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어린이집 원장을 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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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립 곰달래어린이집은 위탁체인 강서교회의 종교 강요 문제로 홍역을 겪은 뒤, 지금은 양천구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스인) ⓒ뉴스앤조이 |
강서교회(목사 조원집·예수교대한성결교회)는 올해 1월 16일 양천구청에 곰달래 어린이집 재 위탁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원장을 정용창 씨(남·37)에서 김 아무개 여 집사로 교체했다. 당사자인 정 전 원장은 "부당 해고이기에 법적인 싸움을 벌일 생각"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또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 양천구어린이집협의회까지 나서서 교회를 비판하고 있다.
강서교회가 양천구청에 제출한 당회결의서(2005년 11월 6일)를 보면, 조 목사와 작년 어린이집 담당 신영목 장로를 비롯한 당회원 전원은 "곰달래어린이집 원장을 여성으로 하자"고 찬성해 가결했다. 강서교회 쪽은 이러한 사실을 12월 초 정 전 원장에게 알렸다.
"성차별이다" vs. "독선적이었다" 정 전 원장은 남자라는 이유로 원장 직에서 해임하는 것은 명백한 남녀차별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교사 10명 전원과 취사부 2명도 강서교회를 구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원장이 미혼 남자라서, 선교활동을 하지 않고 교사들이 강서교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원장을 해임한 것은 옳지 않은 처사"라고 밝혔다.
양천구어린이집협의회 산하 25개 어린이집 원장들도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해 "우리 아이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에서 바람직한 양성의 역할을 배워야 한다"며 "구시대적인 사고에 젖은 위탁체(강서교회를 지칭-편집자 주)에게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종교 교육 강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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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10시 30분경 곰달래어린이집 학부모 70여 명이 구청직원들과의 몸싸움 끝에 양천구청에 진입해 어린이집 내 종교강요 행위에 대해 항의했다. (사진제공 뉴스인) ⓒ뉴스앤조이 |
이에 대해 강서교회 쪽은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교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영목 장로는 "정 전 원장은 3년 동안 회계보도를 한 번도 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 했으며, 교사들 관리도 엉터리로 했다"고 말했다. 교회에 상세히 보고하지 않은 채 돈을 지출하고, 교사들의 출퇴근 시간과 휴가를 원장 마음대로 정했다는 것이다.
또 신 장로는 정 전 원장의 인간됨이 그를 해임한 또 다른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인사권이 있는 우리 교회의 당회가 해임을 결정했다고 전해줬더니 그는 ‘그까짓 것들이 나를 해고할 수 있겠느냐’고 막말을 했고, 목사님에게도 대들었다. 교회가 큰 불법이나 저지른 것처럼 떠들고 있다"며, "정신 잃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전국장로회 총무인 신 장로는 "성결교단의 부총회장이며 올해 총회에서 총회장에 오를 우리 목사님과 강서교회를 불법집단이라고 했기 때문에, 교단에서도 그를 고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 전 원장이 해임된 이유로는 남자라는 이유 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종교교육을 강요하는 강서교회의 압력에 저항해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정 전 원장은 "강서교회는 위탁을 받은 3년 전부터 나에게 어린이들을 교회에 나오게 하라는 등 종교교육을 강요했다. 그러나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자신을 해임한 것도 자신이 그러한 교회의 바람을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강서교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수업 중에 예배보기를 희망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교사들만 모여서 예배를 보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아직 자아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들은 교사가 이끄는 데로 따라 오기에 교사가 기도하기를 강요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잠시도 눈을 땔 수 없는 아이들을 두고 예배를 드리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이 학부모들에게 알려지자 학부모 70여 명은 지난 2월 1일 양천구청으로 달려갔다. 학부모들은 구청장 비서실을 점거한 채 "강서교회와 맺은 구립어린이집 위탁계약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강서교회가 기독교의 종교 행위를 강요하고, 학부모의 신뢰를 받으며 별 탈 없이 어린이집을 이끌고 있는 원장을 쫒아냈다며, 종교 행위는 중단하고 정 전 원장은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이와 별도로 학부모 312명은 "특정 종교단체의 이익에 부합한 선교 목적으로 구립어린이집이 운영되는 것을 결사 반대한다"는 내용의 연판장을 작성해 구청 측에 제출하는 등 민원을 제기했다.
무책임한 행보에 어린이만 상처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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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교회 쪽은 어린이를 상대로 기도한 일이 없다고 말했지만, 정 전 원장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사진은 강서교회 관계자가 어린이들과 함께 기도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 정용창) ⓒ뉴스앤조이 |
양청구청은 "어린이집 내에서 예배 등 강압적인 종교 행위 근절에 대한 민원에 대해, 위탁 운영체의 관계자도 시인했다"며, 강서교회 측에 "어린이집 내에서 보육활동 이외 일체의 종교행위를 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기 바란다"는 공문을 보냈다.
강서교회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 장로는 "한번이라도 예배를 보고 이런 모함을 받으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신 장로는 "정 전 원장에게 어린이집 행사 때 기도로 시작하거나 교회가 음식을 제공하고 식사기도를 하자고 제안한 적 있다"고 시인했지만, "정 전 원장이 거절해 한 번도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교사를 강서교회에 출석하도록 강요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래봐야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교사는 몇 명되지 않는다. 강요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사들끼리 수업 중에 예배를 드린 일에 대해서 그는 "어린이들이 얼마 남지 않은 오후 5시 30분에서 6시 30분 사이에 10여 분 정도로 간단하게 예배드린 것뿐이다. 어느 직장이나 신우회가 있지 않은가. 예수 믿는 사람만 이 예배에 참석했고, 그것도 원장이 바쁘다고 하면 예배드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장로는 "신앙인으로서 아이들을 신앙인으로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솔직한 심정 아니겠는가"라며 "우리 교회는 정 전 원장의 태도와 그의 부추김에 학부모까지 나서는 것을 보고 선교에도 장애를 받겠다고 판단해 위탁 포기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양천구청은 지난 2월 6일 포기서를 접수하고, 곰달래 어린이집에 공무원을 관리자로 파견했다.
2월은 어린이집에서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기이다. 졸업하고, 반이 바뀌고, 신입생을 모집하는 등 처리할 일이 산적하다. 그럼에도 구립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한 강서교회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원장을 해임하고, 어린이집 안팎에서 반발해자 위탁 포기서를 제출하는 등 무책임한 행보를 걸었다. 애꿎은 어린이들만 상처를 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