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강조하는 것은
"이성에 의해서는 종교적 신앙을 갖거나 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조건 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무조건'이 곧 '맹신'이라는 것입니다.
님이 <종교의 본질은 신앙이다>라는 데 동의하신다면, 그 신앙의 본질이 무조건적인 즉,
'맹신'이라는 데 동의하셔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의 핵심입니다.
님은 <여기에 부수적이지만 그럼에도 폐기할 수 없는 요소로서의 이성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하시는데, 경전의 수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 경전에 나타난 신의 참담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 이성으
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피를 뿌리고, 고기를 태우고, 죄 지은 자가 아니라 그 부인들이나 자식을 죽이고, 죄 없는 자들까지 무
자비하게 학살하고, 그러고는 후회하고....이성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는 신의 모습
을 이성으로 무얼 어떻게 한다는 것입니까? 그런 것들을 합리화시킬 따름입니다.
입맛에 맞는 것만을 선택해서 신의 모습을 구성하는 것이 이성이 하는 일입니까? 정말로 이성을 발휘
한다면 신앙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성은 신의 모습이 아무리 모순 투성이라도 신앙을 버리도록 힘
을 발휘하기는커녕 오히려 '맹신'을 합리화 하는 작업을 하여 '맹신'을 돕고 있습니다.
님은 신앙만으로는 <종교를 유지하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 것 때문에 이성에 의해
'맹신'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이성은 오히려 '맹신'을 합리화 하는 작업을 할 따름입
니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맹신'때문이 아니라 '맹신'의 대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고, 문제가 있는 대상
을 이성으로 합리화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 됩니다.
이성에 의거할 때, 경전의 신을 전지전능 완전절대의 신으로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일단 그렇다고 무조건 믿어놓고 이성에 맞지 않는 부분들을 외면하고 그럴 듯하게 변형시켜서 신앙을
유지할 뿐입니다.
기독교의 병폐는 이성을 떠난 '맹신'때문이 아니라 신의 독선적인 속성에서 비롯됩니다.
예수 역시 자기를 따르지 않는 자를 대적하는 자로 규정하는 배타적인 독선을 보입니다.
이 기본적인 성격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성에 의거하자면 신이나 예수의 이런 행태는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성으로 그 어떤 합리적인 교리를 조작해내어도 이 기본적인 속성을 바꿀 수 없기 때
문에 기독교의 병폐가 심각한 것입니다.
종교의 본질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종교적 진리는 그것이 진리여서가 아니라 그것이 진리일 필요가 있
어서 진리라고 '맹신'하는 것입니다. 종교적 신앙을 갖거나 버리는 것은 이성이 의한 것이 아닙니다. 이성
은 그것을 합리화시키는 것일 뿐입니다.
종교의 본질에서 예로 들어 말씀드린 기독교나 불교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종교적 신앙은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며, 신앙인의 인격적인 필요에 의한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이성이 아니라 그의 인격적인
성숙도에 있습니다. 이성의 발달 정도가 아니라 인격적인 성숙의 정도에 따라 '맹신'의 대상이 달라집니다.
필요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인격적인 성숙'입니다.
이성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을 '맹신'할 필요가 없을만큼 인격적으로 성숙할 필요가 있습니
다. 인격적으로 미숙할수록 황당한 것을 '맹신'하고 그것을 이성으로 합리화 시킵니다.
개인적으로 좀 일이 있어서... 신경을 못썼습니다...
이제 님이 올리신 내용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저와 님의 생각이 이제 조금 일치를 보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님께서 인격적인 성숙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는 이성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모든 이성적인 작업을 포괄하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님이 말씀하시는 인격적인 성숙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구요...
혹시 인격적인 성숙을 위한 작업이 인간의 이성의 작업이 아니다라는 것은 아니겠죠??
그리고 제가 그렇게도 반대했던 맹신은...
바로 님이 말씀하시는 인격적인 성숙이 배제된 믿음을 지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