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버거운 한국 교회' | ||
우주 창조는 6000년 전, 운석 충돌은 6000만 년 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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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와 신생대의 경계 면은 화석 연구를 통해 오래 전부터 알려졌지만 이 경계 면에 대한 격변적 해석은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 후반에 이루어졌다. 백악기와 제3기 지층을 나누고 있는 K-T 지층은 전 세계적으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두께 1cm 정도의 얇은 진흙층이며, 지질학자인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월터 알바레스(W. Alvarez), 그의 아버지이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알바레스(L.W. Alvarez), 핵화학자인 아사로(F. Asaro)와 미쉘(H.V. Michel) 등 네 명의 과학자가 1978년에 처음 발견하였다.
소행성 충돌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바로 이 K-T 경계 면에 존재하는 얇은 진흙층에 이리듐의 밀도가 유난히 높다는 것이었다. 이리듐과 더불어 석영 알갱이나 미세 다이아몬드, 아미노산 등도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운석과 관련된 것들이다. K-T 경계 면에는 이리듐이 무게비로 6ppb(10억 분의 6)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는 지표면 전체 평균치인 0.4ppb(100억 분의 3)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구비오에서 발견된 진흙층에서는 지표면 평균치의 수십 배 이상 높은 이리듐 밀도가 확인된 것이다. 참고로 운석 속에는 이리듐이 470ppb나 존재한다. 이러한 결과들을 근거로 버클리 팀은 소행성이 충돌할 때 대기와의 마찰로 이리듐이 기화되면서 대기 중에 널리 퍼졌고 전 지구적으로 다른 물질들과 더불어 낙하해서 이리듐이 많이 함유된 진흙층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했다.
알바레스는 이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코펜하겐에 있는 비슷한 K-T 경계 면의 진흙층을 조사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 K-T 경계 면은 주변 지층에 비해 무려 160배나 많은 이리듐을 함유하고 있었다. 1980년, 이런 연구 결과들로부터 버클리 팀은 6500만 년 전, 중생대가 끝날 때 엄청난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석이 충돌할 때의 충격은 전 지구의 모든 핵무기를 일시에 폭발시키는 충격의 1만 배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들은 운석이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여 이리듐이 풍부한 지층이 형성되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생물 멸종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알바레스가 처음 이 주장을 한 이래, 세계 곳곳에서 K-T 경계 면의 이리듐 지층이 보고되었다. 지구 물리학자이자 과학사가인 글렌(William Glen)이 1994년에 출간한 <대멸종 논쟁>(The Mass Extinction Debates)에 따르면 100여 곳의 육상 퇴적층과 해양 퇴적층에서 K-T 경계 면이 확인되었다. 캐나다 알버타 주 레드디어리버 계곡(Red Deer River Valley-Huxley Area)과 캘거리 인근에서도 발견되고, 미국 뉴멕시코의 레이튼(Raton)에서도 발견되었다. 이처럼 곳곳에서 K-T 경계 면이 발견된다는 것은 운석 충돌로 인한 대격변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글렌에 따르면 1993년까지 K-T 경계 면의 발견과 관련된 논문과 책이 무려 2,500개 이상 출간되었다. 그는 소행성 충돌 가설은 지구과학계에 1960년대 판구조론 혁명 이상의 충격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 이런 지적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 아쉽게도 지난 한 세대 동안 한국 교회에서는 지구 역사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소위 젊은 지구론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구와 우주의 역사는 6000년 내외이고 지구상에 일어난 대규모 멸종은 4~5000년 전에 일어난 노아의 홍수뿐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공룡도 사람과 더불어 살았고, 노아가 이들을 방주에 태웠을 것으로 가정해 노아 방주의 크기를 계산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 그리스도인들이 침묵하고 있는 사이에 이런 아마추어리즘이 온 교회를 뒤덮게 되었고, 한국 교회는 과학자 공동체에서 잘 밝혀진 사실들조차 ‘비성경적’ 혹은 ‘반성경적’이라고 정죄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1000만에 가까운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공룡조차 상대하기에 버거운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왜 우리 교회가 이런 지적 파산 상태에 이르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이원론적 세계관과 이로 인한 아마추어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해저 시추를 통해 운석 속에 포함된 이리듐이 발견되는 지층의 생성 연도가 6498만 년 전이라고 밝혀지면서 이 운석공이 바로 중생대 말기의 대멸종을 초래한 흔적임이 최종 확인되었다. 이원론과 지적 아마추어리즘에 갇힌 한국 교회
첫째, 이원론적인 사고로 인해 학문적 재능이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더 ‘영적인’ 직업으로 도피해 버렸고, 학문을 업으로 삼고 있는 기독 지성인들조차 피조 세계 연구에 있어 학문적으로 치열하게 천착하지 못하고 초자연이라는 방공호로 숨어 버렸다. 우주를 설명함에 있어서 초자연을 인정하지 않으면(도킨스처럼) 지적인 지평이 극도로 제한되지만 반대로 초자연에 갇히면 지적인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
피조 세계의 신비를 초자연이란 말로 덮어버리고 지적인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초자연은 더 이상 신앙의 길이 아니라 지적 게토의 첩경이 될 수밖에 없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창조 연대 문제이다. 지구와 우주 연대와 관련하여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데이터들을 모두 부정하고 하나님이 6000년 전에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우주를 창조했다고 고집한다면 공룡은 앞으로도 한국 교회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존재로 남을 것이다.
