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환생

가로수 0 1,512 2007.07.14 17:30
환생

이교도 미스테리아에서는, 한 영혼이 여러 생애를 살며 그노시스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되풀이한다고 믿었다.
이교도 입문자 플루타르코스의 설명에 따르면, 계몽되지 않은 영혼은 습관의 힘 때문에 거듭해서 환생하게 된다고 한다.



영혼은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영혼이 육체를 입는 것은 새가 새장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영혼이 육체 속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이번 생에 길들게 되면, 일종의 인연involvements과 오랜 습성 때문에 거듭해서 다시 태어나 육체로 돌아오게 되고, 세속적 욕망과 인연을 끊어 버리지도 떨쳐 버리지도 못하게 된다.



주류 그리스도교는 이교도의 이러한 관념을 배척했지만, 초기 영지주의 그리스도교인들은 이 관념을 받아들였다.
영지주의 현자 바실리데스는 그노시스가 수많은 환생을 하며 노력한 결과라고 가르쳤다.
<요한의 비밀서>에서는 한 영혼이 계속해서 환생한다고 가르친다.
‘영혼의 무지에서 벗어나, 그노시스를 얻어 온전해질 때’ 비로소 환생을 멈추고 ‘더 이상 다른 육체에 들어가지 않는다’.

<피스티스 소피아>의 가르침에 따르면, 한 영혼은 수많은 생애를 거치며 모든 미스테리아를 이해할 때 비로소 빛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생애에서 영적 여행을 하며 성취를 이루면, 다음에 환생할 때에는 ‘진리의 신과 수준 높은 미스테리아를 발견할 수 있는 올바른 육체’를 얻게 된다.

플라톤의 말에 따르면, 죽은 자가 ‘기억의 샘물’을 마시고 오른쪽 길로 가면 하늘에 이르고, ‘망각의 잔’을 마시고 왼쪽 길로 가게 되면 환생하게 된다.
영지주의의 <구원자의 책>에도 같은 교리가 담겨있다.
 
즉, 올바르게 산사람은 이번 생에서 배운 지혜를 잊지 않고 환생하게 된다.
환생하기 전에 ‘망각의 잔’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산 사람은 환생하기 전에 ‘망각의 잔 대신 ‘직관과 지혜의 잔’을 받는다.
그 잔 덕분에 올바르게 산사람의 영혼은 잠들거나 망각하지 않게 되고, ‘빛의 미스테리아를 발견할 때까지 계속 영적 여행을 하게 된다 .

플라톤은 환생할 때 필요한 인간의 몸뚱이를 일종의 감옥으로 보았다.
마찬가지로 영지주의의 <요한의 비밀서>에서도 환생이 ‘차꼬(족쇄)를 차는 것’ 이라고 가르친다.
플라톤의 말에 따르면, ‘영혼은 죄 값을 다 치를 때까지 벌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오리게네스는 환생이 일종의 형벌이라고 가르쳤다.
죄의 비중에 따라 영혼은 여러 유형의 육체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혼은 순결해질 때까지 거듭해서 ‘형벌을 위한 여러 몸뚱이에 봉인’된다.
그래서 영혼이 ‘원래의 순결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완전히 몸뚱이와 악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이교도 현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리게네스는 의롭고 동정적인 하나님이 어떤 인간에게 영원한 지옥의 형벌을 내린다고는 차마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떤 인간이라도 환생을 되풀이함으로써 궁극에는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모든 영혼이 태초부터 존재했다.
따라서 영혼은 이미 여러 세상을 거쳤으며, 최종 완성에 이를 때까지 또 다른 여러 세상들을 거치게 될 것이다.
영혼은 지난번 생애에서의 승리로 강화되거나 패배로 약화된 채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난다.



오리게네스는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에게 가장 권위가 있던 인물이었지만, 사후에는 가톨릭 교회의 이단자로 몰렸다.
위와 같은 고대의 교리를 가르쳤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상이 신약에도 담겨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루살렘의 제사장들은 세례 요한에게 ‘네가 엘리야의 환생이냐’고 묻는다(요한복음 1:21).
또 마가복음(8:27-28)에서 제자들은 예수가 세례 요한의 환생인지, 선지자 엘리야의 환생인지, 다른 선지자 가운데 하나의 환생인지를 논의한다! ( ‘논의한다discuss’는 것은 다소 비약이지만, 여백 읽기를 통해 충분히 상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아무튼 사람들이 예수를 누군가의 환생으로 보았고 예수도 그것을 의식한다는 점에서 그 시대에 환생 사상이 얼마나 일반화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성서>에서 직설적으로 ‘환생’ 이라는 낱말을 쓰지는 않았다 : 옮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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