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간증 - 1



나의 기독교 경험담

나의 간증 - 1

shaind 4 1,520 2005.06.08 16:50

내가 태동한 모태는 그리스도교 신자였다.

나는 그리스도교 신자의 자궁속에서 자랐고,
나의 피는 그리스도교 신자의 태반으로 말미암아 윤택해졌다.
나의 출생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되었다.

그리고 세살이 되던 해에 나는 한 신부님으로부터 물로 씻김을 받았다.

나는 베겟머리에서 옛 전설들과 구약성서의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어린이용 동화책들과 성서 이야기책을 읽었고,
국민학교에 입학한 해에 다니던 천주교회의 주일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

고향에는 꽤 유명한 재래식 어시장이 하나 있었는데,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장을 보러 나가시면서 가끔 그곳을 지나가곤 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생선을
파는 한 아주머니가 뱀장어를 손질하는 것을 보았다. 그 아주머니는 도마 위에
장어를 단단히 붙잡은 뒤에, 망치로 눈알에 못을 박아 고정시킨 뒤 목덜미의
껍질에 칼집을 내고는 그대로 꼬리까지 쫘악 당겨 벗겨버렸다.
꽤나 인상적인 장면이었는데, 그때 나는 그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뱀장어가 불쌍해서 견딜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심한 일이지만,
그 이후로 며칠은 생선을 먹을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지만, 이렇듯이 나는 한심하리만치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마음이 약했기 때문에
결코 그리스도교 신자로 남아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다 그렇듯이 나도 어렸을적에는 종교에 대해 가장 소박한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즉, 선한 일에 상을 주고 악한 일에 벌을 주는,
세계의 윤리적 상식의 대변자로서의 하느님을 모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처음으로 질투하는 하느님의 진면목을 뵈었을때 나는
심한 욕지기를 느끼고 마침내 그것을 거부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국민학교 1학년 무렵의 일이다.

내게는 한 친구가 있었다. 한 이라는 단어에 주목하라. 내게는 친구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고, 친구 하나 하나는 내게 무척 큰 의미가 있었다.
내가 그를 "단짝친구"였다고 말한다면, 어린이를 이해할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는 불교를 믿는 집안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철없는 어린아이답게
나는 친구의 종교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고, 더욱이 관대하신 내 어머니께서도
그런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으셨다. 우리는 그저 어린아이답게 마냥 서로 친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하교길에서, 퍽이나 흔해빠지고 하찮은 바로 그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는 교문 앞에서 한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그 아주머니는 뜻모를 문구와
십자가가 그려진 띠를 두른 채, 질 좋은 산성지에 단색으로 인쇄된 정체모를
팜플렛을 국민학생들에게 열심히 배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우리 차례가 되었다. 그 아주머니는 나보다 키가 큰편이었던 그 친구에게
팜플렛을 건내며,

"너도 하나님을 믿고 착한일 많이 해서 천국 가렴." *^^* (이 이모티콘은 적절하다)

그 아주머니는 아마도 초등학생의 윤리관념 수준을 맞추어주려고 시도했던 것이었을 테다.
그러나 그 말이 내 친구에게는 상당히 불쾌하게 들렸던 것 같다.

"저는 부처님 믿고서 제가 알아서 착한일 해서 천국갈거에요!"

그는 그다지 예의바른 편은 아니었다. 그 아주머니는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나는 그 표정이 무언가 변했다는 사실을 느꼈다.

"하나님을 안 믿으면 하느님이 지옥으로 보내신단다." ^^++++ (이 이모티콘은 아주 적절하다)

이정도쯤 되면 그 친구도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말에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나는 지옥이 어떤 곳인지 올바르게 알고 있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그곳이 죄를 지은 사람들의
거처로서 무척 끔찍하고 괴롭고 사람 있을 곳이 못된다는 관념은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정신속에서 그 친구는 착한 사람이었고, 따라서 지옥이라는 관념과는 전혀 연결될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그가 지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에게 있어서 어른의 말 한마디는 마치 언령과도 같이 강하게 각인되는 힘이 있다.
어른이 한 말은 거의 현실, 심지어 현실을 능가하는 권능을 가지고 어린이에게 받아들여진다.

나에게 있어서 착한 사람이 지옥에 간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친구가 지옥에
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그리고 슬픔과 의분은, 당시 내게는 둘다 눈물로
표출되었다.

나는 그 아주머니의 옷깃을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섞인 목소리로 나는 호소했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그 애는 착한 애라고,
그는 지옥에 가지 않을 거라고, 나도 하느님을 믿지만 그 애가 지옥에 가는 것은 잘못일거라고.

물론 마지막 말은,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슬픔에 사로잡혀 대책없이 울먹거리던 내가 그렇게
조리있게 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 아주머니는 그런 돌발적이고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맞아 무척 황당하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별다른 의도 없이 그냥 지옥 간다는 말을 한것 뿐인데 갑자기 웬 어린아이가 저렇게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며 항의하다니 말이다.

그 아주머니나 혹은 그 친구가 내 행동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지금으로써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 정신은 아직 어렸고 그래서 비록 명증적으로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내가 듣고 읽어온
구약성서의 이야기에서 하느님을 믿지 않고 거역한 사람들은 항상 나쁜 사람들 뿐이었다.
그래서 어느샌가 [불신자 - 나쁜 사람 - 징벌] 이 삼각형의 연결고리를 이룬 채 은연중에 고정관념으로써
일종의 세뇌같은 것을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날, 이 연결고리의 한 축이, 명증적 이성속에서는 아니었지만 마음 깊은곳에서부터는
이미 깨어져버렸던 것이다.



나는 철없는 어린아이답게, 그 사건의 감정적인 여파를 1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다시 하느님을 믿는 착한 어린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던 바, 그 어떠한 것도 결코 예전같을 수는 없었다.




=================================================================================================


자기고백적인 글입니다. 물론 과거의 사실에 대해 100% 성실하다고 말씀드릴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 기억에 대해서는 100% 성실하다고 스스로 믿습니다.




다음에는 원죄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듯합니다......

...그런데 다음편이란걸 쓸수 있을지는 좀 불확실합니다. (후다다닥~)



** 이 게시판의 성격에 더 맞을 것 같아서 옮겼습니다 **

Comments

바다소녀 2005.06.10 00:10
음.....이것도 일부일려나?
권광오 2005.06.09 19:34
"너도 하나님을 믿고 착한일 많이 해서 천국 가렴." *^^* (이 이모티콘은 적절하다)
"하나님을 안 믿으면 하느님이 지옥으로 보내신단다." ^^++++ (이 이모티콘은 아주 적절하다)
ㅋㅋㅋㅋㅋㅋㅋemoticon_038emoticon_038emoticon_038
gaylord 2005.06.08 20:54
흠 역시 마음이 순수하고 여린사람은 예수교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조그만 것도 죽어야 할 죄고 더러운것이라고 가르치며 나에게 아무원한도 없는 타인을 적으로 돌리는 그 종교로 인해 오래갈수록 마음속에 상처와 정신분열증상만 나타납니다.
스파이더맨 2005.06.08 17:29
다음 편 기대할께요. 실감나네요 ^^ 불신지옥... ㅋㅋㅋ 가족도 지옥 간다고 협박하는 판국이니 남한테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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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 울 고향 사기꾼 목사를 고발합니다. 된장..C팍 댓글+6 신은없다니깐 2005.06.03 1681 0
885 정말 기독교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댓글+5 서한길 2005.06.02 208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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