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교육때 학생 ‘종교의 자유’ 침해말라”
[한겨레신문 2006.06.02 18:45:19]
[한겨레]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학교가 종교 교육을 할 때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중·고교들에 보낸 뒤 일부 기독교 사립학교들이 반발하며 찬반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교육청은 ‘종교 관련 장학지도 계획’ 지침을 지난 4월24일 서울 중·고교들에 보냈다고 2일 밝혔다. 이 지침은 ‘종교’ 교과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활동과 정규 과정 밖의 종교 활동과 관련해 유의사항 15가지를 예시했다. 교육청은 “종교 과목을 개설할 경우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해 복수 편성해야 한다”는 1997년 교육부 고시와, 정규 교과 아닌 종교 활동은 학생 의사를 고려한 자율적 참여 아래 이뤄지도록 장학지도를 할 것을 요청한 올해 교육부 지시 등에 바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침은 종교교육 및 종교활동과 관련해 예시 항목을 한층 상세히 적시했다는 점이 예년과 다르다.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 특정 종교 교육 금지 △특별활동 때 특정 종파 교육 금지 △수행평가 과제로 특정 종교활동 제시 금지 등을 들었다. 또 △학급 전체 참여를 전제로 한 종교활동 경진대회 금지 △학생회 임원 출마자격 제한 같은 종교로 말미암은 차별의 금지도 꼽았다.
반면 “특정 종교에 기반을 둔 신앙 교육보다는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한 교양교과로서의 교과교육 실시”와 “학교별 종교 관련 상담창구 상설 운영 권장”도 들었다.
이에 대해 대한예수교장로회 등 보수 성향의 63개 기독교단들이 모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쪽 일부 기독교계 사립학교들은 교육청 지침이 사실상 종교 교육을 전혀 못하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교연맹과 교목전국연합회 대표들은 지난달 29일 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이런 뜻을 전했다. 김용관 교목연합회장(오산고 교목)은 “기독교 학교를 압박하는 것으로 본다”며 “사립학교의 건학 이념에 근거한 종교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집회를 앞둔 지난달 중순 서울 62개 종교계 사립고 교무부장 회의를 열어 이런 유의사항을 강조했다. 김성기 서울시교육청 교과과정정책과장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종교계 사립학교들이 지침을 자율성 침해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그러나 종교의 자유 보장 요구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교육과정 규정 등에 바탕한 조처”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지난 1일 열린 서울 295개 고교의 교육과정 담당 부장 연수에서 △학급 또는 학년 전체 참여를 전제로 한 강제적 종교활동 금지 △종교과목 평가는 이수 여부만 기록할 것 등 유의사항을 8가지로 줄여 전달하며, ‘특별장학 지도반’을 구성해 시정 촉구부터 행정·재정적 조처에 이르는 5단계에 걸쳐 장학지도를 할 계획임을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교육청 지침은 학생의 종교과목 선택권을 재확인한 당연한 조처”라며 일부 종교 사학들은 2004년 학내 종교자유 보장을 촉구하며 장기간 단식한 전 서울 대광고생 강의석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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