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해리스-두개의 강연

샘 해리스-두개의 강연

기록원 4 4,669 2007.03.30 04:52
안녕하세요?
전에 몇번 소개한 적 있는 Beyond Belief 2006 세미나 중 샘 해리스의 강연분을 올리려구요.

해리스는 신경과학자/철학자로서 최근 쓴 책("End Of Faith","Letter to Christian Nation")으로
미국 무신론 운동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있는 것 중 두개를 골라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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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1: 지적인 솔직함



과학의 핵심은 수학적 방법론이 아닙니다.
과학의 핵심은 지적인 솔직함입니다.
그건 주변세계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합리적인 증거와 논증의 틀 안에 기꺼이 가두는 것입니다.

인류의 모든 지적 활동에 항상 과학이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적인 솔직함만은 항상 그래야 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종교인들이 멍청하다는 게 아닙니다. 근본주의자들조차 바보가 아닙니다.
문제는 충분한 고등교육을 받고 핵무기를 만들 정도의 지적능력을 가진 사람이
순교자가 되면 알라신으로부터 72처녀를 상으로 받을 거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
외부의 합리적 비판으로부터 차단된 이런 종교적 믿음들 때문에
누구 못지 않게 멀쩡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지극히 황당한 주장을 믿게 된다는 겁니다.
따로 떼어 놓으면 금방 말이 안됨을 알 수 있지만
같이 모아 놓으면 뭔가 그럴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주장들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내일 아침에 일어나 아침 시리얼 위에 글자를 새겨놓으면
그게 카이사르나 엘비스의 몸이 된다고 확신한다면 그게 뭘 의미할까요?
간단히 말해, 당신은 정신이 나간 겁니다. (청중들 웃음)

하지만 밀로 만든 과자가 예수의 몸으로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어떨까요?
별안간 이런 믿음은 정상적인 것으로 둔갑합니다. 당신이 마침 가톨릭 신자라면요..

하지만 이 두 믿음은 사실 다른 게 하나도 없습니다.
말도 안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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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2: 과학과 종교의 대립



어떤 이들은 과학과 종교가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요?

그런 주장의 논리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들은 무신론도 일종의 '믿음'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믿는 일종의 종교라는 겁니다.

자.. 예수가 신의 아들이었는지 아닌지 우리가 증명할 수 있습니까?
그가 3일만에 부활했는지 아닌지 밝혀낼 수 있습니까?
...... 불가능합니다.

전 정말 이런 논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속이는 지 놀랍기만 합니다.
아시겠지만, 버트런트 러셀이 이 엉터리 논리에 사망선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유명한 '천공을 도는 중국 찻주전자'의 비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 찻주전자 한개가 태양 주위를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걸 증명할 수 있나요? ...... 아뇨.
그런 찻주전자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까요? ...... 아뇨.
그럼 그 찻주전자에 대해 '난 불가지론자야'라고 선언하는 게 합리적일까요?
...... 역시 아닌 것 같죠?! (청중들 웃음)

더 얘기할 것도 없습니다.
제 요점은 이런 황당한 주장들을 무신론자들이 증명할 책임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항상 희한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사실 종교인들도 이런 주장이 엉터리라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자기 종교는 빼고 다른 종교의 교리에 대해서만요..

모든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교리가 왜 엉터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슬림들이 코란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책이라고 주장한 다음
이유는 코란에 그렇게 쓰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누구나 말도 안된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거의 직관적으로 그런 모순을 알아차리는 기독교인들이
정작 자기 종교 앞에선 벙어리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제 생각엔 종교의 신도들 뿐 아니라 우리 과학자들도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논리는, 솔직히 많은 과학자들이 체택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논리는 종교와 관련 있을 수 있는 모든 과학적 자료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증명된 어떤 과학적 자료를 가지고, 두가지 방식으로 질문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 자료가 '신의 존재'를 가리키는가?(suggest) 라고 묻는 방식과,
'신의 존재'와 함께 설명할 수 있는가?(compatible with)라고 묻는 방식입니다.
두 질문 방식은 얼핏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결론을 끌어냅니다.

하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나타난 생물종 중 99%가 멸종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 전제로부터 전지전능하고 자비로운 신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나요?
...... 전혀 불가능합니다.
이 사실 앞에서 "이거야말로 창조의 증거야"라고 외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이 사실을 신과 엮어서 그럭저럭 말이 되게 설명하는 게 가능한가? 라고 말입니다.
.... 대답은 거의 항상 가능하다는 겁니다.

