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독교 경험담 |
지난 수개월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번민 속에서 신음했습니다.
우연히(아니, 아마도 필연인 듯 싶습니다) 웹서핑 중에
안티기독교사이트(안티예수)를 접하고 나서,
처음에는 그저 쯧쯧.. 이 불쌍한 영혼들을 어이할꼬! 하는 심정으로
게시판에 이들을 바른길(기독교의 진리)로 인도하는 글을 좀 써 주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그 전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몇 분의 글을 우연히,
도대체 이들은 뭘 주장하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 정도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 이거 뭔가 이상했습니다.
이건 아닌데..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면서도 계속해서
그 다음 글들을 읽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날 거의 밤을 새웠고, 또 회사에 가서 다른 안티사이트에도 들어가서
바이블의 진실, 이슬람으로 개종한 분의 이야기, 창조론의 허구 등의 글들을 읽으면서
처음엔 사실,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과 죄책감,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감성적으로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럴 순 없지..
내가 믿는 하나님이,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데.. 이건 뭔가 잘못된 사실일거야.
절대로 틀린걸거야! 라는 생각을 갖고
며칠 후, 다니는 교회 부목사님을 찾아가 이 문제를 상담했습니다.
목사님은 제가 궁금해하는 논제들에 대한 답변은 웃음으로 회피하신 채,
(과연,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요즘 나의 심령 상태가 영적으로 많이 눌려 있어서 그런 거라고 하시면서
같이 기도하자고 하셨습니다. 열심히 기도하면 회복 될거라 하시면서
주님을 향한 우리의 뜨거운 첫사랑을 회복하자고,
이런 나의 허물과 죄악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신다고,
앞으로는 그런 사탄의 도구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절대로 접속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저를 위해 정말 뜨거운 눈물(?)로 기도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의 고민과 궁금증들은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질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주위의 소위 믿음 좋은 친구, 선배들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 놓았으나
역시 거의가 비슷한 답변들만 내놓을 뿐이었습니다.
(어째서 놀랍게도 하나같이 비슷한 답변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도저히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안티사이트의 여러 글들과 자료, 체험담 등을
어느 정도 열린 마음으로,
선입견을 배제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자세히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을 찾아 보고, 여러 번역본, 영역본 등을 대조해가며,
또 유명한 신학자의 신학서적도 구해 읽어 보기도 하고,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교회에서 교육 받았던)
성경지식과 나의 신앙의 체험들과 여러 글들을 비교하기도 하면서
끊임없는 내면적 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물론 안티-안티기독교사이트의 글들도 빠짐없이 읽고 비교하며
정말이지 깊이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4개월 간 내겐 오직 이 문제 외에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날마다 밤을 새우다시피 몰두했고,
어쩌면 나의 인생이 걸린 문제일지도 모르는 이 문제,
아니 분명 내 인생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게으를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삽십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나의 모든 인생관과 사고체계,
가치판단의 준거가 되주었던 사고의 틀, 그 틀로 인하여 어느 정도 인생의
구체적인 방향이 지금 이미 결정지워 졌는데, 그 체계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면 어떡하나.
아무런 의심없이 수용했던 전제들이 그 허상을 드러내면서
아,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내 삶은 뭔가, 도대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지만 이 번민은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고,
힘겨운 싸움 끝에 이제 서야 어느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교회에 처음 발을 디딘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니까 벌써 이십년이 흘렀네요.
적지 않은 신앙의 연륜을 갖고 있는 나.. 그간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비교적 모범적인 크리스챤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교회에서 봉사도 많이 했고, 세상에 나가서는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키 위해서
전도도 하고,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바르게도 살려고 노력하며 성실히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엄밀한 의미에서 기독교인이 아닙니다.
그것이 완전한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제 저는 자유롭습니다.
그 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자유라고 하는 것,
진리안에서 자유롭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수 십년간 내 삶을 지탱시켜준 기독교,
그 안에 담겨 있는 숭고한 가치들에 대해선
여전히 애정어린 시선을 거둘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러 안티님들처럼 적극적으로 기독교 박멸에 동참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점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주위의 기독교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들이 갖고 있는(불과, 내가 얼마전까지 사로잡혀 있었던) 편견과 허상에 대해서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나의 존재의 문제, 인간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그리고 인생의 제문제에 대해서 편견을 버리고, 기독교라는 사고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구도의 발길을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에 없었던 다른 종교에 대한 열린마음으로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진리도
진지하게 배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전 그 동안 타종교에 대해서 무지했으면서도
얄팍한 지식으로 그들을 매도하고 타종교인들을 불쌍한 전도의 대상으로만 여겼거든요.
물론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가 앞으로 내가
이러한 나의 주체적 결단에 의한 실존적 삶을 살아나가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될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하게 될 문제인데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야겠지요.
제가 그 분들을 설득시킬 자신은 없고 그저 그 분들 나름대로
타인에게 피해 안 주고 아름다운 신앙인의 모습을 유지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엑스님을 비롯한 여러 안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안티사이트에서 좋은 글 많이 읽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 엑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2-08-05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