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 대전 산내집단 암매장지에 세워진 교회건물. 이 건물은 지난 2001년 공사도중 희생자 유골이 드러나 건축중지명령이 내려졌지만 현재까지 사용중이다.(사진은 지난 2002년)

ⓒ2007 오마이뉴스 심규상

7월 1일 오전 대전산내 골령골 학살터에서 열 예정이었던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개토제 및 위령제' 개최 장소가 행사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산내초등학교로 변경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집단희생 관련자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기로 공식 결정하고 이날 산내 골령골 희생자의 유해발굴의 시작을 알리는 개토제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회장 김종현) 관계자는 "당초 골령골 학살 현장에서 정부 행사인 개토제와 함께 위령제를 열 예정이었으나 인근 교회측에서 주일 교회예배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진입로를 막겠다고 밝혀 장소를 변경했다"고 30일 밝혔다.

당초 행사 예정지는 교회와 약 100m이상 떨어져 있으나 교회 앞 도로를 통해서만 진입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교회측 입장을 납득할 수 없지만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없어 부득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암매장지에 세워진 무허가 교회... 이곳저곳 전전하는 유가족들
진입로와 인접해 있는 교회부지는 지난 2001년 주택 공사 도중 건축부지가 골령골 암매장지 중 한 곳으로 밝혀지면서 관할 구청에 의해 건축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실제 이 곳에서는 공사도중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 수백여점이 드러났다.

	▲ 교회 건축공사 도중 쏟아져 나온 학살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2001년)
	ⓒ2007 오마이뉴스 심규상

하지만 교회측은 공사를 강행했고 당초 목적(주택)과도 다른 교회를 개설해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교회부지에서 해오던 희생자 위령제마저 대전역 광장과 산내 초등학교를 전전하며 개최해 오고 있다.

교회측은 또 행사장 진입로와 관련 관할 구청에 점용허가를 받은 사유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할 동구청 관계자는 "지난 해 교회측이 점용허가를 받았지만 약정된 점용료를 지불하지 않아 허가가 취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행정기관은 무허가 상태의 건축물에 대해 수 년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관할 동구청-중부경찰서도 '뒷짐'
관할 중부경찰서의 경우에도 지난 2002년 희생자유가족 모임이 해당 교회부지에 있는 학살터 추모비 앞에서 갖기로 한 '위령제 및 민간인 학살특별법 제정 결의대회'를 불허한 바 있다. 위령제 예정 장소의 토지주로부터 사용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 김종현 회장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모형제의 무덤 앞에서 유가족들이 제를 올리는 일마저 가로막혀 있다"며 "교회측 행태도 괘씸하지만 무허가 건축주를 아무런 제재없이 방치하고 있는 관할 행정기관의 처사도 한심하다"고 말했다.

교회가 들어선 부지는 골령골 첫 번째 암매장지로 추정되고 있으며 학살지임을 알리는 표지석과 함께 주변 곳곳에서 발굴된 천여 점의 희생자 유골이 임시 안장돼 있다.

한편 대전 산내골령골 학살 현장은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 7000여명이 집단학살 후 암매장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찾아낸 미군 제25 CIC 분견대의 활동보고서에는 "50년 7월 1일 한국 정부의 지시로 경찰이 대전과 그 인접지역에서 민간인을 집단 살해했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