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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에 고용불안 내몰린 교회 관리집사 ‘하느님 맙소사’ | ||
한겨레 | 기사입력 2007-07-04 08:18 | ||
[한겨레] 교인 수가 3천여명에 이르는 서울 ㄷ교회에서 ‘관리집사’로 일하는 김아무개(59)씨는 5년 동안 계속해 온 이 일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지난 5월 교회 사무장이 “계약을 용역제로 바꾸자”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무기한 계약이던 것을 2005년에 1년 단위 계약으로 바꾸더니 불과 2년 만에 다시 용역직으로 돌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역회사 소속으로 계약하게 되면, 다음 수순은 해고라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실제 ㄷ교회는 지난 4월 주차관리 요원을 용역직으로 바꾸면서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두달 만에 임아무개(50)씨는 일을 그만둬야 했다. 용역회사가 임씨를 집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교회로 발령냈기 때문이다.
관리집사는 주로 중·대형 교회에서 예배 준비, 건물 관리, 청소 등을 맡아 일하는 교인을 말한다. 교회 밖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이 이들도 날로 심해지는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관리집사는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서울 새문안교회 양혜석 사무장은 “관리집사와 사무직원은 모두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연봉제 계약직”이라고 말했다. 서울 ㄱ교회 문아무개(53) 권사도 “8명의 관리집사가 일하고 있으며 연말 당회에서 고용을 유지할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예배준비·건물관리·청소등 도맡아 주 70~80시간 일해 기독노조 “믿음·노동 나누지않고 열악 환경 강요 안돼” 서울 ㅎ교회에서 2005년 관리집사로 일하다 해고당한 유은성(50)씨는 “우리는 교회라는 이름만 빼면 일반 노동자와 다를 것이 없다”며 “하지만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관리집사들의 모임인 ‘청지기회’의 한 회원도 “지금 우리 회원들이 비정규직·용역직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노동조건도 교회 밖 비정규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김씨는 “밤샘 예배, 심야 예배를 준비하다 보면 일주일에 70~80시간 이상 일하는 일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목사가 지난해 쓴 ‘전국기독교노조 배경과 정당성에 대한 연구’ 논문을 보면, 30여명의 관리집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급여가 120여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교회 안의 일은 교회 안에서 해결하는 불문율 탓에 문제 제기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유씨는 “교회와 다투다 보니 교인들로부터 ‘마귀’, ‘사탄’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청지기회라는 모임까지 만들었지만, 회원들은 “우리는 노조가 아니다. 교회와 대립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리집사 등 교회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의 이길원 위원장은 “5만여곳에 이르는 교회 가운데 10% 정도의 대형 교회들이 관리집사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믿음과 노동을 나누지 않고 열악한 환경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정신 숭실대 교수(기독학)도 “무엇보다 교회 내부의 성찰이 필요하다”며 “신앙 공동체의 터전인 교회에서 사회보다 못한 여건으로 관리집사를 부리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