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
다른 장에서도 간헐적으로 소개했듯이 에세네의 신앙의 근본은, 우주는 어둠과 광명의 궁극적인 신이 지배한다는 것이다.
광명의 신은 진리와 올바름의 신이고 선(善)의 신이며, 어둠의 신은 악마이고 사악한 행동만 하는 악(惡)의 신이다.
따라서 선과 악의 신이 서로 득세하고 열세하는 관계는 천체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게 되며,
인간도 태어날 때의 천체의 위치에 따라 선과 악의 배합이 결정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밝음과 어둠의 싸움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영원히 존재하게 되며,
사람에 따라 본질은 어둠이 더 많을 수도 있고 밝음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종국에 가서는 광명의 신이 세상을 통치하게 되지만,
광명의 신을 찾아가는 길은 행하기 어려운 오랫동안의 열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오랜 노력의 결과는 정의의 때(正義之時-Time of Justification) , 후에 심판의 날(Day of Judgement) 로 이름을 바꾼,
그 날이 왔을 때 효험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심판의 날 이 가까워 오면서, 즉 소위 유혹의 시기(Period of Temptation) 라 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유혹에 빠져 어둠의 신은 대단한 세력을 구축하게 된다고 믿었다.
이 때 광명의 길을 따르는 사람들은 우리를 악마로부터 멀리하여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 주시옵소서 라고 기도를 드리며,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전통적으로 어둠의 신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뜻으로 벨리알(Belial) 이라 불렀고,
벨리알의 자식들이 신명기 13장 13절에서 말하는 여호와 이외의 다른 신들을 섬긴다고 하였다.
광명의 신은 지상에 일곱 계급으로 나누어진 대행자를 두었고,
이는 메노라(Menorah) 라고 부르는 일곱 가지가 뻗친 촛대로 상징된다.
이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는 다윗 왕조에 와서 사독(Zadok)이라는 승려계급으로
광명, 즉 빛과 가장 가까운 계급이었고 천사장 미카엘(Michael) 로 상징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어둠의 신도 지상에 자기 대행자들을 배치하였다.
그 책임 되는 신을 사탄(Satan) 이라고 부른다.
그리하여 빛과 어둠, 즉 선과 악, 두 신의 군대가 마지막에 결전하는 곳이 아마겟돈(Armageddon-하르마겟돈) 이라고
요한계시록(묵시록) 16장 16절에 명시하였다.
아마겟돈 또는 천주교에서 발음하는 식의 하르마겟돈이라는 이름은 갈릴리 언덕의 남쪽에 있는
예즈릴(Jezreel) 평야에 있는 요새로, 역사적으로 전쟁을 많이 치른 일이 있는 둔덕인데
원래 이름은 하르 메기도(Har Megiddo) , 즉 메기도 둔덕(the Heights of Megiddo) 이란 뜻이었다.
사해의 문서 중 전쟁의 서(War Scroll) 를 보면 빛을 따르는 사람들과 어둠의 아들들이 투쟁하는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빛을 따르는 사람들이란 이스라엘 민족을 말하는 것이고,
어둠의 아들들이란 키팀(Kittim) 이라 하여 로마인들과 그들을 따르는 여러 종류의 파벌들을 지칭하였다.
그리고 최종 결전장에서 전능(全能)의 사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마지막 심판에 가서는 빛의 하나님과 대결할 정도로 막대한 힘을 가졌다는 사탄 이야기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전쟁은 인간사회로 둔갑하여 빛을 따르는 이스라엘 군대와 어둠을 따른다는 로마 군대의 최후 접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애초의 이야기로 시작해 많은 시간이 경과한 후에
그리스도교의 주류파에 의하여 하르 메기도의 지역적인 인간전쟁 이야기를 따서 전세계적인 규모로 바꾸고,
빛의 하나님과 어둠의 사탄과의 마지막 결전으로
최후의 심판을 장식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본골자가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