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신 |
앞서 언급했듯이, 이교도 현자들은 여러 남신과 여신을 얘기하면서도 전적으로 신비하며 초월적인 최고신에 대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플라톤의 시대 이후, 그들은 하나님을 ‘인격신’으로 보는 것을 비관했다.
이교도 미스테리아의 최고신은 모든 특성을 초월한 하나Oneness이며,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존재였다.
영지주의자들 역시 이처럼 추상적이고 신비한 신에 대한 개념을 채택했다. 하나님God을 하늘에 있는 어떤 위대한 존재로 본 것이 아니라 만물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보편 정신Mind of the Universe(우주의 마음)으로 이해한 것이다(만물을 통한다고는 하지만 만물을 ‘종’으로 보고 정신을 ‘주’로 보는 것이 서구의 주류사상이다.
이 사상에는 음양의 상보 개념이 없다.
그래서 God은 역시 ‘땅님’을 배제하는, 혹은 지배하는 ‘하늘님’ 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에는 mind를 별 고민 없이 정신이라고 번역하게 되었지만, 동양사상에서는 땅의 음기를 精과 하늘의 양기를 神이라고 해서 하늘과 땅의 기운이 조화된 것을 정신이라고 했다. mind에는 땅의 음기, 곧 물성이 담겨 있지 않다: 옮긴이 주).
문자주의자들이 주장한 하나님의 상(像)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구약에서 파벌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때로는 전제군주 격인 부족의 신으로 나타나는 유대인의 신god 여호와가 그들의 하나님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상을 횡포한 제우스로 그리는 것을 플라톤이 공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지주의자들은 여호와만을 참하나님이라고 가르치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하나님상을 공격했다. 영지주의 현자 발렌티누스는 플라톤의 용어인 ‘조물주demiurge’라는 말로 여호와를 설명하며, 여호와는 참 하나님의 도구로서 봉사한 종속적 신격이라고 규정했다.
여호와가 하위의 신격인데도 주제넘게 자신을 유일한 참 하나님이라고 칭한다는 것이다.
구약에서 여호와는 이렇게 선언한다.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나는 질투하는 하나님이다(출애굽기 20:3-5).
그러나 영지주의의 <요한의 비밀서>에서는 그것을 ‘광기’라고 일컬으며 이렇게 평했다. 그렇게 선언함으로써 그는 다른 신God여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다른 신이 없다면, 질투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다른 영지주의 문서에서 스스로 유일한 하나님이라고 선언한 여호와는 그의 어머니 여신 소피아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건방진 애들처럼 주제넘게 굴지 말라고!
영지주의자에게 예수는 유대인의 작은신 여호와의 예언자가 아니었다. 플라톤과 이교도 미스테리아의 신, 곧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참하나님의 예언자였다.
영지주의 교사 케르도는 이렇게 설명했다.
법으로 선포된 하나님이나 예언자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아니다. 구약의 하나님은 알려져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영지주의 현자 바실리데스는 유대인의 전통 관점인 신인동형동성설과는 정반대로, 이교도 교리를 이렇게 가르쳤다. ‘우리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하나님이라는 말도 쓰지 말아야 한다. 그것도 일종의 형언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명명된 모든 이름 위에 계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