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군부독재 때 기독교는... 한기총 초대총무 한명수 목사

일제·군부독재 때 기독교는... 한기총 초대총무 한명수 목사

은하수 0 2,390 2004.10.16 02:51
"일제·군부독재 때 기독교는 뭘했나
한기총, 역사발전 저해... 안타깝다"
[인터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초대총무 한명수 목사
i_email.gif 기사전송  i_printer.gif 기사프린트 조호진(mindle21) 기자  i_email_0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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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초대총무 한명수 목사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언론이 기독교, 특히 대형교회의 비리와 문제를 파헤친 것은 언론의 정도를 걷는 것으로 잘한 일이다. 교회의 비리를 가리기 위해 종교탄압을 위장해 저항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다. 부패한 목회자들은 옷을 벗겨야 한다.

국보법이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수십만 명이 모였다고 숫자를 자랑하는데, 옳지 않은 일에 많은 사람을 동원됐다고 자랑하는 것은 폭력 집단의 사고나 다름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초대 총무를 역임한 한명수(71·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 이사장) 목사는 단호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촉구 기독교 인사 선언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목사는 <오마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한국 기독교의 각성과 정치권의 개혁 동참을 촉구했다. 한기총 출신 인사가 이처럼 강경한 어투로 교계의 최근 행태에 대해 성토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 목사는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 기독교는 일제시대에는 친일로 병들었고,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저항하지 못하고 동조하는데 그쳤다"면서도 "기독교가 힘이 세면 된다는 잘못된 사고에 젖어 변질된 경향이 있지만 기독교 내부에는 개혁적인 목회자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또 최근 국보법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원로선언과 관련해 "원래 원로라는 사람들은 어용노릇을 많이 했다, 성경 잠언에 '머리가 희끗해도 깨닫지 못하는 자가 있다'는 구절이 있다, 머리가 희다고 원로가 아니라는 뜻이다"면서 "진정한 원로는 독립투쟁을 하고, 반독재투쟁을 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소외계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다음은 6일 느티나무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한기총이 수구 일변도로 가면서 역사발전 저해하는 일 매우 안타깝다"

- 한기총 창립을 주도한 목회자로서 최근 한기총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그분들도 우국충정의 심정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고 패턴에는 문제가 있다. 시대변화를 읽으며 국가를 사랑해야 하는데 맹목적인 사대주의 자세로 미국을 추종하는 것은 곤란하다. 달라진 한미관계, 남북관계, 중국과의 관계 등 국제 역학관계에서 오는 변화를 읽고 적응해야 하는데 수구 일변도로 가면서 역사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매우 안타깝다."

- KBS가 한국 교회 문제에 대해 방영하자 한기총 등 보수교단이 종교탄압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언론이 기독교 특히 대형교회의 비리와 문제를 파헤친 것은 언론의 정도를 걷는 것으로 잘한 일이다. 보수교단이 언론의 보도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잘못이 있다면 고백하고 밑바닥에서 무릎 끓고 용서를 빌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교회의 비리를 가리기 위해 종교탄압을 위장해 저항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진실한 모습이 아니다.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그리고 부패한 목회자들은 옷을 벗겨야 한다. 그런데 옷에서 냄새가 나니까 옷을 벗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 한기총 등 보수교단이 국보법 폐지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보법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법이다. 보수교단의 대중집회를 보면 대한민국에 대해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보인다. 국보법이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데, 역사에 앞선 사람들이 그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청집회에 수십만 명이 모였다며 숫자를 자랑하는데, 옳지 않은 일에 많은 사람을 동원됐다고 자랑하는 것은 폭력 집단의 사고나 다름없다."

- 과거사 청산에 대해 보수교단이 적극 반대하고 있다.
"친일파는 제1공화국 때 청산되어야 했는데 이승만 정부가 친일세력을 등원시키면서 60년 동안 역사의 물이 흐려졌다. 기독교뿐 아니라 문화·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과거청산은 필히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등 상황논리를 들먹이며 역사청산을 반대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투옥 당하고 희생당한 사람들은 무엇인가. 이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죄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 한국 기독교가 지탄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승만과 이기붕이 나라를 망칠 때 기독교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용화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한국 기독교는 일제시대에는 친일로 병들었고, 군사독재 정권시절에는 저항하지 못하고 동조하는데 그쳤다. 사회정의를 실현하면서 인권과 민권을 주장하는데 몸을 사린 게 사회와 역사로부터 지탄받는 원인이 됐고 끝내 오늘의 결과를 불러왔다."

- 한국 기독교의 부정적인 모습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과연 자정능력이 있겠는가 하고 불신하고 있다.
"기독교 개혁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기독교 내부에는 정(正)과 반(反), 개혁과 수구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기독교가 힘이 세면, 목소리가 크면 된다는 잘못된 사고에 젖어 변질된 경향이 있지만, 기독교 내부에는 바뀌어야 한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목회자 등 개혁세력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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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수 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들이 6일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며 기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머리가 희다고 원로는 아니다"

- 한나라당의 이념공세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나라당의 이념공세는 한 마디로 매카시즘이다. 군중들이 이념공세에 속으면 안되는데 국민들의 사고가 경직돼 있어 먹혀들어간다. 아직 민주화가 되어 있지 못하는 것이며, 이는 동양문화가 횡적이 아닌 종적인 사고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야합으로 탄생된 한나라당은 거듭나는 과정을 거처야 한다. 그리고 대국적 견지에서 색깔논쟁을 중단하고 정책대결로 나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친미·반미의 이분법적 사고와 색깔논쟁으로는 국민들에게 지지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 야당을 보면 여당같고 여당을 보면 야당 같다."