사실 어떤 과학 데이터를 가져오더라도 대답은 항상 그렇다로 나올 겁니다.
몇가지 흔한 문구만 붙이면 이 모든 것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신의 뜻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혹은
"아마도 창조주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피조물을 지워 버리려던 것이다" ...

이런 편리한 논리는 우리 인류와 관련된 사건에도 똑같이 써먹을 수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봅시다.
수백만의 사람들을 짐승처럼 게토에 가두고 죽여서 재로 만들었습니다.
다름아닌 그들의 이웃이던 사람들의 손에 의해 그런 일이 저질러졌습니다.
이런 사건을 보고 전지전능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역시 질문을 살짝 바꿔 봅시다.
이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설명하는게 가능한가? 라고 말입니다.
..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유대인들에게 진노하셨다"
혹은 그 자유의지와 같은 논리를 써서 "신도 나찌의 만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등등 말입니다. ... "누가 그 분의 뜻을 알 수 있습니까?"


과학자로서 저는, 우리가 이 두가지 질문 방식에서
과학과 종교의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사실을 냉정하게 분석함으로써 이 세계를 파악하는 방식과
들뜬 감정과 자의적 소망의 안경을 쓰고 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 말입니다.

과학이 우리 세계를 100%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과
위와 같은 종교적 변명들이 거의 무한한 융통성을 가진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과학적 사고와 이 넌센스 중의 넌센스가 이상한 방식으로 '화해'하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화해가 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Comments

반고호니 2007.03.30 07:28
감사합니다.!emoticon_152emoticon_152emoticon_152emoticon_152
NoNoGod 2007.03.30 08:19
굿입니다~~
님 덕분에 그동안 안들려서 이해 못했던 부분, 편하게 봤습니다~~

사실 저도 예전부터 Beyond Belief 2006 세미나 올리고 싶었는데...
(전체 영상 다운도 받아 놨었지요...)
번역은 커녕, 듣기능력 부족으로 이해도 다 못해서, 올리질 못하고 있었지요..

근데 Beyond Belief 2006 이거 정말, 반기련에서 전체 영상(한 20시간쯤 될듯~) 자막만들기 사업(?)해도 참 좋을 자료 같아요~
조지칼링 아찌의 풍자영상처럼 코믹하건 아니지만,
거기 나온 사람들이 정말 각 분야의 대가들이 모인 거라서, 함 보면, 상식이나 교양에 정말 유익할듯~~
근데 아직, 듣기가 부족해 다 보지 못하구 있다는 ㅠㅠㅠ

글두 이렇게나마 간간히 볼 수 있게 되어서, 정말루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참고로, 이 세미나 전체 영상 보고싶으신 분은 http://beyondbelief2006.org/  여기 들가셔서,
왼쪽에 watch 메뉴 클릭하시면 볼수도 있고, 다운도 받으실수 있습니다~~
자호 2007.03.30 09:10
"문제는 ...

외부의 합리적 비판으로부터 차단된 이런 종교적 믿음들 때문에

누구 못지 않게 멀쩡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지극히 황당한 주장을 믿게 된다는 겁니다.

따로 떼어 놓으면 금방 말이 안됨을 알 수 있지만

같이 모아 놓으면 뭔가 그럴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주장들 말입니다."


로버트 퍼시그(Robert Pirsig; <Zen and Motorcycle Maintenance 선과 오토바이 유지기술>의 저자)의 말입니다.
 
"한 사람이 한가지 망상에 사로잡히면 미쳤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한가지 망상에 사로 잡히면 그것을 종교라 하는 것이다."
기록원 2007.03.30 11:22
NoNoGod님//
말씀대로 정말 유익한 내용인데 유튜브에 있는 건 몇개 없어서 저도 아쉽습니다.
게다가 강연 일부만 나온 것들이구요...
그래서...
일단 유튜브에 있는 것들부터 좀 정리하고 그래도 여유가 되면,
화면이 없더라도 와인버그, 도킨스과 같은 이의 강연이나
러프가든/도킨스, 아트란/해리스와 같은 흥미로운 논쟁은
전체를 옮겨봤으면 하고 생각중입니다. (지금은 그냥 희망일 뿐이지만요 ;;;)

어쨌든 도움이 되셨다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반고호니님, 예진아빠님, 자호님//
언제나 좋게 봐주시고 생각깊은 댓글 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자호님이 저번 글에 남기셨던 댓글도 아주 잘 봤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공개되어 있는 God Delusion 1장도 옮겨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농땡이를 치면 안 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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