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티전환기



나의 기독교 경험담

나의 안티전환기

뱀병장 8 1,877 2005.06.12 10:19
나는 모태신앙인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완연한 안티가 되어 있다.
그 과정을 이제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반기련에 대한 생각도.

부모님 두분 다 교인이다 보니, 외아들인 내가 교회다니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린시절, 기억을 돌이켜보면 제법 즐거웠다.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 수련회, 간식...
성경퀴즈대회에서 우승한 기억도 있고, 예쁘고 착한 선생님...
교회는 설교시간만 제외하면 더할 나위없이 즐거운 곳이었다.
교회에만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무런 의심도 없고, 갈등도 없었다.
그런 생활이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중학교1학년이 되면서 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도 알아주는 학원인데, 과고나 외고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었다.
그만큼 속된 말로 빡세게 가르쳤다. 체벌도 일상적이었고, 휴일과 주말도 없었다.
평일에는 새벽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한참 자랄 나이에 피로가 쌓이니 심신이 피곤했다.
예배시간에도 졸기 일쑤였다.

게다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바이블의 모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모호한 답으로 일관하는 바이블의 모순이...
그래서 맨날 뒷자리에 앉아 찬송가도 안부르고  가만히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나는 점점 교회에서 겉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학년이 되면서 침례를 받았다(내가 다니던 교회는 침례교회였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잃었던 신앙을 되찾고자 안 나가던 새벽기도도 이따금씩 나가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신앙을 회복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나는 종교서적을 사보기 시작했다.
계기가 된 것은 '하늘나라의 로얄패밀리'라는 책이었다.
미국에서 암전문의로 있다는 원종수라는 사람의 간증집이다(저자는 원종옥, 원종수권사의 누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유치찬란한 기복신앙으로 점철된 책이지만, 그때 나에겐 절실했다.
책한권이 통째로, 페이지번호까지 외워진다는 은사를 받았다는 간증이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나에게 크나큰 축복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비단 그것만이 아니라도 집안의 분위기라든가
(원래 제사를 지내시던 할머님께서 기독교로 개종하셨던 무렵이다.
그무렵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마음이 약해지신게 원인이었다)
진로에의 불안감,입시 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무언가 의지할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안하던 기도도 열심히 하고 기독교서점에서 책을 사보기도 하는 등 노력은 했으나,
은사는커녕 비슷한 것도 없었다. 남는 것은 실망과 모멸감뿐이었다.

2학년이 되어 진로를 게임개발로 정했던 무렵에도 갈등이 생겼다.
바로 게임에 등장하는 비기독교적 요소때문이었다.
이프리트, 시바, 베히모스 등등, 기독교에서 사탄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다반사로 등장하는 게임...
해답은 없었다. 둘다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까.
결국 갈등을 묻어둔채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3학년, 나의 신앙에 커다란 금이 간 계기가 생겼다.
믿었던 목사에게 된통 데인 것이었다.
자세한 경위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이미 고인이 된 목사를 욕하기는 싫으니까.

아무튼 우리가족은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나는 끊임없이 고민했고,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부모님은 결국 신앙을 버리지 못하셨다.
버리기엔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 그랬으리라.
사람이 잘못이지, 하나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부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난 납득할 수 없었다.
주의 종이 어찌 그럴수 있단 말인가...

그런 나를 다시 교회로 잡아끈 것은 지옥에 대한 공포였다.
어릴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천국과 지옥.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이 억지라는 것도 그땐 몰랐다.
그만큼 세뇌란 것은 무서운 것이다...

아무튼 그 일이 있고도 다른 교회에 이따금씩 나갔다.
그러나 뭔가 찜찜한 감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전혀 즐겁지도 않았다.
습관처럼 무감각하게 자리만 지킬뿐.