- 보수 교단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일도 있다. 386세대와 운동권 사람들이 집권하면서 미숙한 면이 없지 않지만 신선한 것은 잘해보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하도록 만든 것이 제1의 공로라고 생각한다. 가령 노무현 정권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정치자금 비리는 묻혀졌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게 당부한다면,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진중하게 움직이길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남북교류를 하려고 하면 친북세력으로 몰고, 호혜평등의 외교를 하려고 하면 한미동맹을 깬다고 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면 친미정부로 모는데 무슨 재간이 있겠는가. 한나라당이나 반대세력 등은 국가를 위해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 보수 교단의 북한에 대한 적대감은 매우 커보인다.
"6·15 남북선언에 기초해 남북교류를 하면서 철도도 놓고 개성공단도 활성화해야 한다. 기독교가 그동안 남북교류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데 냉전수구 시대로 돌아가선 안되며, 남북교류의 문을 여는데 기독교가 앞장서야 한다. 일부 보수교단 목회자들이 반핵·반김정일을 주장하는데, 국제관계를 감안한다면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해치는 일이다."

- 일부 수구 인사들이 쿠데타를 조장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5·16 쿠데타와 10·26사태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위험한 발언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들의 발언은 군사독재로 회귀하자는 것인데 어떻게 만들어온 역사인데 그들을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 원로들의 시국선언이 앞다투어 진행되고 있는데.
"원래 원로라는 사람들은 어용노릇을 많이 했다. 성경 잠언에 '머리가 희끗해도 깨닫지 못하는 자가 있다'는 구절이 있다. 곧 머리가 희다고 원로가 아니라는 뜻이다. 진정한 원로는 독립투쟁을 하고, 반독재투쟁을 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소외계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다. 자신이 원로라고 주장해선 안되며, 옳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추대해야 그나마 원로라고 할 수 있다."

- 보수교단 원로 목사 중 유일하게 기자회견에 참석했는데 우려스러운 점은 없는가.
"서울신학대 3학년 학생대표 일원으로 4·19에 참여했고 그 이후 70년대에도 옳다고 생각하면 나의 뜻대로 행동했다. 주변에서 기자회견 참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원해서 내 발걸음으로 바른 말을 하기 위해 왔다. 음성이 크다고 큰 게 아니고 작다고 해서 작은 게 아니다. 진정한 힘은 진리이어야 하며 그 진리를 수호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 기독교재단인 대광고 강의석군이 단식투쟁까지 감행하며 종교자유 문제를 사회문제화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종교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에 있어 종교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종교는 선택의 문제다. 기독교나 불교가 정복자의 종교가 아닐진데 복음을 강요해선 안된다."

- 기독교에서 예수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기독교는 기독교적이어야 한다. 소외된 사람, 갇힌 사람, 민주화를 위해 가시밭길을 똑바로 걸어가라는 게 예수의 뜻이다. 그런데 교회가 예수의 뜻을 어기고 오직 자기 보존을 위해 몸을 키우는데 급급했다. 지도자들은 군중들의 괴뢰, 허수아비 노릇을 해선 안된다. 수십만이 모인 자리에 서면 마치 승리한 것처럼 도취되는 데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향후 활동 계획은?
"백범 선생의 자주정신을 이어받아 사대주의를 깨고 민족의식을 심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특히 국제관계에서 미국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상호 호혜평등의 원칙에서 협력할 것은 협력해햐 하지만 종속관계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자주하면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라고 몰아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더욱 국보법을 폐지되어야 한다."

한기총 초대총무 한명수 목사는 누구인가
황해도 연백출신, 켈로부대 유격대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성격"

황해도 연백이 고향으로 1·4후퇴 때 단신 월남한 한명수 목사는 6·25 당시 타이거부대로 불렸던 '미8군 켈로부대'의 유격대원으로 전쟁 중에 10여 차례 이북으로 넘어가 비정규전과 첩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던 범상치 않은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스물에 기독교 신앙인이 된 그는 1952년 기독교 순교자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인 '사랑의 원자탄'과 '문둥이성자 다미안' 등의 책을 읽고 순수한 기독교인으로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다짐했다. 지난해 은퇴한 그에 대해 교계 안팎에서는 땅 한 평도, 예금통장도 없이 40년 목회 생활을 정리한 청빈한 목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목사는 지난해 교인 235만명, 교회 7100개, 목사 1만1천여 명이 소속된 보수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의 총회장을 지냈으며, 개신교 교단의 연합체인 기독교교단장협의회 상임대표회장을 지냈다. 그가 시무했던 창훈대교회는 주일 예배 참가자가 1200명 가량 규모의 중형교회에 속한다. 그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자식에게 목회자리를 세습해 물의를 일으킨 것과 달리 후배 목사에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물려주며 원로목사로만 지내고 있다.

보수교단의 거물급이었던 한 목사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3선 개헌을 추진할 당시, 교단 총회가 3선 개헌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자 그 이튿날 자신의 한달치 봉급을 털어 '그 성명은 본인과 상관 없음'이라는 광고를 낸 뒤 교단노회 회장을 명의도용, 성직모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물론 이 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교단개혁에 앞장서면서 지난 1985년부터 2000년까지 개신교계 신문인 '기독신문'의 주필을 맡아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정치권과 교회의 각종 문제를 가감 없이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기독교 진보적인 목회자들이 이라크전 반대성명을 발표한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으며, 보수교단 일부 목회자들의 극우행사에 대해서는 "한반도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그를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성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arrow_m.gif 기독교 원로 30명, 국보법 폐지 촉구 선언

2004/10/06 오후 5:54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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