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태 목사는 강군에 대한 학교의 제적 조치가 '개신교의 배타성'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류 목사는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 불거토피아(cafe.daum.net/bgtopia)에 남긴 글을 통해 "배타적인 신앙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독교 의식 개혁 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6일(수), 강의석 군 사건을 갑자기 만나고 열이틀 동안 정신없이 여기까지 끌려온 느낌입니다. 그 동안 가까운 친구들, 목사님들, 선생님들로부터 격려와 충언, 때로는 경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강의석 군이 주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그에 따른 종교학교의 특정 예식 참여 문제는 이제 학교의 담을 넘어 우리 사회로 던져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역할이 사라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공익을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기독교 의식 개혁 운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몇 차례에 걸쳐 밝혔듯이 이 문제의 원죄는 한국 주류 개신교가 안고 있는 배타성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제도적인 개선책이 나오더라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 젊은 목회자도, 매사에 진실되고 성실한 장로나 집사들도, 이 문제만 나오면 예외없이 배타적인 태도로 돌변하게 만드는 이 교리적 문제에 대해 함께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계속해서 지성인들의 조롱을 받으며,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고 교회는 그 빛을 잃을 뿐 아니라,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님으로부터 부름받은 목사로서 더 이상 이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부끄럽게도 지금까지는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내세워 적당히 타협하고 합리화하며 지내왔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할 자신이 없습니다. 종교 수업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에도, "책임회피 아니냐?"는 질책과 조소에도, 더 이상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마음이 사악해서가 아니라, 나쁜 의도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진실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신앙과 행위의 결과로, 오늘날 강의석 군 사건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과 양심에 부끄러움없이 행동했다고 믿는 사람들을 비난만 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저와 같은 목사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못한 목사들 때문에, 한국 교회가 이런 무지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배타적인 신앙이 옳다고 믿고 가르치는 목회자는 하나님 앞에 떳떳할 수 있지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못한 저로서는 하나님 앞에 아무 변명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이제는, 정말 성경이 우리에게 배타적인 신앙을 요구하는지, 아니면 성경에 대한 이해가 잘못된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리자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 놈의 때가 언제 오겠습니까? 적극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고 단지 기다리기만 하는 자에게 과연 기회가 오겠습니까?
이 일을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법으로 구체화시킬 것인지는 좀 더 연구해 보아야 하겠지만, 섣불리 행동부터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차분히 이론으로 접근해 가면서 의식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논의를 하는 가운데 제가 틀렸다고 생각되면 정정당당하게 저의 과오를 인정하고 옳은 방향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제도적인 압력이나 무력에 의한 방해는 결단코 거부하고자 합니다. 또한 계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로지 우리 주님께서 주신 "너희는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남이니라." 라는 말씀을 따라, 매 순간 순간 하나님 앞에 부끄러움 없이 말하고 행동하고자 합니다. 물론 제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제 자신이 지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