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덕련 기자]

▲ 육영재단이 주관한 국토순례에 참가했다가 성추행 및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등 40여명은 27일 오후 광진구 능동에 소재한 육영재단의 어린이회관 인근에서 육영재단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2005 오마이뉴스 김덕련

국토순례단 총대장 황모씨, 전격 구속 27일 저녁... '미성년자 강제 추행' 혐의 육영재단이 주관한 '어깨동무 국토순례단' 총대장이었던 황모씨가 27일 저녁 6시경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동부경찰서에 구속됐다.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된 황씨는 현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황씨는 지난달 23일부터 진행된 국토순례 당시 '성추행 및 아동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참가자들의 학부모들에게서 고발된 바 있다.

육영재단 주관 국토순례에 참가한 자녀가 성추행 및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이 육영재단을 규탄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학부모들은 27일 오후 3시50분경부터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인근에서 '육영재단 국토순례시 아동학대 및 성추행에 대한 학부모·시민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본래 육영재단 사무실이 있는 어린이회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비리조사연맹'이 이들보다 앞서 9월말까지 집회 신고를 한 상태여서 부득이하게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집회를 열어야 했다. 비리조사연맹 단장 김분남씨는 심용식 육영재단 대변인의 부인이다.

집회에는 국토순례에 참가한 아동과 학부모,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회장 박경양) 등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가했다.

박근영 이사장 공개사과와 이사장직 사퇴 요구

▲ 육영재단 규탄 집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가 '근조 육영재단'이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육영재단 쪽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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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박근영 육영재단 이사장은 ▲'성추행·아동학대 피해자'인 어린이들에게 언론을 통해 공개사과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한 학부모들에게 '당신 딸이 임신이라도 했느냐'는 등 언어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뒤 ▲일련의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에 혈안이 돼 프로그램을 부실하게 운영해온 육영재단 자체에 있다"며 "육영재단은 이번 국토순례 프로그램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를 공개한 뒤 교육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촉구했다.

학부모 대표 이모씨는 "이번 사건은 육영재단 쪽에서 머리숙여 사과했다면 끝났을 일"이라고 말한 뒤 "그런데도 육영재단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을 향해 '숨겨진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등 중상모략을 일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제라도 박근영 이사장이 직접 사과한다면 육영재단을 대상으로 한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국토순례단 총대장 황모씨에 대한 형사고발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 집회 신고자는 육영재단 대변인의 부인

이들은 오후 4시50분경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정문 앞으로 행진했고 몇몇 학부모는 정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학부모들과 비리조사연맹 단장 김분남씨 및 육영재단 관계자들 사이에 20여분 동안 거센 실랑이가 벌어졌다.

육영재단 관계자 및 집회 신고를 먼저 한 김씨는 "학부모들이 정략적인 목적에서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누구 지시받고 하는 거냐"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학부모들은 "당신 자식이 이런 일을 겪었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비리조사연맹 단장 김씨는 심용식 육영재단 대변인의 부인"이라며 "육영재단과 박근영 이사장을 비판하는 학부모 집회를 막기 위해 치졸하게 집회 신고만 해놓은 것"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남편이 심 대변인'이라는 학부모 주장의 사실 여부에 대해 김씨는 현장에서 답변을 거부했으나, 확인 결과 심 대변인의 부인이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 대변인은 지난 18일 한 학부모의 휴대전화에 "국토순례에서 누가 죽기라도 했냐"며 "언론보도를 믿고 자꾸 육영재단에게 따지는 건 협박, 공갈이다"라는 음성메시지를 남겨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양쪽 모두 서로 몸을 밀치는 등 감정이 고조돼 충돌 직전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집회는 오후 5시10분경 어린이회관 정문 앞에서 끝났다.

학부모들은 향후 계획과 관련해 "1인 시위를 벌일지, 아니면 정기적으로 집회를 열 것인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 육영재단 규탄 집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오른쪽)가 "육영재단을 비판하는 집회를 막기 위해 일부러 집회 신고만 해놓은 것 아니냐"며 '비리조사연맹' 단장 김분남씨(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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