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인산인해, 자격검증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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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인산인해, 자격검증은 없는가?

가로수 0 5,504 2012.02.24 22:19
목사 인산인해, 자격검증은 없는가?
목사·교회 수 늘 때, 범죄율 늘고 신뢰도 낮아져
정필근 기자 icon_mail_K5coDjY9O3k.gif 기사입력 2012/02/02 [18:42]
올해 초 부터 이근안 씨의 목사 자격 논란으로 기독교계는 뜨거웠다. 기독교 안팍에서 이 문제가 비단 ‘이근안 씨 한 개인과 특정 교단만의 기형적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현재와 같은 목사 과잉배출 구조에서는 인격 등에서 자질이 떨어지는 목사라 할지라도 이를 걸러낼 여과망이 없다는 것이다.

한해 배출 목사만 1만여명

원칙적으로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신학대학 4년, 신대원3년, 강도사 고시합격 후, 개척 등의 예비 목회자 과정을 거쳐야 목회자로 인정받게 된다. 7~10년의 정식 수련 과정을 거쳐 한해 배출되는 목사는 대략 4천여명.

하지만 목사가 되는 방법은 많다. 모 신학교 같은 경우는 1~2년만에 신학과정을 모두 마친 후 군소교단에 연결해 안수를 준다. 1999년을 기점으로 신학교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현재 국내 무인가 신학교는 4백여곳. 통신 수업만 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이근안 씨처럼 군소 교단의 신학원을 통해 배출되는 목사 수는 한 해 대략 5천여명. 정식 인가를 받은 신학원에서 배출되는 수보다 많다. 그러나 이런 비정규신학교의 경우 목사라는 직업 윤리에 필요한 소양과 양심을 심어주려해도, 짧은 수련시간으로 인해 기본적 학식 쌓기도 빠듯하다. 목회자로서의 자세와 진실성은 졸업생 개인의 인격에만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신학교을 다녔다면 양호하다. 일부 군소 교단에서는 교세확충과 운영비 조달을 위해 학적부를 위조해 1주일만에 목사자격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위조를 한 경우라도 목사 타이틀을 걸고, 개인에 대한 별다른 검증과 제재없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목사안수를 받았다고 모두 목회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목사증가율이 교인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임지를 찾지 못하는 목사가 늘고 있다.

목사 30%는 할 일 없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통합)의 자료에 따르면 10년동안 목사증가율은 약 150%이다. 교인과 교회는 같은 기간 약120% 성장했다. 10년 사이 30%의 목사가 과잉 배출된 것이다. 매년 목회자 수요가 700여명이라는 교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해 1,000명의 목사 후보생 중 300여명이 잉여 목회자인 셈이다.

감리교의 경우도 비슷하다. 3개 신학교에서 500여명의 목회자가 배출되나 이중 임지로 간 수는 300여명에 불과하다. 졸업 후에도 적정한 임지를 찾지 못하다 보니 개척을 하거나, 생계를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 들기도 한다. 행간에 떠도는 말로는 부천의 택시기사 90%가 목사라는 웃지 못 할 소문이 돌기도 한다.

교회 수, 편의점보다 많아

2012020245464677_iHe5EhvfG16.jpg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본 교회의 수. 편의점보다도 교회 수가 많다.그렇다고 새 임지를 스스로 개척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포화된 교회시설로 인해 한 교회 옆에 다른 교파의 교회가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수의 한 건물의 경우 같은 건물에 층을 달리해서 교회가 위치해 있다.

개척 교회가 난립하다 보니, 기존의 안정된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사는 경우도 늘어났다.

교회 수가 넘쳐나며 안정된 교회를 찾아 가려는 신임 목사들과 이제 노후를 바라보는 퇴직 목사들의 요구가 서로 맞물려, 담임목사직을 신도 수에 따라 억단위로 매매하는 일도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신임 목사는 안정된 목회가 가능하고, 퇴직목사는 신임 목사의 후원·찬조금을 통해 퇴직 후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자를 사고 판다'는 사회적 통념때문에 암암리에 진행되던 거래가, 이제는 당당히 신문 광고와 거래싸이트를 통해 교회를 사고 팔고 있다.

이런 문제는 유난히 개신교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타종교에 비해 성직자 1명당 신도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05년 통계청자료에 따른 종교별 신자 수와 2008년 문화관광부 조사에 따른 교당과 성직자의 수를 바탕으로 평균을 내보면, 불교는 스님 한명이 217명을 담당하고 법당 하나에 489명의 신자가 등록되어 있다. 개신교는 목사 한명이 90명을, 교회 당 147명이 등록돼 있다. 카톨릭은 사제당 신자 수는 353명, 성당 하나당 3,406명이 등록돼 있다.

참고로 2008년 조사는 각 교단에 공문을 보내 자발적으로 회신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천주교는 단일 교단으로 미파악되는 부분이 없으나, 불교는 168개 교단 중 103개가 파악됐다. 기독교는 291개 교단 중 절반도 안되는 125개 교단만 파악됐다. 군소 교단 소속의 목사 수치가 더해지면, 단위 교당 당 신도수 및 교직자 1명당 신도수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신자들에게 생계를 의탁하는 개신교 목사의 90%는 월120만원 미만의 소득만을 거두고 있고, 교회의 70%는 30명 미만의 소형교회라는 기독교 내 통계가 있다. 타종교에 비해 목사의 생계압박이 훨씬 심한 것. 성직이라는 본연의 목적과 목사 개인의 인성과는 별개로, 안정적인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돈으로 사는 유혹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 또한 지탄받을 일이 아닌 하나의 관례로 받아지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교회 헌금, 인건비에만 40% 사용

교회의 자립성이 떨어지다 보니 교회 재정 운용에도 어려움이 있다.

