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현각스님이 경험한 사찰방화

[인용] 현각스님이 경험한 사찰방화

※※※ 2 3,217 2004.11.09 16:03
화계사의 불



사람들은 어떻게 가톨릭 신자에서 불교신자가, 그것도 수행자가 됐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난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불교로 개종했는가?”



개신교나 가톨릭이라는 하나의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나는 분명히 개종한 셈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참선을 하고 경전을 읽으면서 더 가까이 예수님 가르침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혼자만의 안일을 위해 살지 않고 다른 사람들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게 되기를 빌고 또 빈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내게 말을 걸어온 사람들은 이 마음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만으로 모든 결론을 내려버린다.



지난 여름 어느 일요일 붐비는 지하철 안이었다. 어떤 남자가 차안에서 열정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난 으레 펜이나 우산을 파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책을 마저 읽고 있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귀에 바싹 대고 뭔가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었다. 천천히 들어보니 “오직 성경만 읽어라. 오직 예수님만 믿어라. 예수님만이 당신을 구원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하도 놀라 삼복 더위에도 몸이 떨렸다. 그 전에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런 이들을 여러번 당한 적은 있지만 가까이 와서 소리치는 경우는 없었다. 난 애써 외면했지만 그는 내 뒤에 똑바로 서서 쉬지않고 퍼부어댔다. 주변의 눈길은 못마땅한 듯했지만 그는 계속 “성경을 읽으세요. 성경을 읽으세요”라고 소리쳤다. 난 마음속으로 그에게 말했다.



“저는 이미 어려서부터 성경을 수십번도 더 읽었는데요.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성경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화계사 국제선원 스님들도 모두 겪은 일이다. 예수님은 결코 종교나 교단을 만든 적이 없다. 제자들에게 “네가 옳다. 너만 진정한 제자다”고 감싼 적도 없었다. 예수님은 늘 매춘부나 범죄자와 같은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하면서 `내침'이 아니라 `포용'의 삶과 정신을 증거하셨다. 이 점이 예수님을 위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예수님은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기 위해 오셨지만 아주 소견이 좁은 이들은 이를 증오의 독트린으로 변질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기독교 종주국이라 할 미국엔 이런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96년 내가 묵고 있던 화계사에 세 번이나 불이 났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들은 모두 기독교인들이었다. 나를 비롯한 국제선원의 외국인 스님들은 그 뒤처리 때문에 며칠 밤낮을 매달렸다. 우리 마음에는 놀람과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까지 일었다. 이곳은 우리가 사는 집이다. 그런데 어떻게 신념과 다르다고 몇번씩이나 불을 지를 수 있단 말인가. 전통적인 기독교 나라인 미국에도 사찰 수백개가 있지만 어느 누구도 불을 지른다든지 탱화를 훼손하는 일은 없다. 만약 다른 문화, 전통에 대한 파괴 행위가 일어난다면 모든 종교지도자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종교간 불신으로 인한 이런 일을 볼 때면 `남남통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남북통일이 되겠냐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런데 분노와 탄식을 쏟아내고 있을 때 절망을 씻어준 분이 나타났다. 인근 한신대 교수님과 학생들이 찾아와 흉물이 된 법당을 둘러본 뒤 기독교인으로서 깊은 사죄의 뜻을 전하고 법당을 청소해 준 것이다. 당장 수행을 그만두고 한국을 떠나겠다던 외국 스님들의 울분도 눈녹듯이 녹았다. 그 뒤 교수님은 국제선원 스님에게 한신대의 불교 강의를 맡아달라고 요청해 그의 화계사 방문이 그냥 몸짓이 아니라 열린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보여주었다.



15년 전 성철 큰스님은 영어로도 옮겨진 <가야산의 울림>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에 큰 존경을 표했다. 지난해 겨울엔 남원 실상사에 갔다가 “성탄절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보고 너무 기뻤다. 그런데 올해 `부처님 오신날'엔 더 기쁜 일이 있었다. 한신대 총학생회에서 “석가탄신일을 경축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은 것이다. 서로 굳게 닫아놓은 빗장을 열어놓으니 가슴까지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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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dick 2004.11.09 19:38
이거야 말로 극히 일부
세일러문 2004.11.09 16:25
한신대 총학생회에서 “석가탄신일을 경축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은 것이다.
-> 개독들이 보면, 한신대 안가겠네요 ㅋㅋ 좀잇으면 '한신대 이단이다'소리까지 나올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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