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2006.05.19 22:56:52]
【바티칸시티=AP/뉴시스】바티칸 교황청이 크라이스트 레지오나리(Legionaries of Christ)의 설립자인 마샬 매시엘 신부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 징계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19일 공식 성명을 통해 가톨릭신학교 학생을 성추행한 매시엘 신부에게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기도와 회개'의 삶을 살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행한 성직자 성추행 징계조치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 교회가 성직자 성추행에 대한 비난을 암묵해온 것은 도덕적 타락 행위"라며 징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1988년부터 바티칸 상임위원회를 이끌며 전 가톨릭신학교 학생들이 제기한 매시엘 신부의 성추행 혐의를 조사한 바 있다.
그가 처음 기소된 것은 카톨릭신학교 학생 9명이 1940∼1960년대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지난 1996년이었다. 이후 성추행 희생자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바티칸은 매시엘 신부가 성추행범이라는 주장의 사실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매시엘 신부는 2002년 "하느님 앞에서 그리고 양심에 한 점 부끄럼없이 말하건대 기소는 잘못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모든 의혹을 부인해왔다.
크라이스트 레지오나리는 현재 북미를 비롯해 남미와 유럽, 호주 등 20개국에 600여명의 성직자와 2500명의 가톨릭신학교 학생을 두는 등 급격히 성장해 온 종교단체다.
또 매시엘 신부는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신임을 받아 교회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징계조치는 전임 교황과는 노선을 달리 하는 획기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미국 성직자 잡지의 부편집인인 Rev. Jim Martin은 "교황의 징계조치는 매우 적절하다"며 "수도회의 정신은 설립자로부터 나온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지난 18일(현지시간) 성추행 희생자 생존자 단체는 미 가톨릭신문인 내셔날 카톨릭 리포터를 통해 매시엘 신부를 성직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매시엘 신부는 1950년대 마약 거래와 재정 유용 혐의로 바티칸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배혜림기자 be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