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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7년06월20일(금) 07시10분14초 KDT
제 목(Title): 십계명
"목사님은 하나님의 솜씨가 완벽하다고 하셨지요? 저의 굽은 등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론이지요. 당신은 내가 본 중에서 가장 완벽한 꼽추입니다."- Reader's Digest에서
"... 재잘거리는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 그건 어린 수녀들이었어요. 출근 전철의 짜증스러운 분위기를 말갛게 가시게 한 그 아가씨들의 밝은 웃음이었죠. 전부 해서 일고여덟 쯤 되었을 거에요."
staire와 같은 연구실의 프로그래머 전희연씨는 아직도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희연씨는 개신교인이지만 젊은 수녀들의 귀여운 모습과 천진스러운 행동거지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수녀들을 이끌고 있는 나이 지긋한 수녀님도 한 분 계셨어요. 무척 인자해 보이는 분이었죠."
아직 연구원들이 모두 출근하지 않은 아침, 희연씨는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결 통로의 문이 열리고 행상 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들어왔어요. 그 사람은... 뭐랄까, 두 눈 사이가 너무 좁다고나 할까... 하여튼 기형적인 모습에다 약간 헤벌어진 입... 그리고 한 손은 옆구리에 오그라붙어 있고 다리를 절고 있었지요. 그리고 헛김이 새는 똑똑찮은 목소리로 `효자손'을 팔고 있었던 거에요. 그분은 수녀들을 보자 가까이 다가와서는 나이 지긋한 수녀님께 효자손을 내밀었죠. 단돈 천원이었어요. 그런데 수녀님은 돈이라곤 백원짜리 몇 개밖에 없었던 거에요. 수녀들이 그렇게 돈을 안 갖고 다니는 줄은 처음 알았어요. 일곱이나 여덟쯤은 되어보이는 젊은 수녀들까지 주머니를 털어서 간신히 천원을 만들어 그 효자손을 사더라구요."
staire는 들고 있던 녹차 잔에 물을 갈아 부었다. 여전히 둘밖에 출근하지 않은 이른 아침의 한가로운 연구실.
"그런데 그러고 나서도 그 행상은 갈 생각을 않고 그 수녀님의 손을 붙잡고 말했어요. `수녀님, 십계명을 아시죠? 그걸 이야기해 주세요.' 물론 수녀님은 십계명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죠. 천주교의 십계명은 기독교(희연씨 역시 기독교 == 개신교라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이었음)의 그것과 다르다던데 저는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staire는 빙긋 웃어주었다.
"그런데 수녀님이 십계명을 이야기하고 나서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어요. `수녀님은 세상에서 가장 큰 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수녀님은 눈을 지그시 감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너무나 평화로운 표정이었죠. 그 사람은 따지듯이 재우쳐 물었지만 수녀님은 대답이 없으셨어요. 그러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는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하지 않는 겁니다!' 그의 기묘하게 생긴 눈이 수녀님을 잡아먹을 듯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아니,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고 하는 게 낫겠죠. 수녀님은 여전히 눈을 감으신 채 보일듯 말듯 미소를 짓고 계셨어요... 이제 그 행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제가 십계명을 가르쳐 드릴까요? 첫째,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해야 한다. 세째, 하나님은...' 그분의 오그라진 팔이 덜덜 떨리고 있었어요. 수녀님은 여전히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두 손으로 그분의 손을 잡고 있었죠... 수녀님은 무슨 얘길 하고 싶으셨을까요?"
staire가 그 수녀였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당신의 몸을 그리 만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를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요한복음 9:3)' 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인 줄은 안다. 그렇지만 그 수녀님도 그분 앞에서 그런 소리를 늘어놓을 만큼 파렴치한 분은 아니었을 거다.
"희연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몰라요... 수녀님은 눈을 감고 아무 말씀 안 하셨어요.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마 수녀님께서는 그분께 용서를 구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나님의 죄를 대신해서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의 피해자인 그분께 하나님을 용서해 달라고 간구하고 싶었을 테지요."
staire의 마지막 말은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녹차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