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은 교인들을 우습게 보지말라
[오마이뉴스 2006.04.10 12:05:25]
[오마이뉴스 이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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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빈치 코드> 영화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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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www.davincicode2006.co.kr |
영화 <다빈치 코드>가 한국 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에 의해 최근에 수입되어 상영을 앞둔 상황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이에 대해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기총의 주장은 "<다빈치 코드>가 신성을 모독해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기독교에 대해 그릇된 선입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 작가 댄 브라운에 의해 소개되어 전 세계적인 관심과 이목을 끌었던 소설 <다빈치 코드>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처럼 죽었는데 교회가 이를 숨겼다"는 내용이 문제되고 있다.
교회사를 볼 때, 반기독교적인 '불온서적'은 빛과 그림자처럼 언제나 기독교와 함께 공존했으니 기독교에 버금가는 유구한 역사를 지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다빈치 코드>는 이제껏 지하방에 머물러야 할 '음란함'이 양지에 나와 베스트셀러로 다수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점, 그리고 대중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영화라는 매체로 번역되어 다수의 입에 회자될 수 있다는 점에 한기총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의 힘을 우습게 아는 한기총의 신앙고백
한기총은 특히 "비판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요즘의 청소년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음에 대한 한기총의 선언으로 이해된다.
2000년이 넘게 지구촌에 영향을 끼치고 현재까지 세계사의 기득권을 과시해 온 기독교가 한 편의 소설과 영화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리라는 우려는 혹시 그들의 신앙고백은 아닐까?
이 지점에서 예비 관람자인 나는 "한기총이 기독교를 우습게 안다"는 아찔한 해석까지 하게 된다. 언론을 통해 상영금지 처분을 신청하러 나타난 그들의 모습이 왜 그리 무기력해 보이는지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도 한기총의 이번 결정은 신앙 이전의 단계에 전제되어야 할 것들에 대한 결핍을 드러내는데, '내 종교가 중요한 만큼 내 종교에 대한 다른 시선과 입장도 공존할 수 있음'을 수용하는 관용의 정신과 함께 종교와 예술을 구분하는 분별력이 그것이다.
물론 <다빈치 코드>의 내용과 주장은 종교의 정통성이란 점에서는 민감한 사안이겠지만, 설령 예수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을 한들 혹은 십자가형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고 평범하게 임종을 맞이한들 내 마음 속의 예수 그리스도는 변함이 없다.
왜냐하면 예수가 독신이어서 혹은 십자가형으로 임종을 맞은 것이 필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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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총이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영화 <다빈치 코드>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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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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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금지 가처분 준비할 시간에 '시대에 맞는 기독교' 고민하라
오히려 비온 뒤의 땅이 굳는다고 <다빈치 코드>같은 영화가 쓸고 간 뒤에 기독교는 불온한 루머와 가십거리에서 소중한 면역성을 배양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한기총의 입장에서 영화 1편으로 신앙이 흔들릴 신자거나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보게 될 청소년이라면 차라리 그들을 내버려두는 것도 기독교를 위한 일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한기총은 그들이 기독교를 비판하고 충분히 의심할 때까지 내버려 두라! 개인에게 종교의 선택은 단시간에 결정할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또한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신자의 양적인 증가가 아니라 질적인 향상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무작정 믿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믿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들로 증명되지 않았던가!
그러니 한기총은 법원에 영화 <다빈치 코드>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을 준비하는 시간에 급변하는 시대에 기독교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 혹은 복합 문화주의 속에서 이제 논술로 무장될 청소년들에게 기독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파할 지를 모색하는 것이 기독교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 제2·제3의 류상태 교목과 강의석 학생 같은 마녀사냥감을 원치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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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