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날 명동 성당 앞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주예수를 믿으라", "예수천국, 불신지옥" 띠를 두른 두 전도사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난 뒤따라가며 디카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길을 묻던 스님이 앞에 있었습니다. 그러자 띠 두른 두 사람은 자기가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습니다. 10 미터 즈음 뒤에서 디카를 누르던 난 길을 뒤로 바짝 다가섰습니다.
"바로 저기요" 하고 길을 가르키더니 띠 두른 한 남자가 스님에게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쯧쯧..... 예수 믿으세요. 이러면 안 됩니다."
스님은 아무 반응도 안 하고 건물 이름을 물었습니다. 또 한 남자가 스님에게 뭔가 말을 하는데 이번엔 마치 아이 야단치듯 소리가 커지고 스님이 그냥 가려하니 이 남자가 스님 등을 세게 두드리며 따라갔습니다. 그 때 내 귀에 들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마귀 스님, 사탄으로 살지 말고, 예수믿고 천국가세요."
스님이 재빨리 걸음을 옮기자 그 남자가 뒤따라 가며 계속 등을 두드리고 말 좀하자고 했습니다.
이 전도사들이 과연 사랑을 전하고 있는걸까요. 과연 누가 천국가고, 누가 지옥 갈까요. 천국이 좋으면 자기나 먼저 가 있지 왜 스님보고 천국가라 하는지......직접 말을 나눠보진 않았어도 그들에겐 독선과 강요, 배타적인 분위기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개신교 전도의 현 모습입니다.
동국대 동창스님들에게 듣기에 스님들은 길에서 이런 불쾌한 일을 참 많이 겪는다고 합니다. 한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길을 지나가는데 전도사가 스님 귀에다 확성기를 들이대고 "마귀야 물러가라, 예수가 있다. 예수 믿어라" 하기에 이렇게 응답했답니다.
“너 같은 사람 땜에 예수 안 믿어.”
그런데도 계속 붙들고 늘어지기에 또 나온 말이 이거였답니다.
“자꾸 이러면 너 지옥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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