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백년 동안 세계 상당부분 지역에서 사용돼 온 B.C.(西紀 전)와 A.D.(서기)의 표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북미에서 호주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교들은 예수 탄생 이전(Before Christ)을 뜻하는 B.C.와 주님의 해(라틴어 anno Domini)를 뜻하는 A.D. 사용을 중단하고 기독교적 색채를 줄인 공동연대(Common Era) 이전과 이후를 뜻하는 B.C.E.와 C.E.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교과서 회사들은 대부분 전국적인 세계사 표준 용어로서 새 연대 표기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수파 기독교인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수백년 내려온 사회.정치 질서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고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히브리어 강좌에서는 100년도 더 전부터 기독교 시대를 뜻하는 C.E.(Christian Era)와 이전을 뜻하는 B.C.E.를 사용해 왔다.

분명 B.C.와 A.C.는 가톨릭에 뿌리를 두고 있다. 로마의 대수도원장이었던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는 교황 성 요한1세(514-523)에게 정확한 부활절 날자를 짚어주기 위해 이같은 표기를 고안했으며 1582년 그레고리오 13세 당시 그레고리오 책력이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 사용됐다.

대부분의 문명권에서 달력은 특정 시대나 인물을 근거로 만들어지지만 B.C.와 A.D.는 역사가들에게 항상 골치 아픈 문제, 즉 원년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고 비판자들은 이것 때문에라도 기독교에 바탕을 둔 연대 표기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B.C.E.나 C.E.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와 중.고등 학교에서부터.

역사 교과서 편집자이자 사립학교 역사 교사인 빌 에버델은 "학생들이 진지하게 B.C.의 의미를 물어 온 뒤로 나는 B.C.E.라는 표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자신이 아는 대부분의 역사 교사들은 B.C.E.와 C.E.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1년부터 전국적인 심화학습과정(AP) 역사 시험에서 새로운 표기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주에서는 새로운 표현이 교과서와 연습문제지 등을 통해 공립학교에 보급됐으나 주의 공식 교과과정에는 들어있지 않으며 이 문제에 관해 토론이 계획돼 있지도 않다고 교육부의 조너선 버먼 대변인은 말했다.

그는 "뉴욕주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준 교과서는 A.D.와 B.C.를 사용한다"면서 학교들은 어떤 표현이든 선택할 수 있지만 고교 졸업 자격시험에는 B.C.와 A.D.가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새로운 표현에 거센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교육 및 종교문제 관련 저술가인 캔디스 드 러시는 "B.C.E.냐 C.E.냐 하는 문제는 단순한 말싸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좌파 언어경찰의 핵심이며 우리의 사회.정치 질서의 종교적 기초에 대한 협공"이라면서 " B.C.나 A.D. 사용으로 탄압받은 사람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B.C.E.나 C.E.는 기독교를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란 말이냐. 어쨌든 공동연대라는 말도 거기서 시작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남부 침례교 대표자 회의는 지난 2000년 새로운 표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세속화와 반(反)초자연주의, 종교적 다원주의, 정치적 유행의 결과"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역사학 교수 개리 B.내쉬는 역사가들과 대학 강사들이 비기독교적인 연대 표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해 "지금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범세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소수에게만 통용되는 연대 표기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라고 논평했다.

미국 교과서 위원회의 길버트 시월 위원장은 다문화주의와 같은 현대사회의 움직임 때문에 수백년동안 통용돼 온 용어를 바꾸는 것은 오랜 세월 지켜온 원칙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개탄하면서 앞으로 5년 안에 A.D.라는 표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버니 <美뉴욕주>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