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붉은 악마'는 '악'이다?

[기사] '붉은 악마'는 '악'이다?

오디세이 0 2,797 2002.08.29 17:21

http://www.hani.co.kr/section-014005000/2002/08/014005000200208291651011.html

'붉은 악마'는 '악'이다? (한겨레신문 하니리포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은 지난 28일 자신들이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던 '붉은 악마의 초등교과서 게재 반대 의견'을 교육부 측에서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한기총은 이달 초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사회과 탐구' 교과서 표지에 6월 월드컵 대회 당시 서울 시청앞에 붉은 색의 옷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하는 사진이 게재된 것에 대해 '붉은 악마'라는 문구가 삽입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공문을 교육부에 전달했고, 한기총 측에 따르면 교육부는 “악마라는 용어가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게 하는 것이 사실이며 교과서에 그 용어를 거리낌없이 구사하고 찬양하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또한 한기총은 '붉은 악마'를 서울시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동시에 '붉은 악마'를 지원한 S모 기업에 대한 소비자운동 전개 추진 뜻도 밝혔다. 이미 한기총은 지난 2월에 '붉은 악마'대신 '붉은 호랑이'등의 대체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한기총의 입장에서는 '붉은 악마'가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이 꺼림직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이러한 주장을 살펴보면, 어느 한 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해도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기총이 교육부에 보냈다는 공문에서 '붉은 악마'의 표현이 교과서 등에 실리지 않아야 된다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가. 본회를 비롯한 한국 기독교계는 축구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의 명칭이 악마적 문화를 확산하고 부정적 국가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음을 염려하면서 개명운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나.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 요소의 하나인 응원은 '붉은악마'의 기폭제적 역할을 훨씬 뛰어 넘는 우리 축구국가대표팀의 선전과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내려는 각계 각층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국민들의 폭발적인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져 우리 스스로가 놀랄 정도의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의 공과 칭찬은 일부 기업의 상업적인 후원과 지원을 등에 업은 '붉은악마'를 독점하다시피 했으며 일부 언론의 부풀리기로 우리 국민과 국가의 이미지를 '붉은악마'로 각인 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라. 이는 우리가 염려한 대로 월드컵의 열기가 가신 후에는 국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로 악마를 떠올리게 될 것이며, 국내적으로는 악마라는 단어를 친근하게 여겨 악에 대한 경계가 무뎌지는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교과서에 마저 '붉은악마'를 부각시키는 내용이나 문구가 삽입 된다면 이를 고착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며,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교육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가 될 것입니다.


한기총은 우리나라의 대외이미지가 '악마'로 인식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언론 등에 보도되는 내용이나, 실제 월드컵이후 해외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터키 등을 다녀온 이들의 주장에는 한기총이 '염러'하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기총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라’항일 것이다. ‘악마’라는 단어가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어 ‘악에 대한 경계’가 무뎌지며, 이를 교과서에 실린다면 ‘고착화’되는 문제가 벌어져 ‘권선징악’의 교육 의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지난 6월 한 달 동안 우리 국민들은 붉은 옷을 입고 다녔고, 스스로를 ‘붉은 악마’라고 지칭하였다. 한기총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부 언론'이 국민의 모습을 각인시킨 것이 아닌, 국민들 스스로 칭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에는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붉은 악마’로서의 존재지, 그것이 일반적인 기독교에서 말하는 선에 대치되는 ‘악’의 존재는 아니었다.

즉 ‘붉은 악마’라는 말은 한국을 표현하는 하나의 대표 브랜드가 되어버린 것이다. 스스로를 ‘붉은 악마’라 지칭하는 이들 중에, 이 말 때문에 ‘악’을 행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또한 교과서에 그러한 용어가 실린다고 해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악’해진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런데 한기총은 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붉은 악마’ 용어 자체 대해 거부감을 일으키며, 공공적 성격의 인쇄물이나 행사에 이용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기총은 이미 일상화 되어 국민들도 거리낌없이 받아들인 하나의 용어에 대해 그 본 뜻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종교적 시각에서만 재단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니리포터 유명준/ neocro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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