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의 기독교 경험담

어렸을 때...

샤프슈체 3 1,271 2005.11.20 18:04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두 명의 양복 입은 젊은이가 다가왔습니다.
자신들을 신학대 학생이라고 소개한 두 명은 발표를 해야한다면서 도움을 구하더군요.
상대방에게 설교를 해서 내용을 이해시킨 다음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 흔쾌히 수락했고 근처 벤치에 갔지요.

대뜸 '신을 믿느냐?' 고 묻기에 전 '믿는 사람에겐 있고 믿지 않는 사람에겐 없겠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한 명은 저와 대화를 하고 나머지 한 명은 무슨 수첩 같은 것을 꺼내더니 대화 내내 뭔가를 끄적이더군요.

-설교 시작-

설교자는 먼저 성경을 제게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대해 설명해 주더군요.
구약과 신약에 대해 설명하며 성경이 얼마나 정확하며 대단하며......(중략_북쪽 하늘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얘기를 했습니다)......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성경이 어쩌구 저쩌구~' 따위의 설명을 마친 다음 노아의 방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더이다.
성경에 빨간펜으로 줄을 그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훑어가며 읽다가 형광펜으로 칠한 단어에서 손가락을 멈추고 저를 쳐다보더군요. 읽어보라는 무언의 요구에 저는 읽었지요.

"죄악."

그는 뭐 대단한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톤을 높여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죄악입니다. 죄악이 성행하면 하나님이 벌을 *&%$@#$............"

그러더니 노아의 방주는 실제로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며 가방에서 큼직한 노트 몇 권을 꺼내더이다.
거기서 빛이 바랜 종이를 몇 장 꺼내더니 제게 보여줬습니다. 신문 기사를 복사해 놓은 것이더군요.
'노아의 방주 발견' 등의 표제로 도배된 쪼가리들을 내세우며 설교...

노아 얘기가 끝난 다음에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얘기를 하더군요. 역시 손가락으로 성경의 구절을 훑어가며 또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에서 멈추더니...

"죄악."

설교자는 현대에도 죄악이 성행하면 하나님의 벌을 내리실 것이라 말하며 또 성경의 구절을 들먹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예수에 관한 얘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제게 보여주며 '유월절'에 관한 설명을 해줬습니다.
그는 유월절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며 구원받기 위해 꼭 해야 한다더군요.(제 표현력이 부족해서 문장이 좀 조악합니다.)
빵은 예수의 살이고 포도주는 예수의 피라며 이를 먹음으로써 죄를 사한다더군요.

'유월절을 보지 않겠느냐?' 라고 말하며 침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성경책을 펴며 세례에 관련된 구절을 보여주었는데, 세례가 아니라 침례가 맞는 말이라더군요.(개신교의 일부 교파에서 달리 부르는 말입디다.)

끝을 얼버무리며 같이 가자고 했는데 저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들을 따라갔습니다.
택시를 타고 한 10여분 갔을까요? 어떤 건물 앞에서 내렸습니다. 그 건물 3층이 교회더군요.

-교회에서-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석에 앉아서 잠깐 얘기를 들었는데 주된 내용은...
'절차가 필요하다. 목사님께 침례를 받고 떡과 음료를 먹고 어쩌구 저쩌구....'

전 욕실처럼 생긴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조그만 옷장 안에서 가운을 꺼내더니 갈아입으라더군요.
잠시 후 목사인듯한 사람이 온 뒤 두 손을 모으게 한 다음 제게 바가지로 물을 몇 번 끼얹었습니다.

뭐라뭐라 기도하고 주변 사람들은 노래 부르고......

침례 의식이 끝난 뒤에 전 떡과 포도 주스를 먹는 의식을 치뤘습니다.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양새를 갖추며 목사라는 사람을 힐끗 봤습니다.
묵직한 목소리톤처럼 허벅지도 우람하더이다. 손목엔 금시계를 찼더군요.

그 다음 생명책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며 어떤 명부를 가지고 오더군요.
목사란 사람은 자신이 직접 펜을 쥐고 제게 인적사항을 물었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까지 물어보고 마지막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보더군요.

"왜 주민등록번호를 말해야 합니까?"

그러자 목사는 얼버무리더군요. 생명책은 천국에 갈 사람들의 명단 같은건데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으면 관리가 힘들어서 주민등록번호도 써야된다네요.

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지만 빤히 쳐다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길에 주민등록번호까지 말해버렸습니다.
다음 제 이름이 아닌 어떤 두 사람의 이름을 제 이름 옆에 쓰더군요.
아차!!!!!

머릿속이 새햐얘지는 느낌.
뭔가가 잘못됐다는 느낌.

그리고 제게 악수를 청하는 목사.

"축하합니다."

우스꽝스럽게도 목사는 옆에 앉아있던 아까의 그 정장 청년 둘에게도 악수를 청하며 '축하한다', '복 받으십시오' 등의 얘기를 하더군요.

목사는 물러가고, 남은건 세 사람.
마침 점심시간이라 교회의 한쪽 구석에선 사람들이 상을 차려 밥을 먹고 있더군요.
그들은 제게 같이 밥을 먹자고 했지만, 전 이미 밥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벤치에서 뭔가 끄적거리고 있던 키가 작은 청년이 과일을 가지고 오더니 과일이라도 잡수라고 하더군요.

과일을 깨작거리던 세 사람.
청년 둘은 제게 혹시 시간 괜찮으냐 /이제 가봐야합니다
내일은 시간이 되느냐 /잘 모르겠네요
집요하게 물어보더군요.

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왜 나를 속였냐고. 그들은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아까 벤치에서 제가 질문도 하며 적극적으로 듣기에 설교를 했을 뿐이고 또 당신도 좋은 말씀, 좋은 가르침을 받았고 축복까지 받지 않았느냐며 결과가 좋으니 좋은게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아... 전 그저 꼬리내린 개새끼에 불과했습니다.

자리를 뜨는 저를 입구까지 배웅하겠다고 그들은 따라왔습니다.
나중에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혹시 (저한테) 시간이 날지도 모르니 전화를 해주겠다면서...
그러며 자신들의 이름을 가르쳐 줬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아까 명단에 적힌 두 사람의 이름과 같았습니다......

Comments

회오리 2005.11.21 17:58
참허접한넘들.... 그넘들은 한번 관심을 보이면 얼마나 끈질긴지...저도 한번 당해봤는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다나요...
나중엔 싫다고 성질을 부려도 무슨 자기들이 성각자나 되는양 실실웃으면서 여호와를 찾는데 정말 성질같으면 (법이 없다면) 그자리에서 죽여버렸을겁니다. 그때가 한 25년 전이니까 지금 그사람들 보면 못알아 보겠지만 한마디 충고 해주고 싶습니다...적당히 미치라고...~~~~emoticon_018emoticon_018
기태 2005.11.21 01:19
실수하셨군요.. 이제 최소 1달은 넘게 매일 전화질을 해댈겁니다.
설문조사다, 과제를 도와달라..놈들이 전도질할때 써먹는 전형적인 방법입니다.
게다가 주민등록번호까지 가르쳐줬으니 님은 이제 그 교회의 신도로 등록되었을 겁니다.
하이~ 2005.11.20 18:24
원래 쓰레기같은 작자들이죠
저도 어렸을 때 당했습니다 부모님이 교회다녀서 이를 악물고 다녔던 슬픈 기억이...(첨엔 한번만 한번만 해서 한번 갔더니 나중엔 가기 싫다니까 죽이려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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