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휴거 대소동과 보수언론의 부추김

[기사] 휴거 대소동과 보수언론의 부추김

(ㅡ.ㅡ) 0 2,897 2005.05.21 16:15
휴거 대소동과 보수언론의 부추김 오마이뉴스 2005.5.21 (토) 14:21

[오마이뉴스 고태진 기자] 벌써 오래된 이야기지만 1992년 10월28일에 종말론을 신봉하는 교회에서 휴거 대소동이 있었다. 몇몇 교회가 주장한 세계 종말의 날이라는 이날, 예수의 공중 재림 때 "믿음 있는 우리"도 같이 허공으로 딸려 올라간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한 바였다.

이런 터무니없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실제로 휴거의 날이 다가오자 가족, 직장 다 내팽개치고 몇 달 동안 가출하며 일상을 일탈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 날 밤에는 휴거론을 주장하는 교회 앞에서 방송사가 생중계를 했던
기억이 난다. TV를 보면서 정말 난리를 치는 저 사람들만 공중으로 올라가고 남아있는 우리는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조금은 불안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종교적 미신의 결과는 이런 소동에서부터 심하게는 때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종교뿐이 아니라 그릇되고 왜곡된 미신들이 공공연히 판을 치고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그릇된 미신들이 판을 치고 있는 사회 주로 보수를 표방하는 신문들에게서 포교되고 있는 대표적 미신으로 고교평준화와 경제의 분배 문제에 관한 것이 있다.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이들 신문은 고교평준화를 아예 하향평준화로 이름 붙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건만 평준화 허물기를 위한 이들의 시도는 끈질길 정도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같은 탈평준화 시도가 일부 먹혀들고 있기도 있다. 또한 하향평준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5월19일 <한겨레>에서는 군포 고교평준화 첫 졸업생 살펴보니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의 조사결과, 2002학년도부터 평준화로 바뀐 경기도 군포시 일반계 고교 졸업생의 주요 대학 진학이 평준화 이전보다 갑절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명문대 진학률이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2004년 졸업)의 41명에 비해 평준화 첫 세대인 올해에는 75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졸업생의 2년제 이상 대학 진학률도 평준화 이전에 비해 5.1%포인트가 늘었다고 한다. 2003년에 실시되었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조사에서도 OECD국가 중에서 한국의 고1학생들의 학력이 최고 수준임이 확인되었던 바가 있다.

문제는 평준화가 고교생들의 학력을 하향시켰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데도 <조선일보>등 보수신문들이 끈질기게 하향 평준화라는 왜곡된 미신을 확산하고 주입하는 데에 있다.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 신문에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이른바 명문고 출신들의 목소리가 가세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분배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에 빈부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1분기(1∼3월)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소득 수준 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58만7300원으로 하위 20% 가구(112만3000원)의 5.87배였다.

이는 통계청이 최저 소득층 가구 대비 최고 소득층 가구의 소득비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굳이 통계를 보지 않더라고 충분히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빈부 격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수 신문들은 이렇게 빈부격차를 확대해 놓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한다며 좌파의 딱지를 붙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분배는 좌파의 기본적 가치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분배가 아니라 차별이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자 신문들은 오로지 성장우선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파이를 키워야 나눠줄 수 있다고 하지만 비정규직의 확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빈곤층은 그 파이를 맛볼 수 있는 날은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비단 고교평준화나 분배 문제뿐이 아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정권이 필요에 따라 우리의 모든 가치를 자의적으로 재단했던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지독한 미신에 갇혀있었다.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고 우리나라를 잘살게 해줬다는 박정희 향수도 마찬가지다. 사형제도가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는 근거없는 믿음도 마찬가지다.

종교적 미신과 다름없는 언론의 왜곡과 오도 문제는 기득권층의 사주와 보수를 표방하는 부자신문들에 의해 이런 그릇된 미신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확대된다는 것이다. 신문의 왜곡과 오도는 종교의 미신이나 다름이 없다. 언론의 영향력으로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하여 많은 사람들을 잘못된 관념을 갖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 사회의 적지않은 사람들이 휴거에서 선택받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그것이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일 수도, 자신의 경제적 부를 위해서일 수도 있다. 사회구성원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야할 언론이 사안마다 그 휴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고태진 기자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고태진 기자는 고정칼럼니스트 겸 편집자문위원입니다. 대구광역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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