그러다가 군대에 갔다.
먹을 것에 혹해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짬안되던 시절 맘놓고 잘수 있는 곳이 교회였기에,
사제밥을 먹을 수 있던 곳도 교회였기에 외출하는 셈치고 다녔다.
짬먹고 가지 않게 되었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내 바로 밑에 녀석이 목사 아들이었다.(다니는 교회는 아니다)
그 녀석이 분대장을 달고, 또 군종까지 맡았다.
근데 녀석이 훈련 전 주말에도 교회에 나가는 것이었다.
예전에 군종하던 고참들도 훈련전주엔 교회에 안가고 부사수를 보냈는데
출동이 월요일인데, 토요일이건 일요일이건 교회가서 안오는 것이다.
결국 내가 훈련준비는 다했다. 물론 고맙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때는 그래도 미약하나마 신앙이 남아있어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훈련때마다 준비는 다하고 분대장 결산도 내가 다 들어갔으니까...
분대장 위로휴가는 그 놈이 가고.(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껏 만난 목사아들들은 한결같이 개차반이었다)

시간이 흘러 전역하고, 그해 여름...
문득 심심해서 각종 안티사이트만 뒤지다가 기독교안티사이트를 검색해보았다.
찬찬히 살펴보던 나는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
동시에 말할수 없이 허탈한 느낌.
헛웃음을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안티바이블을 읽어 나갔다.
속았구나...속아살았구나...
허탈감과  상쾌함이 동시에 엄습해왔다.
실망과 해방감이 교차하던 그 순간.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나의 신앙에 가 있던 균열이 반기련을 계기로 마침내 신앙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상실감과 해방감이 교차한 상태로 지냈다.
전혀 새로운 감각이었다.
그동안 고민했던 것이 다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걸 보고 귀에 들리는걸 들으면 될 것을
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걸 보고 들으려 했던가.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아니, 잃었던 것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반면, 악영향도 있었다.
심경에 극심한 변화가 일어난 결과, 억눌려있던 폭력성이 표출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그해 후반기는 이래저래 트러블이 많았다.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켰다.
반기련은 몇달간 접속하지 않은 상태였다.

겨울 초입, 오랜만에 반기련에 접속했다.
배우는 것도 많고, 재밌기도 하고,
무엇보다 복수심을 충족할 수 있었다.
20년 동안 속아지낸 것에 대한 복수.
처음엔 눈팅만하다가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골수 기독교인을 놀려먹으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면서.
다른 안티분들의 욕설을 즐기기도 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나 나름의 복수였다.20년 동안의 기만에 대한.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시들해졌다.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것이 더이상 재미없어진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안티들이 욕을 즐긴다는 생각인데,
그건 안티 초기에는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경향은 없어진다.
욕하는 사람도 괴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접속을 안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더 이상 내 눈에 비친 반기련은 비판과 욕설만이 난무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아려오는 경험담도 있고, 즐거운 웃음도 있고,
삶의 지혜와, 조건없는 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보면 욕설도 애정이 있어서 하는 것이다.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여기서 조건없는 애정을 보았다.
반기련한다고 돈이 나오는가? 나오긴 나온다.
그러나 얼마 안되는 돈이다. 그걸로 한달 생활하기도 빠듯하다.
명예가 쌓이는가?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은 별난 사람으로 취급한다.
게다가 기독교인 상사라도 있다면 마이너스다.
모두들 바쁜 와중에도 숨겨진 진실을 알리고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걸로 어떤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일뿐.


기독교는 어떠한가? 믿음을 담보로 한 구원, 800억짜리 교회, 전체 수입중 사회환원률 3%,
왼손이 한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야소 말쌈은 어디 박아뒀는지
눈꼽만한 선행갖고 생색은 엄청내고, 돈있는 목사 자식치고 유학안가본 놈 없고...
성추행에, 사기에, 그것도 목사란 인간들이 더한다.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난 반기련을 백혈구에 비유한다.
고름이 어떻게 생기지 아는가?
백혈구가 세균을 죽이면서 생기는데, 죽은 백혈구와 세균의 덩어리이다.
즉, 백혈구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세균을 죽이는 것이다.
이미 1800년동안 사회악으로서 온갖 비극의 원인이 되어온 기독교를 척결하고자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활동하는 반기련 회원들.
백혈구가 있기에 사람이 살아가듯, 반기련회원들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희망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째서 기독교가 사회악이냐고. 일부의 잘못을 전체로 확대하지 말라고.
선한 기독교인들도 많다고. 너나 잘하라고.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입으로만 형제자매하지말고 책임은 함께 지라고.
그리고 일부의 선행을 전체로 확대하지 말라고.
선행을 거론하려면 악행도 같이 거론하라고.
책임과 권리는 함께 가는 거라고.
비기독교인들 중에도 선한 이들 많다고.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인 것처럼 호도하지 말라고.
바이블에 뭐가 적혀있는지 제대로 보라고.

