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만물의 영장
우리가 미신이라고 부르는 토속신앙과 다른 모든 형태의 종교를 보면,
인간은 다만 자연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것이 기본관념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와 그 근본을 함께 하는 종교는 유독 우주자연의 모두가 오직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은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사회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들은 인간이 필요로 할 때에는
자연의 어느 것이든 파괴해도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이든 쓰고 버리면 되는 것으로 믿고,
자연을 청소하는 일이나 자연자원을 마련해 주는 일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한 창조주가 알아서 얼마든지 공급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신으로 물과 땅을 오염시키고 지구의 사방을 파헤치며 인간에게 귀찮은 생물은 모두 없애 버리고
좋아하는 짐승들은 보이는 대로 다 잡아먹어도 하나님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고,
인간은 생기는 대로 다 낳아도 역시 하나님이 알아서 먹을 것을 마련해 줄 것으로 믿는다.
비록 그 아이가 태어나 자라서 다른 생각을 할 때 이단으로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반면에,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고 믿는 다른 모든 신앙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자연에 순응하여 살라고 하는 것이다.
생선 한 마리를 잡아먹어도,
나무뿌리 하나를 캐 먹어도 하나님이 마련해 주어 고맙다는 생각 대신에,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그 생명에게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들은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가 한정되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자연의 순환절차를 파괴하면 자기 자체를 파괴하는 것으로 믿어 물 한 그릇, 나무 한 그루를 사용하는 것도
자연의 생리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불행하게도 그리스도의 왕국은 보다 더 파괴능력을 가진 힘을 사랑하여 왔고,
그 힘과 항상 자리를 함께 하여 오면서 투쟁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다.
그 한 예로 미국 사람들의 아메리카 점령사를 보아도 두 사상의 차이점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땅을 생활터전으로 삼아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크리스천인 필그림과 청교도들이었다.
이들이 처음 도착하여 원래 살고 있던 인디언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모두 얼어 죽고 굶어 죽었을 것이다.
인디언들은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주어,
새로 정착해 온 백인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마련해 주면서
그들이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들 크리스천들이 자리를 잡고 난 다음에는 주인이 손님 되고 손님이 주인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 때부터 인디언들의 처절한 생존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며,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거의 짐승으로 취급할 정도였고,
그 결과 인디언들은 거의 멸종의 위기에 처해졌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모두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일 줄로 믿고,
여기서 자세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잔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다만 19세기 초 백인들이 미국의 서해안 도시 시애틀(Seattle)이라는 지역의 땅을 빼앗을 때,
땅을 빼앗기고 유랑을 할 것인가 아니면 땅을 지키기 위해 몰살(沒殺)을 택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그 지역의 추장 시아틀 이 자기 부족 식구들과 몇몇 백인 손님을 모아 놓고 한 연설을 되씹어 보는 것이
뜻 깊은 일일 것 같아 여기 옮겨 본다.
이 글은 한 양심적인 선교사가 그 자리에 참석하여 연설을 듣고 하도 감동하여
내용을 영어로 옮겨 쓴 것이 Global Outlook News 라는 잡지에 실린 것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