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종교가 달라진다

주5일 근무제, 종교가 달라진다

(ㅡ.ㅡ) 0 2,482 2003.10.03 12:07
한겨레  2003.10.2(목) 23:51

주5일 근무제, 종교가 달라진다
 
 
불교 ‘맑음’개신교 ‘흐림’ 올 가을, 종교계가 특별히 바쁘다.

내년 7월 전면실시를 앞두고 사회 각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에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주말 이동인구가 가장 많은 가을철, 신도들의 신행활동의 변화를 살펴보고 주5일제에 대응한 프로그램을 올해 안으로 확정한다는 게 종교계 전반의 움직임이다.

교회나 절의 도농간 자매결연, 새로운 신행프로그램 개발 및 확정, 성직자 교육, 예배 및 예불 시간 변경 문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1회 총론에 이어 앞으로 불교, 기독교, 가톨릭, 원불교 및 기타의 순서로 종교별 대책과 움직임을 연재한다.

편집자 불교계는 대흥사가 3일부터 주말수련회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을 비롯해 주요 사찰에서 산사체험, 수련회, 템플 스테이 등 각종 프로그램들을 올 가을 일제히 가동한다.

이를 통해 수정 보완할 부분을 추릴 계획이다.

가톨릭의 경우 오는 12-17일 열리는 추계주교회의에서 주5일제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각 교구별로 연구 검토된 방안들을 교환하고, 교구간 협조할 사항을 정리한다.

단위 교회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개신교는 하이패밀리(원장 송길원 목사)나 한국가정사역연구소(소장 추부길 목사) 등 여러 연구소가 제공하는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연수받고 이를 교회현실에 적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대형교회는 농촌에 전원교회를 세우거나, 기존의 농촌교회와 자매결연을 맺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각 종교의 표정은 일단 불교 맑음, 가톨릭 어중간, 개신교 흐림으로 나타난다.

전국의 국립공원은 물론 주요 경승지에 사찰을 두고 있는 불교계는 비교적 느긋하다.

특별한 시설투자나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없이도 도회지를 떠난 시민들의 눈과 발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평화, 내적 성찰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면서 불교의 범신론적 세계관이 각광을 받고 있어 불교계를 더욱 고무시키고 있다.

반면 도심 교회 중심의 가톨릭이나 개신교는 도시를 떠나는 신도들의 발길을 교회로 돌리게 할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신자를 늘리는 것은 두번째 문제다.

이런 양상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도 맞물려 있다.

사실 주 5일제는 지난 8월 법제화하기 이전부터 여러 형태로 각 부문에 도입됐다.

공직사회에서는 격주 전일근무제가 실시되고 있었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 전문직에는 주5일제가 도입된 지 이미 오래됐다.

공교롭게도 주5일제 혹은 변형 근무가 각 부문으로 퍼지는 시점에 종교계의 신도수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던 기독교와 가톨릭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정체 상태였던 불교의 증가세가 빨라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5년 23.2%였던 불교신도수는 99년 26.3%로 늘었고, 개신교는 이 기간동안 1% 정도 줄었으며, 가톨릭이 0.4% 정도 미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5년 조사와 비교하면 불교는 7% 정도 늘었고, 개신교는 2.5%, 가톨릭은 2.4% 각각 느는 데 그쳤다.

갤럽이 지난 4월 조사한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97년 조사와 비교하면, 불교 신도는 27%로 8.7% 늘었다.

개신교는 21.2%로 0.9% 느는데 그쳤다.

개신교의 위기감은 지난 9월 실시된 ‘주5일 근무제’ 시행에 관한 목회자 설문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 목사)가 목회자 2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2.4%는 ‘주5일 근무제’가 한국교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80% 이상이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대책을 이미 마련했다고 대답한 목회자는 2%에 그쳤다.

가톨릭 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인 차동엽 신부는 “주5일제는 단지 1주일에 휴일 하루를 더 버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삶의 자세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 교회가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미국과 유럽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패밀리의 김현주 연구실장은 “교회 중심이 아니라 신도 중심의 사역활동을 펼치고, 신도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한다면 주5일제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교 조계종 박희승 차장도 “앞으로 각 개인이 내면의 문제를 천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될 것인 만큼 모든 종교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라고 말했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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