2006년 ‘건강한 교회 재정확립네트워크’에서 46개 교회의 자발적 참여로 한국교회 재정운용실태를 조사했다. 연간 수입금액 규모가 1억 미만인 소형 교회 재정의 40%는 목회자 인건비 및 사례비로 사용했다. 수입규모가 10억이상의 대형교회는 재정 15%가 사례비로, 25%는 토지매입 등 교회 자산취득 등으로 사용했다. 각종 여론 조사는 교회재정이 사회복지로 환원되기를 바라나, 실제 소규모 교회의 구제비는 0.2%대 였다.

이에 반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같은 경우, 인건비로 10%, 구제비로 11%를 사용하였고, 시설비로는 1.7%만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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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와 천주교의 재무재표 비교. 참고로 한기총 회장직 선거에서 뿌려진 돈은 10억이였다.

종교인, 전문직 범죄율 1위

목사되기는 쉽지만 정작 갈 곳도 없고, 가서도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기 때문일까? 개신교 목사 및 천주교 신부, 불교 승려 등을 포함한 종교인의 범죄 수는 전문직 종사자 중 1위이며, 그 수치도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폭행, 사기, 강간 등의 강력 범죄들의 수치는 타 전문직의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강간같은 경우는 2003년 10대 기독교 뉴스에서 6건을 차지하며, 불륜 6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교단내부의 자정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세상은 유죄, 교단은 무죄

한 예로 불륜 6걸의 한명인 서울 K감리교의 K목사는 유학 중인 큰사위 생활비로 2억원, 아들명의 교회 건축비로 8억원, 불륜합의금 1억원, 간통 고소 사건 무마비 및 합의금 3억원 등을 사용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신자들은 이를 보도한 MBC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2006년 대법원에서 결국 공금 32억원 횡령 유죄판결을 받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감리교단 ‘교리와 장정’에 의하면 ‘일반 법정에서 징역형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자는 의회의 장이 제소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K목사도 교단 내의 재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교단 내에서는 사회적으로 이미 유죄판결이 떨어진 그에게, 예우차원에서 불기소 처분하며 면죄부를 주었다. K목사는 각종 의혹과 증거, 증언에도 끝까지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강단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교단 내에서 징계를 과하게 내리면 세상에 좋게 보이지 않아, 징계 후에도 대부분 사면하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이번에 ‘사회에 모범이 안된다’며 파면당한 이근안씨 같은 경우가 오히려 드믄 사례인 셈이다.

목사 신뢰도 종교인 중 꼴찌

사회적 통념상 더욱 청렴하고 귀감이 되어야 할 성직자들의 범죄율이 오히려 더 높다 보니 직업 신뢰도는 매번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며, 같은 종교인이라도 신부와 목사와의 차이도 크다. 신부는 ‘신뢰한다’는 응답이 74.6%로 ‘신뢰하지 않는다’ 20.6%보다 3배 가량 높아 33개 직업군 중 11위였다. 목사는 ‘신뢰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겨우 넘은 53.7%였고 나머지 42.7%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혀 신뢰도는 하위권인 25위였다.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학력위조, 사기, 강간 등의 특정 개인들의 문제와 교단의 구조적 문제들이 불거지고, 또한 이를 스스로 자정할 능력이 계속 의심받는 상황에서 개신교 목사 신뢰도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신자들의 이탈도 개신교가 가장 높다. 한국 갤럽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타종교로 종교를 옮기는 사람의 절반(45.5%)이 개신교인이였다. 가장 신자 수가 많은 불교는 타종교로 옮기는 비율이 34.4%로 개신교보다 낮았으며, 천주교는 14.9%로 가장 낮았다. 외부의 시선도, 내부 신자들의 시선도 개신교에게 따뜻하지는 않은 듯하다.

신학교 유지위해 목사배출

이 모든 일의 원인 격이라 볼 수 있는 목사과잉론에 대해 기독교의 대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1984년 국내 개신교 양대교단 중 하나인 예장통합이 “신학교가 난립하고 신학교 지원자가 급증함에 따라 부적격 목회자가 대량 생산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신학생의 등록금으로 신학원이 운영되다 보니 다소 인격에 문제가 있더라도, 지원한 신학생들을 안 받고는 운영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군소 교단은 목회자 배출이 교세확충이 도움이 되므로 해마다 목회자 후보생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해 내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 개신교가 산적한 문제 해결에는 눈감고 그저 목사증 발급에만 열을 올린다면, 신자수가 늘지 않는 이상 목사의 과잉배출문제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주교의 썩은 문제를 짚었던 마틴루터. 그 이후 통렬한 반성과 각성을 통해 천주교는 맑아져 가고 있다. 개신교 지도층의 변화의지와 제도적 개선이 없다면, 신자들이 먼저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개신교를 바라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수첩 = 정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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