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신앙에서 깨어나라 세상 시끄럽게한 '이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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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신앙에서 깨어나라 세상 시끄럽게한 '이남자'

가로수 0 3,629 2007.08.07 13:45
“한국인 기독교 봉사단 23명이 탈레반 반군에 납치된 사건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66) 영국 옥스퍼드 대학 석좌교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탈레반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달라졌다. 시종 차분하던 말투에 힘이 실리고 톤이 높아졌다. 분개한 것이다.

“탈레반은 인류가 지금까지 겪은, 대단히 불쾌하고 사악한 집단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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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지대에서 보초 서는 탈레반 병사들. 도킨스는 탈레반 등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물론, 신앙 그자체를 비판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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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론을 주창하는 저서‘만들어진 신’을 써서 서구 지식인 사회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리처드 도킨스 교수. /김영사 제공
이번 납치 사건에서 탈레반은 끔찍하고 역겨운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

도킨스는 옥스퍼드 대학 연구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대 최고의 석학 중 하나로 꼽힌다. 전공인 동물 행동학과 진화 생물학의 울타리를 넘어, 철학·심리학·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사내다.

그런 그가 작년 9월 ‘만들어진 신’(원제 The God Delusion·김영사)을 냈다. 기독교와 이슬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아가 “신이 있다”는 믿음 자체가 ‘망상’(delusion)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영국과 미국에서 75만부 팔리고 34개 언어로 번역됐다. 정가 2만5000원이 붙은 한국판도 출간 11일째인 6일까지 1만7600권이나 팔렸다.

2001년 9월 11일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것을 전후해 도킨스는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주위에서 말렸다. 5년 뒤 그가 같은 얘기를 다시 꺼내자, 이번엔 그의 에이전트가 “완벽하게 적절한 시점”이라고 찬성했다.

세간의 반응이 이렇게 달라진 이유가 뭘까. 도킨스의 대답은 간명했다. “6년에 걸친 조지 W 부시의 통치, 그리고 테러리스트들 때문이죠.”

그는 탈레반이 “사악한 믿음을 가진 사악한 인간들(evil people with evil belief)”이라고 말했다. ‘사악하다’(evil)라는 단어에는 ‘악마적’이라는 뉘앙스가 미묘하게 실려 있다. “비과학적인 단어죠. 그러나 나는 탈레반에 염증을 느끼는 한 시민으로서 그 낱말을 썼습니다. 도덕적인 평가죠. 과학자도 도덕적인 평가를 내릴 권리가 있습니다. ”

도킨스는 “다만 이런 시점에 기독교인이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한 것은 문제를 자초하는 행동이었다고 말해두고 싶다”고 했다. “탈레반의 행동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기독교봉사단이 아프가니스탄에 간 것은 용감하지만 현명치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내가 만약 기독교 선교사였다면 아프가니스탄은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나라였을 겁니다. ”

도킨스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8년 종교적·정치적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1900~1989)가 전 세계 이슬람 신자들에게 인도 출신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60)를 죽이라는 칙령을 내렸다.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문학세계사)가 이슬람을 모욕했다는 이유였다.

루시디는 암살자를 피해 은둔했다. 그때 루시디를 지지하는 글을 써서 발표한 예술가와 과학자 35명 중 하나가 도킨스였다. 그 무렵 영국 국교회와 가톨릭 교회 지도자 일부가 “어쨌거나 종교를 모욕한 것은 잘못”이라고 루시디를 비판한 적이 있다. 전화 너머로 도킨스는 “비겁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들어진 신’에서 “어째서 종교는 모욕당해선 안 되느냐”고 묻는다. 타인의 신앙을 존중하는 종교적 관용이 오히려 종교에 대한 토론 자체를 가로막는 장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이 책을 썼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동기는 과학적 진실에 대한 사랑입니다. 나는 과학자입니다. 신 혹은 신들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우주에 대한 매우, 매우 중요한 과학적 가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것이 오류(false)라고 봅니다. 과학자로서 나는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책을 써서 설명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

그가 기독교와 이슬람을 모두 싸늘하게 본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철두철미한 세속주의자(secularist· 정교 분리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미국은 “열성적인 기독교 국가”가 됐다며, “자유기업이 된 교회가 군중을 끌어들이려고 시장에서 쓰이는 공격적인 영업 기법을 총동원해 경쟁”해온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66쪽). 배교(背敎)를 형법으로 처단하는 이슬람 국가에 대해선 “사람들이 경전을 글자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고 썼다(438쪽).

도킨스는 선악을 가르는 판관 자리에서 ‘신(神)’을 끌어내리고 인간의 이성(理性)을 대신 세운다. 그는 신앙 그 자체에 반대한다. “온건한 종교의 가르침은 비록 그 자체로는 극단적이지 않아도 극단주의로 가는 공개 초청장이 된다”며 “신앙은 신앙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467~468쪽).

이렇게까지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날을 벼린 이 책을 두고 도킨스는 “열정을 가지고 썼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종교가 보스니아 인종 학살, 9·11 테러 같은 비극을 일으켰다는 견해는 과한 것 아닐까.

“나는 오로지 종교 때문에 그 모든 재앙이 일어났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게 쓰지도 않았고요. 그러나 종교가 영향을 미친 요소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과학자로서 나는 종교의 가르침이 과연 진실이냐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신이 있다는 가르침이 오류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여럿 있습니다. 어떤 형태의 신이건, 신을 믿는 믿음에는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내 주요 관심사입니다. ”

그는 “신이 절대로 없다고 증명하는 것은 논리적·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신이 존재할 여지를 두는 것은 아니다. “없다고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물은 신뿐만 아니라 백만 가지가 더 있으니까요. 용, 요정,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 ‘절대로 없다’고 증명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그런 사물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그는 ‘만들어진 신’에서 독자들에게 “신앙에서 깨어나라”고 권한다. 선동적이다. “나는 ‘의식 고취(consciousness-raising)’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여성운동가들이 평등 의식을 고취하듯 나는 종교에 대한 의식을 고취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책은 설득이고 선동입니다. 선동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나쁘냐고요? 아뇨. 내 책엔 정치적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무신론은 그에게 과학적 가설을 넘어 ‘정치적 신념’에 가깝다. 그는 홈페이지(richarddawkins.net)를 통해 무신론자들에게 “신을 믿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발언하라”고 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무신론자(atheist)의 첫 글자 ‘A’가 선명한 주홍색으로 찍힌 티셔츠도 판다. 주인공이 간통(adultery)의 첫 글자를 달고 사는 너대니얼 호손(1804~1864)의 고전 ‘주홍 글씨’에서 따온 아이디어다.

그러나 인류는 종교적 광신으로 고통받은 것만큼 반종교적 억압에도 신음해왔다. 도킨스는 자신의 ‘반종교적 신념’을 신앙 수준으로 신봉하는 게 아닐까. 그는 “나는 분명히 열정적이지만, 믿음(faith)이 아니라 증거(evidence)를 토대로 말한다”고 응수했다. “증거를 토대로 열정적인 것과 믿음을 토대로 열정적인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 생물학·철학 등 넘나드는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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