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데넷-진화론 이해하기

댄 데넷-진화론 이해하기

기록원 6 3,948 2007.04.02 01:57
안녕하세요.. 오늘은 댄 데넷(Daniel Dennett)의 인터뷰를 옮겨보았습니다.
기독교도들이 왜 진화론을 유독 그렇게 미워하는지 설명이 되는 것 같아서요..

데넷은 터프츠 대학 철학교수로서 진화론을 공격적으로 옹호하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작년 9월이라고 하고, 목소리만 나오는 질문자는 D.J. Grothe 라는 분입니다.

제가 사정이 있어 어쩔수없이 로그인하지 않고 글을 올리니 유령님은 이해해 주십시오. (__)



질문자:
다윈의 생각을 아주 '위험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위험한가요?
(데넷의 책 "다윈의 위험한 생각"(Darwin's Dangerous Idea)를 가리킨 것으로 생각됩니다.)

데넷:
저는 다윈의 주장이 아주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지적으로 월등한 존재가 하등한 존재들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은
수천년, 수만년, 아니 혹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과학의 상식이었습니다.
옹기가 옹기쟁이를 빚을 수도 없고, 말굽이 대장장이를 만들어 낼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고방식의 기초였으므로,
어떤 지적인 존재가 이 놀라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 외에 다른 결론을 내리긴 힘들었죠.

그런데, 다윈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겁니다.
이 모든 자연의 아름다움, '디자인'이 지적이지 않은 존재로부터 나왔다는 한 겁니다.
그 자체로는 마음이 없는 맹목적인 과정이 반복되어 이 모든 것들을 빚어냈다는 거죠.

물론 당시엔 그런 생각이 너무 파격적이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시다시피 설득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과학적 증거들이 다윈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지켜진 상식이 하루 아침에 '거꾸로 뒤집힌'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이론을 일부만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분야에선 그런 생각이 맞고 또 유용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다른 분야 즉, 기존 관념을 지키고 싶은 분야에선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식으로요..
예를 들면, 예술, 음악, 인간의 의식, 도덕률 같은 분야가 그렇겠죠.

이 때문에 충돌의 가능성, 그런 전쟁터가 만들어진 겁니다.
후기 다윈주의자들과 전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식으로 생각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요..
그런 긴장을 '위험'하다고 표현한 겁니다.




질문자:
자연 선택은 대단히 '현명하지만 머리가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데넷:
세상을 떠난 생물학자 프란시스 크릭이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농담은 결국 "오르겔의 두번째 법칙"이란 이름을 달게 되었는데요,
크릭의 동료였던 Leslie Orgel의 이름에서 따 온것입니다.

그 내용은.. "자연 선택은 항상 당신보다 똑똑하다" 는 겁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이런 현상을 수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시 생태계에서, 인체 기관, 개별 세포, 새의 날개, 북극곰의 집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요..
우리는 자연에서 베끼고 싶을 정도로 정교한 디자인을 목격합니다.
그런 디자인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용한 가치가 있습니다.

기술자들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좋은 설계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설계는 그런 기술자들을 놀라고 감탄하게 만들죠.
자연 속엔 이런 엄청난 기술작품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만든 과정 자체는 기술자가 설계한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체를 거르는 과정'으로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자연의 체가 맞지 않는 디자인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것,
그리고 난 후 다시 분화하여 각자 자기복제를 해 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토너먼트'로 부를 수 있습니다. 기계적으로 승자를 결정하는 거죠.

한 단계의 승자가 다음 단계로 진출하는 건 수없는 복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런 끝없는 경쟁, 복제의 반복은 적합한 디자인을 자동으로 골라내고 나머지는 버립니다.

생명은 맹목적으로 자손을 퍼뜨리고, 실패를 되풀이하며 자원을 소모하고,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에서 갈 곳을 몰라 끝없이 서성거립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최적의 좋은 디자인이 있다면 그것을 결국엔 찾아내고 맙니다.

그러므로 이 과정 자체는 '머리가 없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무한한 자기복제 능력 때문에, 다윈도 이 점을 주목했습니다만,
좋은 디자인을 발견, 보존하고 그것을 다음 세대로 전달해 더욱 발전시키는 겁니다.
'빗장'으로 잠그고 보관하는 것과 같죠.
세대에 걸쳐 발견한 좋은 디자인의 특성을 보존하고 그 혜택을 보는 것입니다.




질문자:
진화론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십니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까?

데넷: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해 동안 노력했습니다만...
제 책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 바로 그걸 염두에 두고 쓴 책입니다.
왜 진화론이 어떤 이들에게 '위험'하게 받아들여지는 지 분석하고 그걸 자세히 설명하려 했죠.

진화론은 생물계에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닙니다.
사회구조, 언어, 문화현상, 그리고 우리의 의식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분야에 이 이론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진화론은 인류의 표준적인 사고방식을 180도 바꿔 놓았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먼저 세상에 나왔고, 그것이 자연의 디자인을 설계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다윈 때문에, '마음'이 원인이 아니라 진화의 무수한 결과들 중 하나임을 알게 된 것이죠.