어찌 되었든 나는 반기련을 알게 되면서 진정한 나를 찾았다.
더이상 나약한 마음에 있지도 않는 신의 이름을 부를일은 없으리라.
20년동안 의지해온 가치관을 버리고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나아지리라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면, 오랫동안 못지냈던 제사를 다시 지낼 생각이다.
제사를 핑계로 친척들 얼굴이라도 한번 볼 수 있지 않은가.
그전까진 부모님 따라서 교회에 갈 생각이다.
사탄의 꾐( -_-)에 빠진 아들땜에 마음고생하시지 않도록 말이다.


마지막으로 반기련 여러 회원들께 감사드린다.
반기련이 필요 없어지는 그날을 바라보며...












Comments

jy-sy 2005.06.17 11:58
박수 한다발 보냅니다. 짝짝짝~~~~
beatOfAngel 2005.06.12 21:56
이번일로 기독교에서 자유로워졌듯이 님스스로에게서도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비싸게 2005.06.12 17:27
"눈에 보이는걸 보고 귀에 들리는걸 들으면 될 것을
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걸 보고 들으려 했던가."
권광오 2005.06.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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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찾고 남을 돌아보는 아름다움이 강하십니다.
님의 의지대로 다 이루소서....
스파이더맨 2005.06.12 16:45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슴에 와닿네요.
작은 꽃 2005.06.12 12:54
공감가는 글이네요...
기범 2005.06.12 12:25
저와 만나는 여자가 빨리 제정신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슈퍼카비 2005.06.12 11:50
뱀병장님... 멋진 글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924 틀에박힌 개독과 가톨릭의 사고방식, 위선, +방언의 실체 beatOfAngel 2005.06.12 1324 0
열람중 나의 안티전환기 댓글+8 뱀병장 2005.06.12 1878 0
922 마누라가 집사인 나의 경우 댓글+47 지나가다가 2005.05.31 1797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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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 네이트에서 퍼옵니다... 개독강요하는 회사사장놈... 댓글+5 다라니 2005.06.11 1660 0
915 가입기념(?) 경험담 : 이성을 마비시키는 기독교의 파워~! 댓글+4 기억상실 2005.06.11 1488 0
914 나도 이러다가 개독되는거아냐? (제발 조언좀) 댓글+6 김도령 2005.06.11 1602 0
913 TV에서 본 목사-애만드는 기계- --;;; 댓글+3 너무싫어.. 2005.06.11 1629 0
912 사랑이 초월할 수 없는 유일한 한가지... 댓글+6 노던라잇 2005.06.11 1713 0
911 미국에서 한국인 목사, 기독교...... 댓글+4 무소 2005.06.10 1759 0
910 만나는 여자가 절실한 크리스챤입니다. 아... 그런데요.. 댓글+21 기범 2005.06.10 4101 0
909 빨리 감정을 추스리고 안정을 찾기 바랍니다. 봉선화 2005.06.10 1321 0
908 저도 한때는 매주 교회에 나갔던 사람입니다... 댓글+3 즐겨 2005.06.10 1467 0
907 여자여! 그대 이제 인간이 되라 댓글+3 03426 2005.06.10 1519 0
906 개독과 피라미드. 닭터 드레 2005.06.10 1308 0
905 저의 오늘 분통터지는 경험담..ㅠㅠ 댓글+7 기독교즐 2005.06.10 180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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