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07, 11:01
목회자 과잉배출… 갈곳이 없다
“목회자 양산 체제에 치우쳐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이미 목회자 수급의 균형은 깨어졌습니다.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때입니다”
지난 3일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린 ‘한국교회 목회자 수급조절 대책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이들은 한결같이 목회자 과잉 배출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예장고신총회 신학부와 교회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또한 효과적인 목회자 수급 조절을 위한 대책으로 교단별 장기대책 마련 및 신학교 정원 조정방안 등이 논의됐다.
90년대 들어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한 한국교회에 목회자 과잉 배출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교단별로 이미 무임 목회자들의 수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 유학을 하고 돌아왔어도 마땅한 임지가 없어 무임으로 지내는 목회자도 늘고 있다.예장 고신의 경우 현재 밝혀진 무임 목사는 42명이며 기성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따라서 대형교단인 예장합동이나 통합의 경우 이의 몇 배가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황성철 교수(총신대 신대원 실천신학·교회선교연구소장)는 ‘목회자 수급의 문제점과 그 바람직한 해결방안’ 논문을 통해 “예장합동교단의 경우 지난해 교회를 담임하지 않는 목사의 수가 4350명으로 전체 목사의 44.1%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중 상당수 목사가 무임 목사일 것”이라고 말했다.물론 이는 지난 70∼80년대 교회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신학대학들의 정원 확대와 군소교단 및 무인가 신학교들의 난립으로 목회자들이 대량 배출된 데 원인이 있다.
또 한정건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구약학·교회문제연구소장)는 발제 강연을 통해 “목회자 과잉 배출은 교회의 질을 저하시켰을 뿐 아니라 안정된 목회지를 구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이미 사회문제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군소 신학교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안수를 남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한국교회가 시급히 정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목회자 과잉배출은 비단 군소 무인가 신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각 교단 신학교 및 신대원들도 해마다 정원을 늘려 목회자의 효과적인 수급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교단에는 신학생수를 줄이면 경쟁력이 떨어져 군소 교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으며 졸업만 시켜놓으면 어떻게든 하나님이 사용하실 것이라는 등의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많아 당장 목회자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이에 대해 이복수 교수(고신대 선교언어학과)는 ‘고신 목회자 수급 방향에 대한 제안’이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고신의 경우 현재 교단의 상황과 현실을 적절히 살펴 입학정원을 조정하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교단이 중심이 돼 교육부 인가 정원만 받아들이는 등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기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신학교와 교단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목회자 수급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이미 한신대 신대원의 경우 올해 신입생 모집에 신축성을 기해 120명의 정원에 못 미치는 72명만 뽑았다.또한 목회자 과잉 배출로 인해 수련 목회자 제도를 신설했던 감리교의 경우도 교육국이 중심이 돼 감신대 목원대 협성대 등 3개 교단신학대학의 공동과정 설치 등 목회자 수급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한 교단별 협력이다.
한정건 교수는 “목회자 수급 문제 논의가 한국교회 전체에 확산돼 교단별로 서로 보조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외에도 전문성을 지닌 부목사의 사역 확대 및 다양한 국내·외 선교사역의 활성화 등 다양한 대책들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정욱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