질문자:
미국인의 거의 절반이 진화론을 믿지 않습니다. 이게 위험한 현상일까요?

데넷:
황당한 결과는 그것말고도 더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역시 거의 절반이 '대륙이동설'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일은 거의 없어 보이죠.
뭐 지질학자들은 그런 사실에 분통을 터뜨릴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진화론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인류가 처한 큰 문제 중 많은 것들이 진화론적 관점과 관련있기 때문입니다.

식수를 확보하는 문제, 인구문제, 질병의 통제, 국가간 이주 문제 등등입니다.
(데넷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런 문제에 어떻게 진화론이 적용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도 데넷이 말한 진화론을 일부만 수용한 사람인가 봅니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 진화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정확히 이해하려 한다면 진화론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빠르게 진화하는 병원균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조류독감,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 ...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이런 위협들은 모두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그에 대한 대처도 훨씬 효과적일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할땐, 오히려 문제를 한층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항생제를 남용하는 문제입니다.
내성을 가진 균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항생제를 올바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내성을 가진 종류가 더 빨리 진화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중독시킥고 있는 겁니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죠.

우리는 이 문제를 바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구는 진화론적 생물학이어야 하구요.


Comments

항하水 2007.04.02 02:50
프란시스 크릭의 "자연선택은 항상 당신보다 똑똑하다."
개독들은 이 우주의 섭리를 절대 모릅니다. 상생과 균형의 논리도 절대 모릅니다.
진화론은 생물계뿐이 아니고 사회구조, 언어, 문화현상, 그리고 우리의 의식에까지
그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에 머리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항생제의 남용(제약회사와 의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은  참 문제입니다.
컬럼비아 대학병원엔 환자에게 약을 너무 많이 먹인 다음에, 내성이 생겨 약의
효과가 없으니까 해독시키는 프로그램이 있나 봅니다. 그리곤 또 약을 먹어야하겠죠.
게다가 한국은 약이 더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구요.

기록원님 수고에 감사..
자호 2007.04.02 09:17
진화론은 대체로 우리의 직관과 다른 설명을 하므로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진화론에 대한 이해없이 여기 저기서 얻어들은 얘기를 떠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진화론이든 무슨 이론이든간에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설명을 위해서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는데는 진화심리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지만 우리의 두뇌는 수렵채집 사회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그 때 형성된 두뇌로 세계를 판단하고, 저만 살고자 하는 것이 구약성경의 세계관입니다.(이분법, 유일신론, 선민사상)

소수민족으로 언제나 개피보고 지내다보니 그런 구약적 사고방식이 형성된 것입니다.

애초에 강대국들끼리 전쟁하려면 지나다니는 길목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래나 뭐래나'하면서 자리잡은 모세가 모자른 놈입니다.

그런데 구약은 정작 유태인들은 믿지 않는데, 우리나라와 미국 개독만 믿습니다.(개독 중 90% 이상)
자호 2007.04.02 09:45
기록원님도 자막 넣는 법을 익히셔서 수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번역하시는 것도 고생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이 동영상같은 경우는 시간에 비해 말이 많아서 자막 작업이 어려울 것 같군요.

다니엘 데닛은 몇년 전에 우리나라에 와서 강연했습니다.
자호 2007.04.02 10:26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이웃집 살인마/The Murderer Next Door ; 진화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에 이런 구절이 있군요.

.....
사람들은 이러한 진화적 설명을 두려워할 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이 '자연적인' 것이라면, 살인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것이다.

아니면 실제로 진화된 동기가 작동하여 살인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염려할지도 모른다.

....
그러나 내가 말하려는 것은, 만약 인간의 마음이 자식 살해, 또는 다른 종류의 많은 살인(배우자, 배우자 도둑, 부모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진화된 심리회로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이 심리 기제들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개념을 우리가 얼마나 혐오스럽게 느끼는 지와 상관없이 말이다.

살인의 기저에 놓인 심리를 이해햐야만 살인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중재할 수 있다.


-위 글에서 '자연적인'이라는 말은 번역된 책의 '자연스러운'이라는 말을 고친 것입니다.

영어 "natural'의 번역어로 보이는 데 우리 말에서는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전에 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코스모 2007.04.02 15:35
"진화론은 생물계뿐이 아니고 사회구조, 언어, 문화현상, 그리고 우리의 의식에까지  그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리봐도 시시때때로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변신을 하면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기독교를 보면,  '진화'와 상극인 '기독교' 자체가 바로 '진화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 듯...
다만, '자연선택적 진화'가 아닌 '임기응변의 선택적 진화(?)'임이 차이라면 차이일 듯...
쏘쑨 2007.04.02 16:13
헷갈리기 시작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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