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짜리 설교

백만원짜리 설교

러셀 0 2,730 2004.01.30 19:52
3월 한 달간 1백만원씩 받고 게재...노조 "3류지로 전락"
2002년 04월 17일 00:00 [조회수 : 2859]



<국민일보>가 목회자들의 설교를 지면에 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목회자들의 설교가 교계언론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임이 입증됐다.

<국민일보>는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30일까지 한 달 여에 걸쳐 종교1면에 '부활절 명설교 릴레이'라는 설교 코너를 실어왔다. 또 설교자를 소개하는 별도의 기사도 박스 형태로 첨부했다. <국민일보>는 설교 한 편당 1백만 원씩 받아왔다. 한달 여 설교 시리즈를 통해 3천만 원 이상의 수입을 확보하려 한 셈이다. 박종순 목사부터 시작해 김홍도 이중표 옥한흠 나겸일 피종진 목사 등 꽤 이름이 알려진 목회자 30여명의 설교가 실렸다.

부활절 특수를 노려 설교 거래를 했던 사실은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에 의해 드러났다. 국민일보지부는 "신문의 품격과 위상을 실추시키고 3류지로 전락시켰다"면서 회사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진정으로 사죄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노승숙 사장이 책임지고 사과할 것 △종교면 총책임자인 김상길 종교국장은 자진 사퇴할 것 △종교국을 해체해 편집국 산하로 재편할 것 △수익금을 반환할 것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미 교계 방송국에서도 설교 관련 후원금을 받고 있다면서,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김상길 종교국장의 사표도 반려했다. 사측에서 이처럼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자 국민일보지부는 '종교국장의 퇴진을 거듭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8일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일보>의 이번 사태는 언론 비평 전문지인 <미디어오늘> 4월 4일자와 11일자에서 잇따라 상세히 보도됐다. 이 사건을 보도한 <미디어오늘>의 조현호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신앙과 언론 정도 사이"라는 글을 통해 <국민일보>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었다. 다음은 조 기자의 글 전문.

"신앙은 언론인의 원칙이라는 가치보다 우월한가. 지난 1일 <국민일보>가 종교면에 교회 목회자의 설교와 소개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한 회당 100만원의 후원금을 받기로 하는 사업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과 관련, 이에 대한 기획과 홍보 등 사업 일체를 주관한 김상길 종교국장은 “이를 바라보는 시각 차가 있을 수 있으나 문제는 없다”며 “설교를 하고 그 대가로 후원금을 내는 건 교계의 문화”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 같은 판단을 하게 된 근거로 “종교적인 현상인 설교는 복음의 증거이므로 사기업의 상품과 다른 점”을 들었다. 순수하게 종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 말이 틀렸다고 할 순 없고 이에 대한 논쟁을 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하지만 아무리 종교적인 색채를 띤 매체라 하더라도 사회의 공기임을 자임하는 언론이라면 최소한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히 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지면을 만드는 건 기자들이고 이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는 “‘사랑, 진실, 인간’이라는 사시를 표방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면서 창간한 <국민일보>가 기사를 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은…한국교계와 독자들에게 낯을 들 수 없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국민일보>를 3류지로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개탄했다. 때문에 국민일보지부는 이 문제를 이미 20여일 전에 파악했으나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신뢰도가 추락할 것을 우려해 비공개적으로 회사측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회사측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결국 공론의 장으로 이를 끌어냈다.

어느 언론사보다 종교적 신앙을 소중한 가치로 삼아야 할 <국민일보>에서 ‘신성해야 할’ 종교면을 매일 후원금을 받아 운영한다는 건 비록 ‘시각차’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비종교인 뿐만 아니라 종교인에게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언론인에게는 종교적 가치만큼이나 도덕적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목사의 설교를 돈 받고 게재한 일은 <국민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일보>가 "설교의 대가로 후원금을 받는 것은 교계 문화"라고 주장하듯, 이미 대부분의 교계언론 특히 텔레비전·라디오·인터넷 방송사들은 목사의 설교를 주요한 수입원 내지 후원창구로 활용해왔다. 광고 수입이나 시청료 내지 구독료 수입이 극도로 열악한 방송사들이 가장 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통로인 것이다. 또 목사들 역시 방송사가 자신의 설교를 '간택'해 방송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여기며 기꺼이 주머니를 열었다.

비단 언론계에서만 설교가 거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부활절연합예배와 같은 대형집회에서 설교하려면 적어도 수 천만 원을 기부해야만 가능하다. 99년에는 김삼환 목사가 4천만 원을 냈고, 올해 설교자였던 김장환 목사가 역대 최고 금액인 6천만 원을 작년에 냈다. 그 사이 설교를 했던 이들도 1천만 원 정도씩은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비하면 <국민일보>가 한 편에 1백만 원씩 받은 것은 '껌값'에 불과하다. 김장환 목사는 비싼 설교 값을 내고도 "패널티킥을 못 넣는 사람은 한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멘트를 했다가, 빗발치는 비난의 화살을 견디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신문사나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명설교'라고 판단해서 방송을 하거나 지면을 할애할 수 있다. 그러나, 돈 거래를 통해 실린 설교가 독자 입장에서 명설교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짜 명설교라면 언론사가 오히려 돈을 지불하고 게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언론사의 명설교 기준은 돈 숫자 많고 교인 숫자 많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진짜 명설교가임에도 불구하고 돈 없는 목회자의 설교는 완전히 배제될 수밖에 없고, 독자나 시청자들은 진짜 설교를 들을 기회를 근본적으로 박탈당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설교에 있어서도 부패의 악순환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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