둘째, 이런 이원론적 사고는 결국 과학적 활동에서 아마추어리즘의 번성으로 이어졌다. 전문가 그리스도인들이 침묵하고 있는 동안 해당 분야와는 별 관련이 없는 ‘열정 있는’ 딜레탕트들이 기독교에 대한 과학적 변증의 전면에 나서 주류 학계에서 거의 증명이 된 사실들조차 부정하는 아마추어의 ‘용맹’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K-T 경계 멸종에 대한 입장이다.
버클리 팀이 제안한 소행성 충돌설은 몇몇 다른 이론들에 의해 수정·보완되고 있기는 하지만 칙술룹 운석을 비롯하여 지구상에 크고 작은 수많은 운석이 떨어졌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젊은 지구론자들은 수많은 충격 구조들이 운석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화산과 같은 국부적 변성작용에 의해서는 생성되지 않는 충격 석영의 다중 평면 단구 등 여러 증거도 무시하고 화산 폭발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근래의 화산 연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화산은 아무 데서나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주 서부 지역과 같은 섭입대(subduction zone), 옐로우스톤 국립공원과 같은 열점(hotspot), 아이슬란드와 같은 해저산맥 확장 등이 있는 곳에서 생긴다. 운석공이 발견되는 많은 지역은 화산과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 캐나다 허드슨 베이(Hudson Bay)를 둘러싸고 있는 800만 제곱킬러미터의 방대한 캐나다 순상지(Canadian Shield)는 선캄브리아기 변성암 지대로서 수십억 년 동안 매우 안정된 지형을 갖고 있다. 화산과는 무관한 지역이지만 이곳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운석공이 발견되고 있다. 직경 100Km에 이르는 마니쿠아간 운석공이나 직경이 각각 26, 36Km인 동, 서 클리어워터 운석공이 대표적인 예다.
칙술룹 운석공을 비롯한 수많은 운석공들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것이라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해당 분야와는 거리가 먼 분야의 박사 학위를 가지고 화산 폭발 운운하면서 대중 강연을 다니는 아마추어 기독 과학자들의 캠페인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공룡은 한국 교인들에게 버거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이원론적 사고는 성경 연구에서의 아마추어리즘으로도 이어진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구원의 길을 알려 주시기 위해 성경을 주셨지만 젊은 지구론자들이 성경을 과학 교과서로 주신 것처럼 확대해석함으로써 온갖 문제가 생기고 있다. 성경은 창조 연대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젊은 지구론자들은 마치 성경이 하나님께서 6000년 전에 우주를 창조하셨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자유주의자요 진화론자인 것처럼 매도한다.
국제적으로 수많은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이런 성경 해석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젊은 지구론자들은 이들의 글을 거의 읽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도 역시 아마추어리즘의 '용맹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성경의 용도와 목적을 무시하고 치우친 신학의 틀 속에서 성경이 6000년 우주 연대를 선언한다고 고집한다면 공룡은 앞으로도 우리 교회의 버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승훈 /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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