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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qwerty)
날 짜 (Date): 1995년11월22일(수) 14시50분30초 KST
제 목(Title): 내가 아는 강민형씨
강민형씨를 조금 아는 사람으로서 여기에 무엇이든 한마디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감히 두서없는 글을 올립니다.
제가 그를 만난 것은 83년 봄입니다. 그는 신입생이었고 저는 3학년이었습니다. 그의 관심분야는 종교가 아니라 역사입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한 사료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답답할만치 엄밀한 태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공부에는 커다란 원칙이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함부 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 스터디 그룹에서 거의 논쟁을 벌이지 않는 특이한 존재였습니다. 논쟁에 소모할 시간에 차라리 하나라도 더 자료를 찾아나서는 편이었다고 하면 짐작하실 것입니다.
그의 지식욕은 왕성합니다. 우리 그룹에서 성경을 읽기 위해 히브리어나 희랍어를 공부한 사람은 강민형씨만이 아니지만 바리새 문서나 사해 문서에까지 폭넓은 공부를 한 사람은 강민형씨 뿐입니다. 심지어 영지주의 문서를 읽기 위해 콥트어까지 배우려고 하던 무서운 신예였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여기에 출입하시는 분들 중에 강민형씨만큼 정성으로 성경을 공부한 이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강민형씨가 이곳을 떠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공부를 시작할 즈음에는 종교적으로 중립적이었던 그가 이제는 적극적인 반기독교주의로 돌아선 것은 의미가 가볍지 않습니다. 그를 여러분의 논리로 설득해서 다시 기독교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가 반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 소요된 것과 맞먹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그만큼 그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마 그는 대화의 단절을 느꼈을 것입니다. 몇번이나 도서관과 서점을 뒤져 자료를 찾고 논증한 결과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에여', `그는 진정한 기독교인이 아니에여'라는 식의 발뺌이나 별 근거도 없이 `여긴 이렇게 또 저긴 저렇게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여?'라는 식의 좋을대로 갖다붙이는 답변을 듣는 것은 참으로 맥이 풀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들께 강민형씨가 투자한 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기 전에는 가볍게 반박하지 말라고 부탁드릴 입장은 아닙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곳은 학술 보드가 아니며 무엇보다도 기독교 체계는 그런 발뺌과 견강부회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정치 현상이고 사회 현상이며 신념의 체계일 뿐 강민형씨에게 어울리는 정교한 논리체계가 아니며 심오한 철학체계 역시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민형씨도 아마 이 글을 읽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제가 누구인지 짐작할지도 모르겠군요. 강민형씨에게 진심으로 충고합니다. 이곳에 오지 마십시오. 비생산적인 토론보다는 당신의 공부를 계속하십시오. 이곳에서 많이 배웠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엇을 배웠습니까? 늘 얘기하던 대로 `사람'을 배웠습니까? 엄숙한 회당보다는 길거리의 가난한 이웃에게서 더 많이 배운다고 당신이 말한 것을 아직도 저는 기억합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야훼의 일은 야훼에게 맡기십시오. (서울대 보드에 당신이 이 말을 쓴 걸 보고 12년전의 유쾌한 강민형씨의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당신은 강합니다. 그 강함으로 인하여 외로와지지 않을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당신 곁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종교와 신념을 초월한 많은 친구들 말입니다. 저는 그것을 이곳에서 확인하였고 이제야말로 당신이 자신의 속으로 파고들어갈 때라고 믿습니다. 이곳에서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당신에게는 없습니다.
무서운 이 같으네요. 저런 사람이 한이 맺힌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 나지 않을까요?
절대 보장 못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