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출신이 심부름센터 운영....홈페이지에 광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돼 있는 한 홈페이지의 첫 화면.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내게로 오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가 떠 있다. 마치 종교단체의 사이트를 연상시키는 글 아래에는 엉뚱한 내용들이 죽 이어진다.
‘가출, 실종, 행방불명, 소재파악 등 가정고민, 가정폭력, 부부갈등, 전문상담사의 철저한 비밀보장….’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종류의 글이 떠 있는 한 심부름센터의 홈페이지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인터넷상에 이같이 자신이 운영하는 심부름센터를 광고하며 부인과 아들을 동원,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불법으로 조사한 혐의로 최모(60)씨에 대해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 4월 김모씨의 의뢰를 받아 재판에 계류 중인 협박사건의 증거물로 사용하기 위한 도청장치를 설치, 도청을 해주고 500만원을 받는 등 지난해 1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의뢰인들의 부탁을 받아 다른 사람을 미행하거나 도청을 한 혐의다.
최씨는 불륜현장 등을 잡기 위해 카메라 5대, 도청기 4개, 차량 위성추적장치 5개, 전신주에 올라가 도청하기 위한 한국통신 작업복 2벌, 위치추적을 위한 노트북 1대 등 무려 30여종의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최씨는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26년간 종교인으로 살아왔다고 진술했다”며 “심부름센터의 이름도 성서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땄다”고 말했다. 최씨를 도운 최씨의 아내와 아들은 불구속입건됐다.
( 金南仁기자
artemi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