달한 결론이 그 대상 전체와 반드시 관련이 된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합적 속성과 분배적 속성을 혼동함으로써 일어나는데, 다음을 생각해 보자.
개들이 많다. ----> 결합적 속성
개들이 온순하다. ----> 분배적 속성
이 두 문장들이 비록 그 구조는 같다고 해도 앞문장에서의 "개들"이라는 집합명사는 결합적 속성을 나타내는 "많다"라는 단어에 의해 수식되고 있는 반면 뒷문장의 수식어는 "개들"의 전체 집합에 대해서 그 집합이 크다는 말이요 뒷문장은 각각의 개 하나하나가 온순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하나의 집합에 대해서 그 집합을 분배적 내지 개별적인 용법으로 쓰는 경우와 결합적 용법으로 쓰는 경우를 혼동함으로써 오류가 생길 수 있는데 그러한 오류는 합성의 오류라고 간주된다.
30) 분할의 오류(fallacy of division)
합성의 오류와는 역에 해당하는 오류인데 어떤 대상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그 대상의 부분들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이다.
군대는 비능률적이다.
저 사람은 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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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사람은 비능률적이다.
군대 전반의 비능률성이 그 군대의 모든 구성원 각각에까지 적용되어야 할 이유는 물론 전혀 없다.
사실은 군대의 모든 구성원 각자가 자기 직분을 능률적으로 수행하면서도 군대라는 조직의 구조 자체가 그 능률적인 구성원들 상호간에 방해가 되게끔 되어 있어서 전체 군대가 비능률적으로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다.
31) 흑백사고(黑白思考)의 오류(black-and-white fallacy)
원소가 셋 이상인 어떤 종류(집합)의 원소가 단 두 개밖에 없다고 여기고 추리하는 오류이다.
어떤 대상의 색깔이 하얗지 않다는 전제에서 그 대상이 검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그 대상이 가질 수 있는 색이 하얀색과 검정색의 단둘뿐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두 가지 색 외에 다른 많은 색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요? 그럼 당신은 무신론자군요." 유신론자가 아니라고 해서 무신론자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불가지론자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 오류는 선언지제거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논증의 형식 자체는 타당하지만, 선언지가 둘에 그치지 않은 경우를 둘에 그친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류가 발생한다.(5. 선언지 긍정의 오류, 2. 자가당착의 오류를 비교하시오-- 반대관계와 모순관계를 정확히 알고 넘어가십시오.)
흑백사고의 오류는 반대관계(contraries)를 모순관계(contradictories)로 여기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두 주장들은 동시에 참일 수 없으나 동시에 거짓일 수 있을 경우에 반대관계에 있다고 한다.
"이선생은 부유하다"와 "이 선생은 가난하다"는 반대관계에 있는 주장들이다.
이선생이 동시에 부유하기도 하고 가난할 수는 없는 반면, 이선생이 부유하지도 않고 가난하지도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두 주장들은 동시에 참일 수도 없고 동시에 거짓일 수도 없을 경우에 모순관계에 있다고 한다.
"오늘 나는 약혼을 할 것이다"와 "오늘 나는 약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는 모순관계에 있는 주장들이다.
앞의 주장이 참이면 뒤의 주장이 거짓이고, 앞의 주장이 거짓이면 뒤의 주장이 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언문을 쓰거나 평가할 경우 선언지들이 어떤 관계에 있는 주장들인지를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흑백사고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32) 거짓 딜레마의 오류(fallacy of dilemma)
흑백사고의 오류처럼 어떤 종류(집합)의 원소가 단 두 개밖에 없다고 여기고 단순양도논법이나 복합양도논법으로 추리하는 오류이다.
"그가 보수주의자라면 이 법안에 동의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자유주의자라면 이 법안을 수정하 자고 할 것이다. 어떻든 이 법안을 원안대로 유지시키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아닐 수 있다.
제 3의 가능성을 배제한 거짓 딜레마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33)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fallacy of straw man)
상대의 입장(논지, 이론, 논증, 사상)을 손쉽게 격파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약하게 또는 문제성이 있게 재구성하여 비판하는 오류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은 원숭이와 같은 동물로부터 자연적 선택의 원리에 의해 진화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진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쯤 되는 동물이 발견된 적이 없으며,
자연적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한 적절하고 일관성 있는 설명이 제공된 바도 없다.
다윈의 진화론이 위와 같이 단 몇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이론이라면 이런 공격에 간단히 무너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논증은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입장을 비판(평가)할 때는, 그 입장을 제시한 사람의 편에서 그 입장을 가능한 한 강하게 대변하는 것이 공평할 뿐만 아니라 그 입장에 대한 비판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이 된다.
상대를 허수아비라 해서 상대가 허수아비가 되는 것도 아니고, 허수아비를 쓰러뜨렸다고 해서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